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김상조 공정위장 등 귀엽고 깜찍한 ‘얼개표’ 캐리커처, 트위터에서 뜨거운 인기 몰이 하는 까닭
특히 정치인의 캐리커처는 요즘 선거에서 정말 중요합니다. 귀엽고 친근한 캐리커처는 유권자에게 각인된 권위적인 이미지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센스 넘치는 ‘캐리커처’가 곧 ‘선거 승리’로 직결되는 법이죠. 선거철이면, 정당들이 너나할 것 없이 ‘캐릭터 전쟁’에 몰두하는 이유입니다.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을 ‘3등신 귀요미’로 그려낸 캐리커처로 유명한 작가가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얼개’입니다. 얼개가 민주당 인사를 캐리커처로 그려내면, 갑자기 그 정치인은 인기가 폭발합니다. 누리꾼들은 얼개가 그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캐리커처에 열광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얼개는 새로운 정치인 캐리커처를 공개했습니다. 캐리커처들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어떤 특징을 담아냈을까요? <일요신문i>가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와 함께 캐리커처를 분석했습니다.
얼개는 2016년 당시 <응답하라 1988> 등장인물들을 귀엽고 현실감 넘치는 캐리커처로 이름을 떨친 작가입니다. 정체는 베일에 쌓여있지만 본명은 박소리(여․33), 피아노 과외와 행사 연주를 하하고 밤 시간 대에 작품 활동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얼개의 트위터 인기는 상당합니다. 얼개가 공식 트위터에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캐리커처를 올리면, 평균 약 1000건의 리트윗 수를 기록합니다. 얼개는 트위터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와 인물 연구 캐리커처 트위터입니다”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습니다.
전현희 의원 캐리커처(좌)와 실제 모습. 얼개 블로그 캡처와 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얼개는 새로운 캐리커처를 공개했습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 캐리커처가 보이시나요? 캐리커처는 전 의원의 상징인 샛노란 해바라기를 담았습니다. 전 의원의 턱선을 둥글게 그려낸 탓에, 귀엽고 푸근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한 트위터 회원은 “전 의원이 드디어 ‘문빠’ 반열에 올랐네요, 아무나 주어지는 게 아닌데…”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다른 회원도 “완전 똑같아요, 전 의원님이 좋아하시겠네요”라는 댓글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전 의원은 얼개 캐리커처를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했습니다. 전 의원은 “트위터를 들어가서 보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깜짝 놀랐어요. 얼개가 그린 정치인 캐리커처를 보면서 부러워했었는데, 선물을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웠어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얼개가 그리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인사가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립니다. 전 의원도 “얼개라는 분이 문 대통령의 열광적인 지지자라고 들었습니다. 주변 분들이 ‘얼개가 캐리커처를 그린 의미를 잘 아시죠’라고 했어요.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인정을 받아 기쁩니다. 물론 그만큼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미지 전문가들은 전현희 의원 캐리커처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정연아 이미지 테크 대표는 “전현희 의원은 평소 튀는 언사를 하지 않습니다. 정도를 걷는 이미지가 있어요. 캐리커처가 단정한 헤어스타일인 이유죠. 특히 해바라기가 독특해요. 국민들만 바라보면서 나아가겠다는 전 의원의 정치철학을 담았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캐리커처(좌)와 실제 모습. 얼개 블로그 캡처와 연합뉴스
얼개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바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입니다. 한 트위터 회원은 “김 위원장의 모습은 ‘태권V 노래’를 흥얼거리게 합니다. 정의를 상징하는 태권V가 캐리커처에서 보여요. 결기가 서린 모습은 물론 맑음이 꽉 차있네요”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다른 회원은 “날갯짓 소리가 없기에 비밀스럽게 접근해서 덮칩니다. 부엉이 관상 김상조에 먹이로 찍히면,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잘 그려냈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연아 대표는 “캐리커처에서 엄한 훈장 같은 이미지가 보입니다. 턱이 동글동글하지 않아요. 양 볼에선 고집과 소신이 느껴집니다. 입매도 다부져요. 소신 있게 재벌개혁의 길을 가달라는 얼개의 바람이 담겼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의 전 의원 캐리커처에 비해, 김 위원장 캐리커처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툭 튀어나온 볼에선 ‘재벌 저격수’로 공정위에 입성한 김 위원장의 고집이 보입니다. 안경은 광대 아래쪽을 완전히 덮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출신 특유의 깐깐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 캐리커처(좌)와 실제 모습. 얼개 블로그 캡처와 연합뉴스
얼개의 따끈따끈한 신작!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입니다. 이정도 비서관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이니굿즈(찻잔+시계)’세트의 공급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죠.
