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은데 정년이 어디 있누~
▲ 영화 <죽어도 좋아>의 한 장면. | ||
일본 관서지방의 어느 노인요양시설에서 일어난 일이다. 남자 간호사 한 명이 아침 순찰을 돌며 여성용 4인실 침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의 침대 속이 부자연스럽게 불룩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시트를 들추어 보자 좁은 침대 속에는 아직 잠들어 있는 할머니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할아버지가 함께 누워있었다. 최근 들어 할머니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별실의 80세 할아버지였다.
생활상담원 등을 역임해 온 전문 도우미 다나카 씨는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런 일은 일상다반사다. 특별 요양시설 입소자들의 평균 연령이 80세 정도이긴 하지만 성욕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걸 ‘나이 먹어가지고 주책’이라든가, ‘불결하다’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시설에서 성욕을 참지 못한 노인들로 인해 벌어진 일화는 이외에도 많다. 다나카 씨는 “100세를 앞둔 할아버지가 여자 누드집이 보고 싶다고 졸라서 사다 드린 적이 있다. 누드집을 본 할아버지가 침대 주변에 커튼을 치고 그 속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번은 2~3명의 할아버지들이 에로비디오가 보고 싶다고 졸라서 상영회를 가진 적도 있었다. 비어있는 방에 불을 끄고 영화를 한참 감상하던 중 불을 켜자 어느새 6명 가까이 되는 할머니들까지 몰래 들어와 만족스런 얼굴로 보고 있던 일도 있었다.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한 남성 직원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은 할머니들이 남성간호사들을 상대로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며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거나, 화장 등에 신경을 쓰는 등 사춘기 소녀처럼 행동하는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가다 남성 직원의 사타구니를 쓰다듬으며 ‘오늘 밤 어때’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시설 내에서 입소자들 사이의 연애는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교제 중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외출해 데이트나 성관계를 즐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고령자들의 ‘섹스 실태’를 조사한 일본성과학회의 ‘섹슈얼리티 연구회’ 데이터(2000년)에 의하면 배우자와 한 달에 한 번 이상 섹스를 하고 있는 비율은 60대 남성의 경우 62%(여성은 42%), 70대 남성이 38%(여성은 35%)였다. 뎅엔조우시 학원 대학 인간복지 학부의 아라키 교수는 “70대 부부 네 커플 중 한 커플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성관계를 갖고 있다. 1990년 실시했던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부부 사이의 성관계가 훨씬 활발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20년 전 부인과 사별한 A 씨(79)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자유로운 섹스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휴대전화에 등록해둔 만남 주선 사이트에서 섹스파트너를 찾는다. 사이트에 간단한 자기소개와 전화번호만 입력해두면 가만히 있어도 여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40~50대 여성과 만나고 싶지만 전화가 걸려오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같은 연배의 ‘할머니’들이다. 전화가 연결돼 만나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상황을 봐서 “호텔로 갈까요”라고 먼저 말을 꺼낸다. 호텔로 간 여성은 옷을 갈아입을 때 “이쪽은 보지마”라며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갑자기 애교스럽게 변하기도 한다. A 씨는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여자야”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고령자 섹스의 가장 큰 장점은 피임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발기하는 데 시간도 걸리고, 완전히 딱딱해지지도 않는다. 대신 상대도 생리가 끊겼으니 콘돔이 필요 없어서 좋다”라며 “여자의 눈을 가린다거나, 유카타(일본 전통 가운)의 허리띠로 손을 묵거나, 가볍게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 여러 가지로 자극적인 상황들을 연출해가며 여유롭게 즐긴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이런 만남으로 성관계까지 갖는 고령자 커플들이 많은 듯하다. 도쿄 오타구에 있는 한 러브호텔의 종업원은 “특히 평일 오전 10시부터 5시의 서비스타임에는 고객의 대부분이 고령자 커플”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풍속업소를 통해 성욕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B 씨(77)는 4년 전 친구에게 소개받아 처음 서비스를 받은 뒤 지금까지도 손녀뻘 되는 여성과 새로운 성적 경험을 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그는 우선 인터넷에서 가고 싶은 업소를 정하고 사진으로 여자를 확인한 뒤에 예약 방문을 한다. 실제로 풍속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C 양(27)은 “60대 고정고객이 대부분이고, 70대 고객도 많은 편이다. 80대 고객도 두 명 있다. 80대 고객 중 한 명은 삽입이나 사정은 못한다. 대신 함께 누워 이야기하거나 내 몸을 만지며 만족감을 느끼는 듯하다. 또 키스하는 걸 무척 좋아해 20분씩 키스만 하다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라키 교수는 “섹스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삽입만이 섹스는 아니다. 애무나 피부의 접촉,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만으로 성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런 만족감과 설렘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건강하게 장수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일본 남성 헬스 의학회의 요시아키 이사장은 “아침에 자연적으로 발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동맥경화, 당뇨, 메타볼릭, 심근경색 등 성인병의 적신호로 봐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70세가 넘어 에로비디오의 배우로 데뷔해 지금까지 100편 이상의 AV에 출연한 야스다 요시아키는 작년 10월에 만 90세를 맞았다. 그는 <주간문춘>과의 인터뷰에서 “남자나 여자나 이성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젊음의 원천이자 정력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