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와이파이 예산 삭감’ 논란 추적, 일부 지자체 및 외국인들 ‘스튜핏’! 외치는 까닭
최근 국회를 통과한 ‘2018년도 정부 예산안’에 유독 주목받고 있는 ‘삭감 예산’이 있습니다. 정부의 버스 공공 와이파이(Wi-Fi) 설치 예산이었습니다. 기존 12억 5000만 원이었지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약 6억 원 정도 감액된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와이파이를 사용하도록 해서 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였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예산이 줄어들었습니다.
한국당은 “아이들이 와이파이를 이용해 버스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반면 정부 여당과 버스 와이파이 사업을 도입한 일부 지자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일요신문i>는 ‘버스 와이파이 예산 삭감’ 논란을 파헤쳤습니다.
버스 운행 사진. 연합뉴스
여러분은 버스에서 와이파이(Wi-Fi)를 사용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지하철에서는 KT·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통신망에 가입한 시민들이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해왔던 셈이지요.
하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내버스에서는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KT·SK텔레콤 등 통신사에서도 가입자에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인천, 제주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버스 와이파이가 전무한 것이 현실입니다. 와이파이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 한도’가 정해진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버스 정류장 사진
그래서!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부는 버스 와이파이 지원(신규, 4200대) 사업으로 12억 5000만 원을 ‘2018년 정부 예산안’에 포함했습니다. 두 달 전 국정기획자문위가 통신비 절감대책으로 버스 와이파이 확대를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정보부 관계자는 “버스를 이용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씁니다. 공공 와이파이를 적용하면, 출퇴근이나 이동 중에 데이터를 무료로 쓸 수 있어요.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인터넷 이용이 가능합니다”라며 정책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통신사 가입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접속’만 하면 마음껏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그런데! 버스 와이파이 관련 예산은 11월경 예산안조정소위원회(조정소위)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습니다. 자유한국당에서 예산안을 감액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여기서 뜻밖의 논리가 등장했습니다. 아래는 김기선 의원의 주장이라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버스에서 와이파이 사용하는 것까지 권장해야 하나. 우리 아이들 그렇지 않아도 휴대폰 갖고 허구헌 날 살고 있는데 우리가 이것까지 (하는 것은) 교육상으로 안 좋아 이런 것 권장하면 안 된다.“
버스에 올라타는 아이들. 연합뉴스
버스에 와이파이를 설치하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더욱 오래 사용한다? 여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젊은 층을 상대해 보면 문제가 얼마나 큰지 안다. 젊은이나 미래세대를 위해 원안대로 통과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아이들이 버스에서 하루 종일 핸드폰 하나요? 기본적으로 사고의 철학 차이입니다. 어른들도 휴대폰을 ‘허구헌날’ 버스에서 이용해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엄청난 통신비를 절감하자는 취지인데 한국당이 무작정 반대를 하고 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12월 6일 결국 버스 와이파이 설치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6억 원이 삭감됐습니다. 예산이 ‘반토막’난 것입니다. 당초 예산 삭감 과정에서 김기선 의원이 지대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버스 출근길. 연합뉴스
그렇다면, 정말 김기선 의원이 ‘아이들’ 관련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일까요? <일요신문i>는 12월 7일 김기선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김기선 의원은 “그런 취지의 말을 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뭘 하고 있나’ 보면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요. 거리에서도 차안에서도 심지어 엘리베이터에서도요. 버스 와이파이는 이런 흐름을 더욱 권장하는 정책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재호 의원은 “회사원과 학생들도 인터넷을 합니다. 누구는 비싼 요금제(데이터 무제한)을 써야 할 수 있는데 일반 서민들은 못합니다. 정보력이 떨어져요. 미래세대의 공기와 같은 와이파이를 한국당이 무작정 반대하고 있어요”라고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과기부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이 버스에서 공공 와이파이로 오래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지만 학생들도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집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을텐데 장소로 특정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기선 한국당 의원(좌)와 박재호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김기선 의원과 박재호 의원의 주장이 또 부딪힌 지점이 있었습니다.
김기선 의원은 “통신 영역에서도 가스, 수도처럼 수익자 부담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지자체 예산으로 해야 하지, 국비를 투여할 문제는 아닙니다. 지자체가 통신사와 협의해 와이파이를 설치하면 충분합니다. 심지어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하고 있는 지자체는 예산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요”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재호 의원은 “버스도 지금 공영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국가가 버스를 사주는 상황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와이파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시골은 다릅니다. 중소도시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합니다. 통신비 절감이 시급해요”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기부 측은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과기부 관계자는 “의원이 착각한 것입니다. 구축 대상 자체가 기존에 설치된 지자체를 배제하고 있어요. 상임위에서도 원안으로 통과된 사업인데 예결위에서 삭감됐습니다. 4400대 설치를 예상했지만 예산이 깎여 고심 중입니다”고 토로했습니다.
