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노숙자 마약 사기 위해 매춘…밤만 되면 그곳은 우범지대로
이렇게만 보면 베를린 시민들의 자부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터. 그런데 놀랍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낮과 밤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낮에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찾는 녹음 짙은 안식처이지만 땅거미가 내려앉은 밤이 되면 마약 밀매, 성매매, 살인 사건 등이 벌어지는 우범지대로 변하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 한쪽 구석에서는 노숙인들이 텐트촌을 이루고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들까지 찾기를 꺼리는 곳이 되고 말았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은 독일의 상징이자 베를린의 상징과도 같은 ‘티어가르텐’이 어쩌다 ‘도심 속의 홍등가’로 변했는지에 대해 보도하면서, 이런 슬럼화가 난민 문제와 맞물려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매춘 만남의 장소는 공원 내 공중화장실이다. 한 고객이 매춘 청년을 기다리고 있다. 매춘 청년들은 보통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출신이 많다. 사진=슈테른
어둠이 내려앉은 월요일 저녁, 티어가르텐의 공중 화장실 앞.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몇몇 남성들이 화장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 가운데는 작은 키에 머리가 절반 정도 벗겨진 페터 레흘리츠(가명)도 있다. 레흘리츠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다름 아닌 성매매를 하기 위해서다. 성을 사기 위해 주기적으로 공원을 찾고 있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성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대부분은 노인들이지만 젊은 사람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용하는 만남의 장소는 바로 공중화장실 앞이다. 때문에 근처 덤불 속에는 사용 후 버려진 콘돔들이 널부러져 있다. 화장실 앞에 서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사전에 암묵적으로 약속한 특정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가령 바지 주머니 안에 한손을 찔러 넣은 채 서있는 식이다. 이런 사람이 있을 경우 매춘부들이 다가와 가격을 제시하게 된다. 이때 매춘부가 꼭 여성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가운데는 놀랍게도 소년 혹은 청년들도 더러 있다.
레흘리츠가 공원을 찾은 월요일 밤에는 평소보다 적은 대여섯 명가량의 매춘 청년들이 화장실 앞에 서있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레흘리츠에게 다가와 가격을 제안했다. 청년이 부른 가격은 20유로(약 2만 5000원). 하지만 레흘리츠는 너무 비싸다며 거절했다. 그는 “그 정도 가격이면 독일 청년을 구할 수 있다. 아니면 적어도 문제 없는 청년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덤불 속에서 이뤄지는 퀵섹스. 오럴섹스 가격은 10~20유로(약 1만~2만 5000원)다. 사진=슈테른
레흘리츠가 ‘문제 없는’이라고 말한 데에는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공원에서 성을 파는 청년들 대부분이 난민이거나 혹은 노숙자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가운데 대부분은 마약 중독자들이기도 하다.
야비드(가명) 역시 그런 청년들 가운데 한 명이다. 레흘리츠와 같은 남성들에게 몸을 팔고 있는 야비드는 강력한 마약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탈메스’ 중독자다. 아프가니스탄 태생인 야비드는 이란에서 자랐으며, 독일로 망명한 것은 2년 전이었다. 이란에서 불법으로 가짜 술을 제조하는 인쇄소에서 일했던 야비드는 이 사실이 발각된 후 중범죄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이자 도망치듯 독일로 건너왔다.
그가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독일에서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무료해서”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 야비드는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었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처음 독일로 건너왔을 때만 해도 야비드는 자신이 공원에서 몸을 팔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저 성매매라는 것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한 마약 판매인이 헤로인을 태우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마약의 일종인 크리스탈메스(메타암페타민)에 중독되어 있다. 사진=슈테른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비단 야비드뿐만이 아니다. 난민 출신의 청년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몸을 파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늘 언젠가 발각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고향인 이란에서는 이렇게 동성애 성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가 사형에 처해지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현재 얼마나 많은 난민 청년들이 티어가르텐에서 몸을 팔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시민단체들은 25~50명가량일 것으로 추산만 하고 있다. 대부분이 아프가니스탄, 이란 출신들이고, 이밖에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청년들도 있다. 동유럽 청년들은 화장실 앞이 아닌 다른 곳을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몸을 파는 청년들 대부분이 마약 중독자들이란 점도 심각한 문제긴 마찬가지다. 크리스탈메스, 헤로인, 대마초 등 취급하는 마약 종류도 다양하다. 마약을 구입하는 비용은 대부분 몸을 팔아서 충당한다.
