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난 피해 기관사들 “시신 직접 확인, 수습 뒤 종착지까지 다시 운행...트라우마 상담치료? 형식적에 불과”
일요신문 DB
중앙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2015년 중앙역에서 20대 방글라데시인과 한 남성이 투신해 숨졌습니다. 지난 8월에도 2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올 하반기에만 총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잇따른 사상 사고에 스크린 도어 설치를 서두르지 않는 중앙역을 향한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2월 4일 사고 현장을 찾은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월 말부터 운용하기로 한 스크린 도어가 제 때 운용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박 의원은 “설치를 마친 스크린도어가 마무리 공사 미흡으로 운용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하루 빨리 운용될 수 있도록 철도시설공단에 협조를 요청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서울시에서 총 25건의 지하철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4건, 2016년엔 12건, 2017년엔 5건(8월 기준)의 지하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진선미 의원실 제공
호선별로 살펴보면, 2호선이 11회(44%)로 가장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4호선 6회(24%), 3호선이 4회(16%), 5호선이 2회(8%), 6․7호선이 각각 1회(4%)로 뒤를 따랐습니다.
진선미 의원실 제공
박순자 한국당 의원에 의하면, 2012년~2016년까지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 지하철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총 11건이었고 36명이 중상, 493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관사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순자 의원은 “열차 기관사 분들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트라우마를 겪고 사기가 꺾이면서 시민안전도 위험하다”면서 기관사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한국철도공사 소속 한 기관사는 사상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지난 2012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1~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운행 중 사고를 당한 기관사를 위해 휴가와 사내 총괄보건관리자와의 면담을 거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호선·3호선·4호선의 일부 구간 등을 운영하고 있는 코레일은 사상 사고를 겪은 기관사 등을 위한 휴먼안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상사고 발생 시 대체 기관사를 바로 투입해 교대를 시켜줍니다. 또 심리적 안정을 위해 특별 휴가 3~5일을 지급합니다. 총괄보건관리자와 상담 후 이상이 없을 때 업무에 복귀하게 되는데, 이상이 있을 시 힐링센터나 협약 병원에 전문의와 상담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11월 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으로 전동차가 들어오고 있다. 최준필 기자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전에 운전대를 잡아야하는 실정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두 번의 사고를 겪은 김 아무개 기관사는 실상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사고가 나면 기관사가 밖에 나와 확인을 하고 보고를 해야 합니다. 역에 보고를 하면 해당 역 관계자가 119와 유관 기관에 신고를 합니다. (시신이) 처리가 되면 그제야 열차가 출발합니다. 사고가 나도 책임 구간까지는 무조건 가야합니다. 요새는 운전하기 힘들다고 하면 빼주기도 하지만 그것마저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와야 하는데다가 화물이나 여객 같은 경우엔 빨리 운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 기관사는 사고 당시 상황을 기자에게 묘사했습니다. “약 8년 전 일어났던 첫 번째 사고(성환역에서 직산역 사이)는 경황이 없어 무서운 줄도 몰랐습니다. 약 4년 전 두 번째 사고(오산역)도 비슷한 일몰 시간대에 발생했습니다. 50m 앞에서 육안으로 ‘사람이구나’라고 판단했습니다. 50m면 실제 운전을 해보면 1초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 저게 뭐지’하는 순간 바로 충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급정지를 하면 자동차처럼 바로 멈추는 게 아니고 400~500m 열차가 더 갑니다. 시간상으론 몇 초가 안 되는데 엄청 긴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그 몇 초 동안 계속 사람이 아니길 주문을 걸었습니다. 두 번째 사고는 (첫 번째 사고) 경험이 있었기에 (시신을) 확인하러 못 가겠더군요. 결국 동승했던 다른 기관사가 앞서고 저는 그 뒤를 쫓아갔습니다.”
2014년 5월 2일 오후 3시 32분께 서울 성동구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정차해 있던 전동차를 뒤따르던 전동차가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 왕십리역에서 열차운행 중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최준필 기자
사고로 인해 변화된 일상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스크린도어가 있는 역에선 ‘혹시 스크린도어가 고장 나서 승객이 선로로 뛰어들진 않을까’란 생각이 수시로 듭니다. 또 스크린도어가 설치 돼 있지 않은 일반 정차역의 경우엔, 열차가 들어가는데 몸을 움직인다든지 빠른 걸음으로 열차하고 똑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든지 하면 ‘혹시나 저 사람이 뛰어들진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머리가 새하얘집니다. 사고 당시 영상이 운전하면서도 오버랩 됩니다. 가끔은 소름이 돋습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천 아무개 기관사는 2015년 11월 금천구청역에서 사고를 겪었습니다. 천 기관사는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많이 놀랐습니다. 한 달 정도 몸과 마음을 추슬렀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천 기관사는 “회사에서 5일 휴가를 지급하지만, 추스르기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상담센터가 있지만 전화로 ‘힘드냐’고 물어보는 게 전부 입니다. 사상 사고를 겪은 기관사들에게 회사의 조치가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업소에서 면담도 없었고 괜찮다고 하면 상담센터에서도 사후 관리가 없었습니다. 기관사들에 대한 조치가 매우 미흡한 것 같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의 김 기관사는 “잊기 위해서 운동을 많이 하고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1인승 열차를 운전할 땐 이런 부분이 해소가 안 돼, 이번에 2인승제로 지원을 했습니다. 힘들어 하는 기관사한텐 2인승을 운전하도록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땠냐’ ‘무서웠냐’는 등의 질문보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차 한 잔 하자’는 말이 많은 위로가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전철남-지하철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가장 친숙한 교통수단입니다. 시민들의 발이지요. 하지만 친숙한만큼 각종 사고와 사건, 민원들이 끊이지 않기도 합니다. <일요신문i>는 자칭 지하철 덕후 기자의 발을 빌어 그동안 궁금했던 지하철의 모든 것을 낱낱히 풀어드립니다. ‘전철남’의 연재는 계속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