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혁신위 “중단 근거인 임금 전용 문구 청와대가 삽입” 정책혁신 의견서 발표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박근혜 전 대통령 일방지시.2016년 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관계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 연설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일요신문] 개성공단 중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의 대응조치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공식적인 협의 끝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조치한 것이란 입장과 대치하는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또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불장군 식 행보가 드러난 것이란 지적이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혁신위)는 28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비롯해 보수정부에서 이뤄진 주요 대북정책의 점검 결과를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혁신위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과 관련, “지난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지난해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이전인 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전격 발표하기 전 NSC 상임위원회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대응으로 최종 결정된 사항이라고 설명해왔다.
혁신위에 따르면, 당시 통일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지난해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열린 NSC 회의에서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결정되지 않았다.
‘개성공단 중단 연설’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 2016년 2월 1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장에서 개성공단, 경제활성화법안 등 국정 관련 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NSC 회의 다음날 오전 김규현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박 대통령의 구두 지시를 통보했고, 이날 오후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세부계획을 마련한 뒤 10일 발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대통령이 누구와 어떤 절차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 과정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위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했다.
다만 혁신위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의 핵 개발 전용’ 문구는 “충분한 근거 없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삽입됐다”고 밝혔다.
또 혁신위는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이행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철수를 결정했더라도 헌법상 긴급처분이나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협력사업 취소 등의 적법한 절차를 밟아 중단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김종수 위원장(가톨릭대 교수)을 비롯한 9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위는 지난 9월 20일부터 3개월 여간 대북정책 추진과정을 점검해 ‘정책혁신 의견서’를 마련했다. 통일부는 앞으로 이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