야비드처럼 개인적으로 몸을 파는 청년들도 있는 반면, 포주를 통해 주기적으로 몸을 파는 청년들도 있다. 난민 청년들이 ‘한지’라고 부르는 독일인 남성이 바로 그런 포주다. 자신의 집에 한두 명의 청년들을 데리고 살고 있는 ‘한지’는 이들에게 숙식은 물론, 때때로 옷을 사주는 등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있다.
난민들을 돕는 봉사단체 ‘모아비트 힐프트!’의 공동창업자인 디아나 헤닝게스. 사진=슈테른
이에 대해 난민들을 돕는 봉사단체인 ‘모아비트 힐프트!’의 공동창업자인 디아나 헤닝게스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베를린에는 ‘한지’처럼 난민 청년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성매매를 시키는 독일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대가로 청년들과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맺으면서 욕구를 해소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아예 방이 여러 개인 집에 청년들을 묵게 하면서 돈을 벌어오도록 시키고 있는 사람도 있다.
헤닝게스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난민 청년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망명 신청을 거부 당하더라도 시민단체로부터 숙소를 제공 받거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데도 이런 사실을 아는 난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성매매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며, 한번 성매매를 시작한 후에는 “당국에 신고할 경우 추방당할 수 있다”라는 식의 포주의 협박에 못이겨 종속관계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티어가르텐이 최근 들어 우범지대가 된 더 심각한 이유는 얼마 전 벌어진 살인사건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9월, 공원 덤불 안에서 목이 졸린 채 숨진 여성의 시체 한 구가 발견됐던 것. 범인은 체첸공화국의 난민 소년인 것으로 추정됐으며, 미성년자인 이 소년은 여성이 가지고 있던 50유로(약 6만 원)와 휴대폰을 가지고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니 티어가르텐에서 조깅을 하는 베를린 시민들은 호신용 스프레이를 소지한 채 운동을 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해가 저물기 전에는 모두 공원을 빠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공원을 드나들길 꺼리는 것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동유럽 난민 청년들이나 노숙자들이 청소를 하기 위해 공원에 들어온 시청 직원들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티어가르텐을 우범지대로 만들고 있는 또 다른 장본인들인 노숙인들은 공원 한쪽에 텐트촌을 이루면서 생활하고 있으며, 주로 슐로이젠 거리와 인접한 곳에서 모여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곳과 가까운 곳이지만 노숙인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쪽이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는 점, 덕분에 적선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만 중요할 뿐이다. 또한 근처에 노숙자 봉사센터가 있다는 점도 노숙인들을 이곳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노숙인들이 철둑에서 야영을 하고 있다. 사진=슈테른
사정이 이러니 베를린 시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베를린 시민들의 원성과 난민 문제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녹색당 소속인 슈테판 폰 다셀 베를린 시장은 통제 불능이 된 티어가르텐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 온갖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친난민 정책을 펴고 있는 녹색당 소속인 까닭에 노숙인들이나 난민들을 강제 추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좌파인 사민당과 녹색당이 우세한 베를린에서 난민을 추방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에 베를린 시는 주기적으로 공원 안의 노숙인 텐트촌을 철거하는 식으로 행정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 별로 효과가 없는 게 사실이다. 3일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원상복귀되곤 하기 때문이다. 잠시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났던 노숙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 텐트를 설치하고 노숙을 하곤 한다. 실제 지난해에만 무려 80차례의 철거가 이뤄졌지만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시청 직원들이 노숙인들에게 당하는 수모는 날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한 시청 직원은 공원에서 텐트를 철거하다가 한 노숙인에게 오줌 세례를 받기도 했었다. 또 한 직원은 베를린 시장에게 “더 이상은 이렇게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견딜 수 없을 겁니다”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현재 베를린에는 3000~6000명가량의 노숙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가운데 외국인들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노숙인들의 수가 줄기는커녕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빈부의 격차가 심해질수록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슈테른>은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