나무에 왜 올라갔을까?

모로코에 가면 염소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희귀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염소들을 일부러 나무에 매달아 놓았을 리는 없을 테고, 또 나무에서 염소가 자랄 리는 더더욱 없을 텐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염소들이 나무에 올라가 있는 이유는 열매를 따먹기 위해서다. 이곳의 염소들은 모로코에만 서식하는 희귀나무인 아르간 나무의 열매를 즐겨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무의 높이는 약 7~9m 정도. 하지만 나뭇가지들이 땅에서 가까운 곳에서부터 뻗어있기 때문에 염소들이 쉽게 타고 올라갈 수 있으며, 또한 염소들이 올라가도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농부들이 이렇게 염소들이 아르간 열매를 따먹도록 내버려 두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염소들이 열매를 먹고 뱉어내는 씨를 줍기 위해서다. 아르간 열매의 씨는 잘게 부숴서 식용 오일이나 화장품 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 이곳 농민들에게는 효자 작물이나 다름없다. 이미 수백 년 동안 이런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씨를 수확하고 있는 모로코의 농민들은 염소에게는 먹이를 제공해주고 자신들은 씨를 모아 돈을 버는 일거양득의 농법을 터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