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 ‘득세’에 박힌 돌들 “당 지킨 우린 바보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11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을 환영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7월 복당파 의원들을 대거 당직에 임명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현재 1차 복당파 의원 13명 중 6명(김성태 원내대표 포함)이 당직을 가지고 있다. 당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는 홍문표 의원이, 당 수석대변인에는 장제원 의원이 임명됐다. 이외에도 박성중 의원은 홍보본부장, 김재경 의원은 중앙직능위원회 의장, 이은재 의원은 대외협력위원장에 각각 임명됐다.
원내대표와 당 사무총장(홍문표)을 복당파가 차지하면서 원내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의원은 “복당이 벼슬인가. 그들이 어떤 공을 세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당을 끝까지 지킨 사람들만 바보가 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한국당 전직 의원도 “언제부터 우리 당이 탈당했다가 돌아오면 이렇게 대접을 해줬나. 보수대통합도 좋지만 안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나갔다오면 다 한자리씩 하는데 앞으로 당이 위기일 때 누가 당에 남아 지키려 하겠냐”고 비판했다.
복당파 의원이 탈당한 지역에서 새로 당협위원장에 임명된 인사들도 불만이 많다. 홍준표 대표가 “당협위원장은 기본적으로 현역 의원이 맡는 게 관행”이라며 복당파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복당파 강길부 의원 지역구인 울주군 김두겸 당협위원장은 “그 사람들 나가고 당을 지킨 것은 우리인데 이제 와서 지역구를 내놓으라고 하면 억울한 점이 왜 없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복당파가) 복당 명분이 좌파 독식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현재 상황을 누가 만들었나. 그 사람들이 탈당 안하고 탄핵 찬성 안했으면 아직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지도 못했다. 자기들이 탄핵해서 좌파 세상을 만들어 놓고는 이제 와서 좌파 독식 막기 위해 복당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 예비 출마자들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복당파 의원들과 함께 바른정당으로 떠났던 시도의원과 지자체장들도 한국당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 지방선거 예비 출마자는 “당을 버리고 떠났던 시도의원과 지자체장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는다면 그동안 당을 살리기 위해 고생한 사람들은 뭐가 되나. 탄핵 사태 이후 당에 남은 사람들이 온갖 욕먹어가며 지역구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할 때 바른정당 간 사람들은 한국당을 욕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특히 복당파가 지방선거 공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해야 할 기존 예비 후보자들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홍 대표 측 관계자는 “당직이라는 것은 전반적인 구성에 맞춰서 하는 것이다. 몇몇 인사가 복당파라고 해서 홍 대표가 복당파에게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사무총장의 경우 보통 3선 의원이 맡게 된다. 당시 당내에 3선 의원 중에 복당파 의원이 많았다. 선택지가 좁아서 홍문표 의원을 임명하게 된 것”이라며 “홍 대표가 김성태 의원을 지지했던 것도 복당파 이런 차원이 아니고 원내대표로 적임자가 누구인가 따져보니 김성태 의원이 적임자라 지지하게 된 것이다. 다른 적합한 인물이 있었다면 다른 인물을 지지했을 수도 있다. 우리 당에 계파는 없다”고 말했다.
복당파인 박성중 의원도 “저는 사실 홍보본부장도 별로 맡고 싶지 않다. 일만 많고 혜택은 없다. 다른 당직을 맡은 복당파 의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현재 당내 전체를 보면 아직도 범친박 의원들이 당직을 많이 맡고 있다. 복당파가 원내 권력을 장악했다는 평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복당파 의원들은 바른정당 가기 전에도 다들 개혁적인 인물들이었다. 홍 대표가 당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그런 인물들을 중용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복당파가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성태 의원을 밀어주며 사실상 계파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우린 한 번도 선거에 대해 서로 논의해본 적이 없다. 심정적으로 같은 복당파인 김성태 의원에게 동질감은 느꼈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완전히 개별적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앞서의 한국당 전직 의원은 “복당파가 아니라 능력이 좋아서 뽑은 것이라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며 “당내 세력이 없는 홍 대표가 복당파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복당파 독주에 대한 불만이 당내에서 커지고 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핵심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에게 복당파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요즘 친박계가 어디 있느냐”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친박 의원실 관계자도 “우리 의원님은 좀 빼 달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복당파가 당 주류로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혹시 자기 사람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몸을 사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