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훈 수성구청장(좌)와 권영진 대구시장(우)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지난 20일 ‘10조 대구 뉴딜’ 청사진을 제시하며 내년 대구시장 후보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역 권영진 시장 때리기를 본격 가동했다.
이 구청장은 풍부한 지방행정 경험이 강점이지만, 현재 한국당 내 4명의 대구시장 출마 후보군 중 인지도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지역 언론의 평을 받고 있어 1등 때리기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대구일보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내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권영진 시장은 23.3%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장관과 3.9%p 오차범위 내로 2위를 차지했지만, 한국당 내에서는 제일 앞섰다.
한국당 내에서는 이재만 최고위원이 10.5%로 뒤를 이었고, 이 구청장은 4.9%로 3위를 기록했다. 대구에서 제일 먼저 공식 출마를 선언한 김재수 전 농림부 장관은 당시 여론조사 후보군에는 없었다.
앞서 권 시장의 최대 과제인 대구통합신공항 추진을 놓고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서며 대립각을 세웠던 이 구청장은 이날 기자질문을 빌미 삼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전기차를 많이 파는게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어디서 신산업을 끌어오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대구가 잘하는 산업의 기술을 발전시켜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다”며 우회 비판했다. 전기차 분야는 자율주행자동차와 함께 권 시장이 미래 먹거리로, 4차 산업혁명 핵심과제로 애지중지 키우는 분야다.
그러면서, “섬유가 강하면, IoT(사물인터넷)를 할 수 있고, 주물이 강하면 3D 프린팅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잘 하는 이같은 기반 위에서 4차 산업혁명을 해야 한다”며 정책 차별화도 부각시켰다.
이 구청장은 공식 출마선언에 앞선 지난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 21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최대 경쟁자로 이재만 최고위원을 꼽으며 이른바 ‘권영진 패싱’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권 시장께서는 제가 갖고 있지 못한 친밀성과 높은 정치력을 장점으로 갖고 있다”면서도, “소통에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소통은 안되는 분이다”며, 대구공항 통합이전 반대 여론을 업은 발언도 쏟아냈다.
실제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두고 지난 7월 대구 13개 시민단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시민 10명 중 4명이 관련 사실조차 몰랐다고 응답해 권 시장의 소통부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민항인 대구공항은 존치하고 K2 군공항만 이전하자는 의견이 49%인 반면, 통합이전은 18.6%에 불과해, 여론을 무시하고 밀어부친다는 지적이 일자 권 시장은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출마선언에서 ‘10조 대구뉴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정책대결 포석도 깔았다. 전체 사업비 13조원에 4년 간 10조원을 투입해 대구를 4개 권역으로 개발, 침체된 대구경제를 다시 부흥시킨다는 프로젝트다. 세부계획도 디테일하게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가 24년째 GRDP(지역 내 총생산) 전국 꼴찌란 점을 들어 권 시장을 견제하면서도, 자신의 경제시장 이미지를 부각시킬 전략으로 보인다. 뒤 이어 출마선언 하는 권 시장에게는 또 한번의 정책 제시 부담을 안겨 주면서도, 자신이 최고 경쟁자로 꼽은 이재만 최고위원과의 인지도 싸움을 정책대결로 몰고가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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