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5개월 만에…악기시장 침체 속 ‘70년 역사’ 브랜드 가치가 성사 관건
#지원 끊기자 M&A로…자력 정상화 쉽지 않아

인가 전 M&A는 외부에서 신규 자금을 신속하게 유입해 회생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아이파크영창 인수에 뚜렷한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파크영창 한 관계자는 “(M&A에) 일말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자생적으로 (정상화를)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희망을 갖고 M&A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HDC 한 관계자는 “아이파크영창이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진행 중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이파크영창이 M&A에 나서는 데는 HDC의 추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파크영창 회생이 개시되자 신용평가업계에선 상법 개정 후 모기업이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다.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모기업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이사의 배임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커지면서 HDC 이사회가 보수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아이파크영창은 그동안 자금 조달을 금융기관보다 계열사에 의존해왔다. HDC그룹은 2015년 유상증자, 부동산 매입, 현금 대여 등으로 약 937억 원을 지원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 120억 원 전액이 계열사 차입금이었다. 계열사 지원의 적정성을 둘러싼 규제 리스크도 불거진 상태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HDC그룹의 아이파크영창 부당지원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HDC그룹 지주사 HDC가 아이파크영창 지분 94.3%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파크영창은 금융기관 차입이 없었기 때문에 HDC 입장에서도 지원을 끊는 것이 큰 부담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HDC그룹의 주력인 건설·에너지 사업과 연관성이 크지 않고,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계열 사업 전반이나 아이파크영창 자체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 효과가 크지 않다 보니 매각까지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때 세계 1위 ‘영창피아노’ 어쩌다…
아이파크영창은 70년 역사를 가진 악기 제조·판매 업체다. 한때 국내를 넘어 세계 피아노 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다. 1956년 신항피아노로 설립된 아이파크영창은 1971년부터 영창 브랜드로 악기 수출을 시작했다. 1972년 아시아 업체 최초로 일본에 피아노 4500대를 수출했다. 1991년에는 세계 어쿠스틱 피아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1990년엔 미국 전자악기 브랜드 커즈와일을 인수해 전자악기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아이파크영창이 HDC그룹에 인수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HDC그룹은 아이파크영창 지분 57.33%를 563억 원에 인수했다. 악기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중국과 인도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사내이사를 맡으며 회사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건설 중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정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재벌기업이 회장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선호에 따라 기존 사업과 무관한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기업은 장기간 경영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이파크영창을 어렵게 만든 것은 악기 시장의 수요 위축이었다. 악기업계 한 관계자는 “피아노는 생활필수품이 아니다 보니 경기가 좋지 않으면 수요가 먼저 줄어드는 품목이다. 과거엔 형편이 되는 집이면 피아노를 한 대씩 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소음 문제도 있어 전공자가 아니면 어쿠스틱 피아노를 집에 두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아이파크영창은 어쿠스틱 피아노가 주력 분야였다”며 “디지털 피아노에도 대응했으나 디지털 피아노 분야에선 야마하나 카시오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많아 경쟁도 치열했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법무법인 경세 변호사는 “M&A를 검토하는 기업은 아이파크영창의 계속기업가치를 볼 것”이라며 “자본잠식 상태라도 브랜드나 기술력 등을 이유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웃돈다고 평가돼 M&A가 성사되는 경우가 있다. ‘영창’이라는 브랜드와 피아노 제조 기술력, 유통망 등 영업자산이 높은 가치로 산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70년 가까운 역사를 가졌다는 것만으로 브랜드 가치를 보장할 수는 없다”며 “결국 영창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소비자에게 통할 만한 인지도와 명성을 얼마나 쌓아왔는지가 M&A 성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