제주도 공공 와이파이 관련 포스터. 연합뉴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지난 6월부터 대중교통 개편에 맞춰 버스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개통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6월부터 와이파이를 개통해 운영한 결과, 8월 30일 당시 하루 데이터 사용량이 개편 전 0.43TB(테라바이트)에서 개편 뒤 1.07TB 2배 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통신비 절감 효과도 상당합니다. 9월 20일까지 전체 이용자 수가 7만 8715명으로 집계됐고 지금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243TB, 같은 용량을 데이터를 버스 이용객들이 개별적으로 구매해 사용했을 때의 월 평균 비용은 8억 3047만 원이었습니다.
해외 관광객들과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간대에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외국인이든 도민이든 제주도에 있음을 인증만 하면 누구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모든 버스, 이용객 10만 명 이상의 버스 정류소, 환승 버스 정류소에 와이파이를 설치했습니다”고 전했습니다.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하지만 제주도 측도 국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왔습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버스 와이파이는 반응이 상당히 좋아요. 설치비용보다 외적인 효과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익을 고려한다면, 버스 공공 와이파이 예산 6억 원은 너무 적어요. 예산 감액에 공감할 수 없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시도 난감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버스 무료 와이파이 사업은 박원순 시장의 민선 6기 공약입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버스에 와이파이를 개통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인터넷을 오래한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됩니다. 공공 와이파이는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대학생과 어르신들을 위한 사업이기도 해요. 국비에 맞춰서 하는 사업인데 아무래도 물량이 줄게 될 것 같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이성진 인턴기자 lsj@ilyo.co.kr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버스 와이파이 예산 삭감 논란 국내 공공장소 곳곳에 설치된 와이파이 존은 외국인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IT강국 한국이 자랑하는 일종의 관광자원이기도 하죠. 이번 와이파이 설치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해 외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기자는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한국외대 앞거리로 나섰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은 한국의 ‘와이파이’ 인프라에 하나같이 놀라워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가 자신들의 고향보다 편리하게 구축돼있기 때문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건너온 모리이즈미 카나코 씨는 “일본엔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요. 더군다나 속도가 느려 짜증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와이파이를 마음껏 쓸 수 있어 좋았습니다”라고 한국의 와이파이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러시아 교환학생 에카테리크 브도벤코 씨는 “러시아의 경우 수도인 모스크바를 제외하곤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어요. 하지만 한국은 와이파이가 곳곳에 잘 구축돼 있었습니다. 확실히 편리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와이파이 편의성은 외국인들의 폰 사용량도 늘리고 있었습니다. 베트남 유학생 타이 푸엉 씨는 “한국에서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인지 외국인들은 서울시가 계획하는 버스 와이파이 설치가 기대되네요”라고 밝혔습니다. 버스 와이파이 정책이 도입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것이 대다수 외국인들의 의견입니다. 스마트폰 사용 모습. 연합뉴스 외국인 대학생들은 주로 공항에 도착해 일정기간 동안 정해진 한도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심카드를 사용해왔습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와이파이 정책은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매달 말이면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독일 교환학생인 팀 슈마츠 씨는 “선불 심카드를 사용하면 데이터가 항상 부족합니다. 버스 와이파이 정책이 시행되면, 외국인들이 굉장히 좋아할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앞서의 타이 푸엉 씨는 “데이터 대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어, 지금 사용하는 심카드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심카드를 사용해도 될 것 같네요”라고 설명했습니다. 타이 푸엉 씨는 또 “특히 와이파이 확충은 한국에 막 도착한 외국인들에게 매우 용이할 것입니다. 심카드를 미리 준비 못해 데이터를 곧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버스 와이파이가 심카드 공백에 도움을 준다는 뜻입니다. 중국 유학생 왕수현 씨는 “외국인들은 스마트폰으로 ‘길찾기 어플’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버스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행선지를 알아본 후 움직인다면 정말 용이할 것입니다”이라고 말했습니다. 외국인들은 야당이 내세운 반대 논리에 대해 공감하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온 스티진 에든보스흐 씨는 “아이들 관리는 국가가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하는 것입니다”라며 “정치인들의 논리는 예산 삭감과 연관성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인 학생 소리마치 마유 씨도 야당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했습니다. 소리마치 마유 씨는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놀이 수단으로만 사용하지는 않습니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의 타이 푸엉 씨는 “아이들이 하는 게임 중에는 와이파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야당의 근거는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의 팀 슈마츠 씨는 “이미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 한국에서 정쟁을 벌이는 건, 정치인들이 어떤 꿍꿍이가 있어 그런 것은 아닐까요”라고 반문했습니다. [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