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 유력…지지율 낮은 친문 위해 권리당원 비율 높일 가능성 제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박은숙 기자
여권이 내년 지방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그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 집권 2기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야권이 들고 나올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이겨내고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해선 선거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엔 문 대통령 힘은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진 희망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다. 벌써부터 지방선거 압승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권 인사들은 ‘부자 몸조심’ 모드 속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야당이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군들은 넘쳐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결승전으로 될 지역이 적지 않다고 본다. 한 친문 의원은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전국에서 골고루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우리 쪽 후보들이 강세인 곳이 많다. 큰 실수 없이 지금의 지지율만 유지한다면 깜짝 놀랄 만한 대승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다보니 여권에선 ‘집안싸움’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재광 정치평론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최대 적은 바로 자신이다. 아군끼리 싸우다 표를 잃어버렸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대선 때 친문과 비문 간의 갈등을 떠올려보면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양측이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데, 여권에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천 룰은 ‘시한폭탄’이다. 주류와 비주류 모두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당내 의견을 수렴해 내년 2~3월경 공천 룰을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룰인 ‘권리당원 50%·여론조사 50%’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50 대 50이 거의 확정적이다. 추후 꾸려질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규는 국민참여경선을 규정하고 있다. 선거인단 투표나 전화면접 여론조사, 휴대전화 또는 인터넷 투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되 권리당원은 50% 이하, 일반 유권자는 50% 이상의 비율을 반영하도록 했다. 이 중 권리당원 비율을 최대로 높인 ‘50 대 50안’이 지방선거 공천 룰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비주류 측에선 의구심을 감추지 못한다. 친문 세력이 공천 룰 확정을 앞두고 모종의 전략을 짜고 있다는 얘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예비 후보자(비주류)는 “친문 주류들이 공천에서 변칙적인 시도를 꾸미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일부 지역에 대한 전략 공천,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둔 공천 심사 기준 변경 등이 거론된다”면서 “비주류들이 단체 행동을 해서라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주류 측이 일반 유권자 비율 50%를 손보려 한다는 의혹도 나온다. 인지도와 지지율이 낮은 친문 후보들의 공천을 위해서다. 친문은 조직력에 있어서 비주류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권리당원이나 일반당원 비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친문에겐 유리하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앞서더라도 조직력에서 열세인 비주류 후보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후보자(비주류)는 “지금 당은 주류 쪽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다. 마음만 먹는다면 경선 룰을 얼마든지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또 그런 움직임이 진작부터 있었던 것으로 안다. 얼마 전 만난 친문 의원이 ‘우리가 확실히 지방권력까지 먹어야 문 대통령의 적폐 청산과 개혁 과제 완수를 도울 수 있다. 이번엔 비주류 쪽에서 양보 좀 하라’는 취지로 말하더라. 일단 50 대 50안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여 안심이 되긴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의 한 예비 후보자도 비슷한 말을 들려줬다. 그는 “친문 핵심 인사들이 어떻게 하면 유리한 경선 룰을 만들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현재 출마가 유력한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의 공천 때문이라고 하더라. 지역 정가에선 ‘문재인 복심’으로 통하는 한 인사의 공천이 확정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에선 이 때문에 분란이 발생할 조짐도 보인다. 결국 주류가 당을 다 먹겠다는 속셈 아니겠느냐. 특정인들을 위한 공천 룰 개정은 당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주류 측 경계심에 대해 친문 의원들은 손을 저으며 강하게 부인했다. 앞서의 친문 의원은 “공천 룰을 두고 비주류 진영이 뒤숭숭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천 룰은 계파의 유·불리에 상관없이 절차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도 “일부 지역에서 후보자들끼리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이다. 50 대 50안이 결코 친문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전략 공천 등은 지역 사정에 따라 정해질 뿐이다. 비주류 인사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홍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들과 의혹 제기를 삼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