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수십개씩 가져가는 고객은 물론 ‘빨대도둑’ SNS 인증글까지... ‘민폐’ 고객으로 불러야 하나?
혹시 ‘빨대도둑’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커피를 먹기 위해서는 빨대가 필요합니다. 빨대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카페 이곳저곳에 비치됩니다. 커피와 음료가 나오면 컵에 빨대를 꽂아 먹습니다. ‘빨대도둑’은 빨대를 약 20개~30개씩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빨대 도둑’을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내 돈 내고, 내가 먹는데, 빨대를 몇 개를 가져가든 무슨 상관이야” VS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입장이 대립합니다. 빨대의 적정량에 대해 설전이 오가는 이유입니다.
과연, 우리는 빨대를 많이 가져가는 사람을 향해 ‘도둑’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 비난은 정당한 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민폐를 끼치는 사람일까요? 빨대를 얼마나 가져가야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요? <일요신문i>가 ‘빨대도둑 논란’을 추적했습니다.
서울 용산 스타벅스 전경. 박정훈 기자(기사와 관련 없음)
‘스타벅스’는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은 무려 1조원. 커피전문점 단일 브랜드 최초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으며, 이는 업계에서 압도적 1위입니다. 역 주변은 물론 건물마다 스타벅스의 초록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사진 속, 스타벅스의 빨대가 보이시나요? 스타벅스는 커피에 빨대를 꽂아주지 않습니다. 커피와 음료가 나오면, 고객이 일명 ‘컨디먼트바(컨디바)’에 가서 빨대를 꽂아야 합니다. 컨디바는 고객이 취향에 따라 재료를 추가하고 휴지와 빨대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스타벅스 컨디바. 박정훈 기자
그렇다면, 실제로 빨대를 많이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스타벅스 전직 직원 A 씨는 “보통 일을 하면서 막내들이 30분마다 한 바퀴를 돌면서 없는 물품을 채웠습니다. 1층엔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2층과 3층에서 빨대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짜증이 났어요”라고 밝혔습니다.
A 씨는 “30분마다 확인했는데 그렇게 빨리 사라질 수는 없어요. 누군가 가져간 게 분명합니다. 자꾸 채워 넣어야 했기 때문에 짜증났어요. ‘왜 그렇게 많이 가져갈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2층과 3층에서 아예 빨대를 치우는 매장도 있었습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전직 직원 B 씨는 “매장에 필요한 물픔은 전부 본사에서 옵니다. 음식은 매일 저녁에 들어오고 휴지와 빨대는 일주일에 두 번 들어와요. 빨대를 아예 치우는 점장도 있습니다. ‘2층과 3층에 반만 채워 넣으라’는 매뉴얼도 있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빨대를 많이 가져가는 고객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요? 스타벅스 관계자는 “‘빨대 도둑이 있다’는 얘기도 처음 들었어요. 일부 고객들의 행동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매뉴얼이나 지침을 내린 적은 없습니다. 고객들 스스로가 윤리적으로 판단할 부분입니다. 특별한 조치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고 밝혔습니다.
빨대도둑 인증글.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SNS에서는 ‘빨대도둑’ 인증글도 보입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의 한 회원은 수북이 쌓인 빨대와 함께 “XX한테 빨대 몇 개만 챙겨가자고 했을 뿐인데, 역시 손이 크다. 나쁜짓은 친구 시키는…”이라고 밝혔습니다.
게시물에는 “#스타벅스, #빨대, #손큰친구, #빨대도둑 #경찰불러”라는 해시태그가 달렸습니다. 다른 회원은 “나도 저만큼 가져왔다”라는 댓글도 달았습니다.
