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긁적긁적 복덕방 아저씨 같았다”
이희호 여사는 자서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이던 시절,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독대’했던 사연을 공개한 바 있다. 청주교도소에 무기수로 수감돼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면회 가던 1982년 2월 초. 이 여사는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허화평 씨로부터 전화를 받게 됐고 얼마 뒤 전두환 대통령을 두 시간 남짓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여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시키려 했던 ‘수괴’의 안사람을 상대로 동네 복덕방 아저씨가 아주머니 대하듯이 일상적으로 대했다”고 말했다. 때로는 바지 자락을 올리고 다리를 긁적거리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분이었다고.
그러나 고대하던 삼일절 특별사면 대신 형량만 20년으로 감형되었던 것. 이 여사는 “많은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엎드려 간청하며 매달렸더라면 더 감형이 되었을까. 그러나 남편이나 나나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죽으면 죽었지, 할 수 없는 굴종이었던 것이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이희호 여사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전직(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다. (김 전 대통령이) 외국 방문 후 꼭 전직 부부를 청와대에 초청해 방문 성과를 설명해 주며 만찬을 성대하게 준비해 주고 선물도 섭섭하지 않게 해 주셨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을 겨냥한 듯 “어떤 대통령은 그런 것을 안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도 전직들 의견을 잘 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특유의 말솜씨는 정가에서도 내로라할 정도다. 이희호 여사는 자서전에서 전직 대통령 부부와의 만찬에 대해 “대통령 테이블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리고 배우자 테이블에서는 이순자 여사가 화제를 유쾌하게 이끌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