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간공항 패키지 이전” 전향적 검토...이전부지 선정 등 지역갈등·무안공항 활성화 연계는 ‘숙제’
광주 군공항 전경.
꽉 막혀있던 광주 군공항 이전문제가 KTX의 무안공항 경유 확정을 계기로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다. 광주시가 군공항 이전 사업의 새로운 국면을 기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민간공항 묶어 무안으로 군 공항 이전’ 견해를 처음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안 지역도 “민간공항이 온다면 검토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변화로 광주 군공항 이전문제가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의 숙원사업이자, 광주시와 전남도가 ‘상생’과제인 무안공항 활성화 차원에서 풀어야 할 현안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광주·전남 지자체는 군 공항 이전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했다. 이에 따라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국내 전술항공작전기지 16곳 중 대구·광주·수원 3곳 군공항만 인구 100만 명 이상 지자체에 주둔해 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군 공항 이전사업 절차는 모두 11단계로 진행된다. 광주는 2단계(이전 건의서 평가 및 승인)쯤 왔다. 예비 이전 후보지도 선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우선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주민설명회부터 꼬였다. 당초 광주시는 2017년 11월 군공항 후보지인 무안·신안·해남·영암 등 전남지역 4개 군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광주시군공항이전사업단은 그해 10월부터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잇달아 방문해 주민설명회를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사업단은 해당 지자체 실무진을 만나 광주 군공항 이전 절차와 이전에 따른 지원사항 등을 설명했다. 또 단체장이나 부단체장, 군의원 등과의 간담회 일정을 잡아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설명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앞서 2017년 3월과 7월에도 지자체와 주민 반대로 주민설명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현재 이전 후보지 주민들은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후보지 중 한 곳인 무안과 해남은 단체장이 공석이다. 때문에 부단체장인 권한대행이 광주시 관계자는 물론 지역민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둔 다른 지역 단체장들 역시 표를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중재’ 역할을 할 전남도 역시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다. 이 탓에 광주 군공항 이전에 대한 공론화가 더디다. 2017년 내에 부지 선정을 하겠다는 광주시의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갔다.
군공항 이전에 대해 광주시와 전남도는 줄곧 상반된 태도를 보여 왔다. 광주공항은 2007년 11월 무안공항 개항 당시 국제선을 일부 이전한 데 이어 2008년 5월 모든 국제선을 무안공항에 넘겼지만 국내선만은 아직 양보하지 않고 있다. 국내선을 이전한다 해도 군공항 이전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광주시와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광주 민간공항과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내선부터 이전하고 군공항 이전은 그 이후에 논의하자는 전남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탓에 광주 군공항 이전 논의는 늘 뒷전으로 밀렸다. 광주와 전남의 상생을 강조했던 민선 6기에서도 광주 군공항 이전은 상생과제에 포함되지 못했을 정도다.
광주시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전향적으로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공항이 이전할 때 군공항 이전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광주시의 기존 입장보다 크게 진전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해 12월 11일 간부회의 자리에서 “지금까지 ‘군공항 다 가면 그때 (민간공항을) 주겠다’는 것은 미래비전이 없는 논리”라고 말했다.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패키지로 같이 이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광주시의 수장이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통합·동시이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시장은 후보지로 ‘무안’을 염두에 둔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전향적인 판단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군공항도 가면서 민간공항을 통해 무안공항을 활성화하는 일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광주 군공항 이전지로 무안공항 주변지역을 언급한 셈이다.
윤 시장의 이날 발언 배경에는 군공항이전사업단의 최근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광주시 군공항이전사업단은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전남 4개 지역으로 압축까지 했지만, 지역의 부정적 여론 등에 밀려 해당지역 주민설명회 일정조차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KTX 무안공항 경유 확정으로 달라진 지역 분위기를 감지됐다. ‘이왕이면 광주 민간공항과 통합까지 돼 무안공항이 활성화되면 좋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광주시장이 민간공항과 통합 이전을 공식화하면 어떻게 주민설명회라도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지역의 여론도 있었고, 이에 대한 윤 시장의 ‘화답’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만은 사실”이라며 “시장이 통합이전을 언급한 것도 달라진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장 군 공항이 무안으로 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지역민 갈등은 그 첫번째다. 광주와 전남이 상생의 큰 틀에서 군공항 이전 등에 합의한다고 해도 이전 대상 지역민의 의견이 한데 모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갈등이 될 공산이 크다.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는 무안 지역 주민투표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다. 무안군의 행정을 책임지는 단체장의 부재도 걸림돌이다. 현재 부군수 권한대행 체제인 상황에서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이 쉽지 않아서다. 5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도 과제다.
광주시 관계자는 “호남고속철의 무안공항 경유 확정으로 군공항 이전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라며 “조만간 미뤄졌던 주민설명회 개최를 통해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 등 광주·전남 상생차원에서 민간공항 통합과 군공항 이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은 광주시와 국방부가 2022년까지 5조 7000억 원을 들여 새로운 군공항(1530만㎡)을 조성하고, 현재의 공항부지(831만㎡)를 도시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2013년 4월 제정된 특별법에 근거하고 있다. 광주 군공항은 1964년에 건설됐다.
이원철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