‘빨대 도둑’ 인증글. 인스타 그램 화면 캡처
다른 게시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인스타그램 회원도 ‘#스타벅스빨대도둑’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한 움큼을 쥐어왔는데 마음에 든다. 이제 공공의 적 되는 것인가”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많은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SNS 인증글은 일부 고객들의 장난입니다. 저희는 고객을 도둑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빨대를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 따로 지침을 내린 적도 없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스벅 빨대를 많이 가져가는 것일까요? 앞서의 직원 A 씨는 “20~30개 씩 많이 가져가는 고객을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10개씩 가져가는 고객들의 연령대는 다양했습니다. 젊은 층도 많고 노년층도 있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빨대를 가져가는 이유는 뭘까요? 앞서의 직원 B 씨는 “보상심리가 있습니다. 스벅 커피는 비싸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빨대가 하나하나마다 포장이 돼있습니다”고 전했습니다.
스타벅스 콜드컵 사진. 박정훈 기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스타벅스 단골 고객 C 씨는 “스타벅스 텀블러가 너무 예뻐서 구매했어요. 텀블러에 부착된 플라스틱 빨대를 자주 사용합니다. 빨대 세척용 솔이 있는데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번거로워요.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먹고 또 물을 마시고 다시 텀블러에 차를 담으면, 빨대가 더럽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매장에 커피마시러 갈 때마다 일회용 빨대를 가끔 가져올 수밖에 없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해외에서는 스타벅스 빨대를 둘러싼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2015년 5월 미국 뉴욕 퀸즈의 한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인 멜리사는 고객이 빨대를 훔쳤다고 오해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페나파 카스트로는 이 상황을 영상에 담아 페이스북에 공개했고 23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페나파 카스트로의 페이스북 영상 캡처
영상 속에서 멜리사는 “빨대 내놔(Give me the straw)”라고 고객에게 소리쳤습니다. 멜리사가 격앙된 모습을 보인 순간 손님은 당황했습니다. 멜리사는 “나가(Get out), 경찰 불러요(call the cop)”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손님을 내쫓으려고 했습니다. 손님이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빨대를 훔쳤대요(She say I steal it)”라고 설명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디야 전경(기사와 관계없음). 박정훈 기자
스타벅스 뿐만이 아닙니다. 기자는 최근 이디아에서 빨대를 순식간에 많이 가져가는 고객을 목격했습니다. 50대 중년 여성은 이디아 카페 2층에서 약 50개 정도의 빨대를 손으로 슬쩍(?) 가져와 쇼핑백에 담았습니다.
이디야 관계자는 “빨대를 너무 많이 가져가는 분들이 많아요.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칫 고객에게 무안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서 조심스럽습니다. 쓰지도 않을 빨대같은데, 좀 당황스럽습니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알바 경험이 있는 윤 아무개 씨는 “모든 분들이 많이 가져가는 건 아닙니다. 간혹 가져가는 분들이 있어요. 일하는 입장에서 난감하죠. 안에서도 커피를 만드느라 바쁜데 밖에서 빨대를 찾아줘야 합니다. 빨대를 꺼내 놓는 정책 때문에 고객도 손님도 불편감을 느끼는 상황이었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빨대를 가져가야 ‘절도죄’가 성립될까요? 경찰 관계자는 “빨대를 적당하게 가져가면 법 위반은 아닙니다. 해프닝에 불과하기 때문에 처벌할 수는 없어요. 주의가 필요하죠. 하지만 50개 이상씩 빨대를 뭉텅이로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문 아무개 씨(여․33)은 “뭉텅이로 가져가는 건 좀 추잡스럽게 보이긴 해요. 그래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줬으니까 사람들이 가져가는 것 같습니다. 카페 측에서 공지해야 하는 부분이지, 개인의 잘못은 아닙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이무개 씨(여․32)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는 커피값도 비싸요. 그만큼 빨대 등 부대비용이 커피값에 포함된 것입니다. 그리고 안내 문구가 없다면, 가져가는 사람들의 자유 아닌가요. 진짜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도 있는데 왜 문제 삼는 것인지 모르겠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아무개 씨(30)는 “많이 가져가면 좀 민폐죠. 하지만 카페에서 인건비를 줄이려고 전부 셀프로 돌리려다가 저런 사태까지 생긴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여러분은 ‘빨대 도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빨대를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사람을 향해 우리는 ‘도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