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같은 상사가 되라
하지만 세계적인 불황을 겪은 이후에 일본기업들은 혁명이라 불릴 만큼 새로운 인재상을 원하고 있다. 소니, 노무라증권, 미즈호 등 일본의 대기업 이사들이 이야기하는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나는 신샐러리맨으로서 적합한 인재인지 지금 바로 확인해보자.
일본 샐러리맨들의 커리어 디자인과 인재개발에 정통한 니시야마 연구소의 니시야마 아키히코 소장은 얼마 전 대기업의 인사담당자와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구조조정을 하게 됐을 때 누구부터 자를지에 대한 대답은 평상시에 이미 정해져 있다.”
니시무라 소장은 이 이야기에 대해 “어떤 집단이든 2할의 우수한 인간과 6할의 평범한 인간, 2할의 일하지 않는 인간으로 구별되어 있다. 그것이 2-6-2법칙이다. 승진이나 명예퇴직의 대상자는 이것으로 결정된다”며 “중요한 것은 이 순위가 매년 조금씩 변해간다는 점이다. 현재 중간의 ‘6할’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라도 노력여하에 따라 ‘상위 2할’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고, 동시에 언제 ‘하위 2할’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순위를 결정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일본 대기업의 인사부에서 말하는 평가의 키워드는 바로 ‘혁명’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혁명의 시대에 새로운 경영을 창조하려하는 의지가 높은 자,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해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자산 6700억 달러의 도쿄전력에서 상징적인 인물인 시미즈 마사타카는 작년 6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도쿄대학 출신에 입사 5년 이내에 총무부서에 소속되지 않으면 사장이 될 수 없다는 불문율을 깨고 시미즈가 취임하자 그곳에 새로운 슬로건이 걸렸다. 그것은 바로 ‘Change(변화)와 Challenge(도전)’이었다. 그는 관료주의적인 회사에서 새로운 인재상을 제안해 혁명을 이끌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시미즈 사장을 ‘출세(성공)’의 길로 이끈 덕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 당장 내가 인사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정리해보았다.
첫째 부하를 자신의 책상으로 부르지 말고 직접 부하의 자리로 찾아갈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부하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다. 도쿄전력 시마다 이사는 부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그는 아침에 먼저 인사말을 건네고, 시킬 일이 있으면 반드시 부하의 자리에 직접 찾아가 부탁을 한 뒤 작은 수고에 대해서도 항상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모니터를 보며 부하를 부르거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피해야 할 태도다. 일본 직장인 인재의 덕목 중 ‘부하들이 써먹을 수 있는 상사’라는 것이 있다. 사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그들이 더욱 향상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관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그 예로 세계적인 전자제품 기업인 소니에서는 ‘부하직원으로부터의 편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전원이 무기명으로 상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점에 대해 쓰는 것이다. 상사는 그 편지로 인해 부하였을 때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부하를 대하는 태도가 개선되어 부서의 분위기가 훨씬 화목해졌다고 한다.
둘째 술자리를 가질 때는 타부서의 직원들도 함께할 것. 같은 술자리라도 다른 부서 직원들과의 함께하다 보면 다양한 입장과 생각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이해가 여러 부서들 간에 일어나는 문제해결과 연대의식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쿄전력의 인사부장은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작업공정에서 다른 사람이 담당하고 있는 공정으로의 바통 터치가 원활하게 진행돼야 전체 업무의 속도도 더욱 높아진다”며 “자신이 맡은 업무에 머무르지 말고 ‘다음의 공정’에 대한 내용이나 수순에 대해 숙지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 한정된 전문가보다는 모든 업무를 아울러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셋째 승진 직후에 더욱 언동에 유의할 것.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에 대해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 노무라증권의 시바야마 씨는 “승진을 하면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 됐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도 모르게 태도가 거만해지거나, 업무상 필요하지 않은 접대비를 지출하는 직원도 있다”며 “주위 사람들은 그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사부에서 승진 직후의 행동이나 지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주시하고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위는 ‘자신’이 아닌 부여받은 ‘역할’일 뿐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넷째 사생활 관리에 철저할 것. 술버릇이 나쁘거나 경마에 빠져있고 낭비가 심한 사람을 인사부에서는 주시하고 있다. 사생활의 습관들이 회사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을 책임자로 두는 것은 아무리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사회적으로 기업의 이미지에 해를 끼칠 수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크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사담당자가 직원들의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의 글까지 주시하고 있다. 검색엔진에서 회사 이름을 검색했을 때 인터넷상에 올라온 글이 없는지 비정기적으로 확인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왜 출세하려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자아실현’이나 ‘권력욕’이라는 대답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변한 점이 있다면 ‘내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측면이 강해졌다. 입사만 하면 느긋하게 앉아 정년을 기다리는 것이 가능했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내 생활과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재상에 발맞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