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군’ 때마다 ‘멍군’ 수 절묘하네
정부 측 선봉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등재돼 있다. 또 박현주 회장의 동향 선배이자 여수 경도개발 동지인 이낙연 총리도 건재하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공정위와 금융위 조치에 맞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대우증권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심사를 보류했다.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주된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보류 결정 직후 미래에셋대우증권은 7000억 원 규모의 우선주 발행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증자에 성공하면 현재 7조 3000억 원 수준인 자기자본이 8조 원을 넘어선다.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이 가능해진다.
발행어음 사업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자기 어음을 발행하고, 조달 자금을 기업금융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초대형 IB의 주요 사업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만 사업 인가를 받은 상태다.
IMA는 고객이 맡긴 원금을 보장하면서 증권사가 회사채 등에 투자해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통합 계좌다. 발행어음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이다. 일단 자기자본 8조 원을 넘기면 금융당국 인가 절차 없이 업무에 착수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제도를 도입한 주인공으로 금융감독 당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한때 청와대에서 금융위원장직을 수차례 제안했으나 끝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 전 원장 역시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김석동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직보다 한 단계 위인 경제부총리로 전격 기용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공정위의 칼날이 매서울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박 회장의 응수도 치밀하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7월 블루마운틴CC의 운영권을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벨롭먼트에 양도했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가족회사다. 와이케이디벨롭먼트가 가족회사의 자회사이기는 하지만 여수 경도 종합리조트 투자를 맡은 기업이다. 신생이지만 외국인 투자까지 이뤄진 전문기업에 일감을 넘기면 공정위도 머쓱해질 수 있다. 한청수 블루마운틴CC 대표는 와이케이디벨롭먼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의 핵심은 박 회장과 가족들이 직접 지배하는 기업들이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가 소유한 자산에서 일감 또는 이권을 챙기고 있느냐다. 미래에셋컨설팅이 유력한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관리를 주 사업으로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과 부인, 자녀 등의 개인회사지만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고 있으며 미래에셋의 펀드들이 투자한 부동산을 관리해주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 박 회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독특한 점은 일감을 몰아준 주체가 ‘계열사’가 아닌 ‘펀드’라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계열사에 해당된다. 횡령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지만 미래에셋컨설팅이 적자를 내고 있어 이마저도 애매하다. 즉 ‘밑지는 장사’를 했으니 펀드 투자자들의 이익을 해쳤다고 단정짓기도 어려운 셈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여수 경도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와이케이디벨롭먼트 지분 3분의 2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시노레인보우(Sino Rainbow)라는 홍콩기업이 갖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에 문제가 생기면 와이케이디벨롭먼트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여수 경도개발 프로젝트는 사업 배경이 탄탄하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 심의에서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의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편입을 승인했다. 전남지사 때 경도개발을 적극 추진했던 이낙연 총리가 상경한 직후 이뤄진 일이다.
경제자유구역 편입 혜택은 엄청나다. 투자자는 세금·부담금 감면 등을 받을 수 있다. 개발시행사업자인 전남개발공사는 조성 토지를 원가 이하로 매각할 수 있고, 국가와 지자체 재산을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빌려 주거나 매각할 수 있다. 경도로 진입하는 연륙교 건설에서 예상 사업비(620억 원)의 상당액을 국비로 받는 근거도 마련됐다.
매년 미래에셋캐피탈을 괴롭히던 지주회사 강제 전환 걱정도 덜었다. 공정거래법상 회사의 총자산에서 자회사 지분가치가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캐피탈은 자동차할부금융업 진출로 총자산을 늘렸다.
또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에 자사주를 넘겨 미래에셋캐피탈의 연결재무제표 범위에서 벗어났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생명 역시 미래에셋캐피탈의 직접 지배를 받지 않게 됐다. 2대, 3대 주주로 간접 지배한 자회사 지분 상황은 지주회사 전환 요건에서 제외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이 과거 연말마다 부채를 키워 총자산을 늘리는 식으로 규제를 피했다면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은 셈이다.
물론 박 회장 측에 부담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 증자에 참여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 소유 한도를 자기자본의 150%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2017년 6월 말 기준 자기자본(8483억 원) 대비 계열사 주식 장부 가격(1조 2234억 원) 비중은 145.41%로 해당 요건에 턱걸이한 상태다. 1300억 원 규모의 미래에셋대우증권 우선주를 추가하면 이 비율이 150%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또 김석동-김광수 사외이사가 금융위원장-금감원장에 기용되지 못한 배경에는 미래에셋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있다. 두 사외이사가 현 정부에서 중용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도개발과 관련해서도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전남개발공사는 지난해 7월 경도의 경제자유구역 편입 추진과 연륙교 건설 계획처럼 매각 대금을 크게 올릴 수 있는 내용을 활용하지 못하는 등 경도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지 못해 헐값 매각을 했다는 지적으로 지역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12월 초 유럽연합(EU)은 17개국의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포함시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은 조세회피처 국가로 흘러가는 자금에 대해 각국이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제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실패한 경제자유구역 정책이 조세회피처 문제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 기업들은 세금 혜택에도 불구하고 노동 경직성, 작은 시장 규모 등을 이유로 우리 경제자유구역을 외면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시노레인보우가 대만의 한 그룹사 계열 개발회사라고 주장하지만 알려진 개발 성과가 없다.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특례를 받기 위해 끌어들인 ‘검은 머리 외국인’ 의혹까지 제기된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은 18개 단지로 구성됐다. 현재 준공된 곳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배후 콘테이너부두 3곳이다. 13곳이 ‘추진 중’이고, 진척을 보이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2곳은 ‘시기미도래’를 이유로 사업시행자도 정해지지 않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