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유력 인수후보 소극적 움직임…호반건설 이번엔 완주할까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고 있다. 일요신문DB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들 상당수는 엘리언 홀딩스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국내에는 2014년 새만금개발청이 개최한 새만금 투자협력을 위한 포럼에 참여하며 새만금 사업에 관심을 보인 중국계 기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 12월 20일 대우건설의 또 다른 매각 주관사 메릴린치증권이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던 경영진 설명회는 중국건축의 요청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이 중국건축의 재무적 투자자로 인수전에 함께 나설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20일 설명회가 연기되면서 중국건축이 퍼시픽얼라이언스 대신 엘리언 홀딩스를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대우건설 인수전은 사실상 호반건설-엘리언 홀딩스의 2파전이 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도중이라 어떤 것도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호반건설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넉넉한 현금유동성이 꼽힌다. 2016년 말 기준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4458억 원이다.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도 1조 1316억 원이다. 게다가 중국건축은 이미 해외의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데다 되팔기도 쉽지 않은 대우건설을 무리해서 인수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까지 있어 호반건설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017년 기준 도급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인 대우건설을 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단 호반건설을 포함한 인수후보들은 산업은행이 염두에 두고 있는 매각액 2조 원에 훨씬 못 미치는 1조 원 초반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호반건설이라도 매각액이 최소 1조 5000억 원 정도임을 고려할 때 대우건설 인수 후 ‘승자의 저주’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며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어려움에 직면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열사와 협력 등을 통해 극복했지만 호반건설은 그럴 만한 기초체력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놓고 고민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의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으로서는 대우건설을 헐값 매각했을 때 비난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적자금 수혈을 받고 회생한 대우건설을 외국계 회사에 매각하는 것 역시 비난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이 연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대우건설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본입찰 연기는 사실무근이며 당초 계획대로 1월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