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정부 홀대 13년째 예산 집행 3.3%
광주시의 ‘5대 문화권 조성사업’이 13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광주광역시 전경.
또 하나의 핵심 축으로 광주시가 추진 중인 ‘5대 문화권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정부의 무관심과 홀대, 지원 부족 탓에 사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최근에는 애초 7개 문화권 조성사업이 5개 문화권으로 축소되는 등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광주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핵심인 7대 문화권 사업을 5대 문화권으로 재설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시가 5대문화권으로 바꿔 추진하게 된 것은 ‘7대문화권 조성사업 수정계획 연구 최종보고회’ 권유에 따른 것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또 하나의 핵심축 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무관심과 비현실적인 사업들로 인해 13년째 지지부진한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7대 문화권 사업 연구 용역을 맡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지원포럼’은 8일 최종 연구보고회에서 “현재의 7대 문화권 사업은 다변화하는 문화환경을 능동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시 차원의 도시공간계획이나 전략산업과 결합력이 낮아 조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7대 문화권 중 공간적으로 인접한 ‘문화전당권’(구도심 일대)과 ‘아시아문화교류권’(남구 양림동 일대)을 ‘문화전당 교류권’으로 통합하고 ‘문화경관 생태환경보존권’(무등산, 영산강, 광주호 일대)은 시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문화전당·교류권은 문화전당 창작 콘텐츠 생산기반 강화, 5·18 및 문화 다양성의 재현, 문화전당권과 기존 문화교류를 포함하는 교류사업 등을 추진한다. 핵심 시설로 국립근대미술관, 시민예술촌, 근대역사문화관, 유스호스텔, 아시아문화다양성증진센터, 호남의병기념관 건립 등이 제시됐다. 광산구 비아 일대의 아시아신과학권은 융합문화과학권으로 명칭을 바꾸고 송암산단 등을 추가했다. 4차 산업 혁명과 연계한 융합과학 콘텐츠 생산기반 구축, 문화기술 R&D와 핵심인력 양성, 한국문화기술(CT)연구원 설립 등을 한다.
아시아공동체문화권(남구 칠석·대촌 일대)에는 전통문화와 공동체 문화 확장, 공동체 계승을 위한 상징적인 문화축제가 추진되며 아시아전승문화기술센터 설치, 아시아수공예 테마파크조성 등을 제안했다. 서구 마륵동 일대 미래교육문화권에는 상상파빌리온, 에듀파크, 에듀컬처 시범학교 및 에듀타운 조성 등이, 시각미디어문화권에는 광주비엔날레 기반 확대 등을 위해 광주비엔날레관 신축, 국제창작스튜디오 조성 등이 계획됐다. 광주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 문체부에서 추진하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조성 종합계획에 이 사업 내용을 수정·보완해 포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7대 문화권 사업의 재수정 권고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전남대 산학협력단 용역보고서에서도 정체성 미흡과 사업 중복 등으로 조성사업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며서 7대 문화권을 5대 문화권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었다. 그로부터 벌써 6년이 흘렀다. 이 사업이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점에 비춰보면 무려 13년이 넘도록 진전이 없었다.
이 사업은 광주 도심 전체를 5대 권역으로 특화해 문화거점을 설정한 것으로 문화가 도시 곳곳에서 흐르는 도시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이다. 하지만 중앙 정부 지원 미흡에다 그동안 정부는 물론 광주시, 지역사회는 문화전당 완공에만 치중해왔을 뿐 7대 문화권 조성사업의 추진과정이나 조성방향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대처해왔다.
애초 5대 문화권 사업은 사업 기간이 2004년부터 2023년까지다. 총사업비는 1조 1188억 원으로 국비 4103억 원, 시비 3347억 원, 민자 3738억 원 등이다. 그동안 사업은 사실상 걸음마 단계에 머물렀다. 문화전당 건립이 유일할 정도다. 전체 사업비도 1조 1188억 원 중 실제 집행액은 3.3%인 366억 원에 불과했다. 서구 마륵동 공군 탄약고 부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문화권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5대 문화권 가운데 현재 활발하게 추진 중인 사업은 ‘문화전당권’과 ‘아시아문화교류권’ 2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5대 문화권 조성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연차별 실시계획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7조에 의해 수립되는 법정계획으로 목표년도 전전년도에 광주시가 수립한다. 이 계획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얻으면 기획재정부의 예산심의를 거쳐 국비를 지원받아야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연차별실시계획에 포함된 세부사업들이 상당수 미승인 상태거나, 승인받았다 해도 국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출범 등 정치적 상황 변화는 호재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정상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된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거쳐 빛을 보게 될 지 광주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광주시도 아시아문화조성사업 기간을 2023년에서 2028년으로 연장하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의 효력기간도 2026년에서 2031년으로 연장해 줄 것을 건의했다. 국고보조금 지원의 현실화를 요구한 상태다.
이원철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