이정도 비서관은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입니다. 지방대를 나와 기재부 7급 출신으로 시작해, 기재부 국장으로 승진한 뒤 청와대에 입성한 인물입니다.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캐리커처에서 근업하고 고집스러운 면이 보입니다. 오직 한 길만 바라보고 살아온 이미지도 보이네요. 흙수저라는 삶의 배경에 걸맞게 그렸습니다. 풍파도 많이 보여서 ‘고생 끝에 여기까지 왔다’는 모습도 있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얼개의 간택(?)을 받는 기준이 좀 느껴지시나요? 얼개는 그야말로 파격! 문재인 정부에서 파격적인 인사로 오르내리는 인물을 그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전현희 의원은 서울 강남에서 24년 만에 민주당 깃발을 꽂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김상조 위원장도 평생 동안 시민단체의 수장을 이끌어온 경제학계의 ‘아웃사이더’였지만 문재인 정부에 입성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좌)와 실제 모습. 얼개 블로그 캡처와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사법연수원 15기)은 임명될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보다 13기수 아래였습니다. 대법관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례와 기수를 뛰어넘은 인사였죠. 얼개의 깐깐한(?) 기준이 여기서도 적용된 것입니다.
캐리커처에서 사법부의 딱딱한 권위는 온데간데없습니다. 푸근한 인상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블로그 회원들은 “너무 똑같네요. 웃음마저도 똑같아요. 캐리커처가 김명수 대법원장 그 자체입니다. 역시 얼개님은 금손입니다”라고 호평했습니다.
그렇다면, 작품 의도는 뭘까요?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김 대법원장의 실제 이미지는 좀 더 지적이고 차분합니다. 하지만 캐리커처는 더 코믹하고 어수룩하게 나왔어요. 이정도 비서관과는 달리, 약간 나사가 풀린 느낌이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법원장이 ‘수더분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작가의 의지가 보이네요. 포근한 아저씨같은 법관이 사법 개혁을 완수해달라는 바람입니다”라며 “특히 은색 빛깔의 흰머리와 처진 입 꼬리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돋보이게 만들고 있어요”라고 분석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캐리커처(좌)와 실제 모습. 얼개 블로그 캡처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캐리커처입니다. 앙다문 입술이 보이시나요? 피부가 훤히 보이는 투명한 안경테와 2대8 가르마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흰머리까지, 문 대통령의 인상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하얀색 빛깔의 셔츠에 있는 ‘주름’도 세밀하게 재현했습니다.
문 대통령 캐리커처에는 어떤 이미지가 담겨있을까요?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2대8 가르마를 강조했어요. 인자한 인상을 지닌 의사가 보입니다. 입매가 아래로 쳐진 점도 마찬가지에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유의 정치인 얼굴은 아닙니다. 병을 고치듯, 대한민국의 적폐를 청산해달라는 작가의 의식이 투영됐어요. 또 이만큼 여유 있는 캐리커처를 본 적이 없습니다. 승자의 여유가 물씬 풍겨나네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숙 여사 캐리커처(좌)와 실제 모습. 얼개 블로그 캡처와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일심동체’. 바로 영부인 김정숙 여사 캐리커처입니다. 얼개가 공개한 최신작으로, 트위터에서 뜨거운 인기를 모았습니다. 8월 17일 김정숙 여사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대회에 참가한 해외 한인여성리더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했습니다. 당시 연설 모습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얼개는 트위터에서 “여사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표정이 마치 노래 부르는 것 같아서 한번 그려보았습니다”고 작품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한 블로그 회원은 “김정숙 영부인 캐리커처가 정말 아름답네요. 인자하고 러블리한 모습을 표현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숙 여사 캐리커처의 리트윗수는 약 1600건을 기록했습니다. 양쪽 볼에 살짝 비치는 홍조가 빨간 코트와 어울리면서 아기자기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김정숙 여사의 캐리커처를 누가 미워하겠어요. 사랑스럽지 않나요? 최고의 캐리커처가 아닌가 싶네요. 푸근한 아줌마, 살림살이를 잘하는 가정주부의 모습이 보입니다.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에 딱 알맞아요”라고 평했습니다.
얼개는 문 대통령과 측근들을 형상화한 캐리커처로 유명세를 끌고 있습니다. 얼개가 그리면 SNS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귀엽고 깜찍한 캐리커처를 만나본 소감이 어떠신가요? 얼개의 다음 작품이 간절하게 기다려지네요.
(문재인 정부의 ‘실력자’들, 얼개표 정치인 만화 캐리처커2에서 이어집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