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신체검사 기준 완화 후 심각해져…“영장 나올까봐 뭔가 시작할 수도 없어요”
논산훈련소. 일요신문DB
2015년 10월 국방부는 현역병 적체 현상을 해결하고자 징병신체검사 기준을 개정했다. ‘국방부령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 주요개정 내역’을 살펴보면 개정 후 판정 기준을 완화한 항목은 48개다. 이로 인해 2014년 고혈압, 시각 굴절이상, 척추측만증, 척추분리증 등으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인원이 478명에서 2016년 5020명으로 늘었다. 2015년 보충역 인원증가율은 전년 대비 약 59.9%, 2016년 35.1%로 대폭 상승했다. 보충역 판정률은 2014년 5.4%에서 2015년 9%, 2016년 12.5%로 올랐다.
이처럼 사회복무요원 공급은 늘었지만 수요는 이에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사회복무요원 소집 인원은 2만 7322명으로 2014년 대비 1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7년의 경우 소집신청자 5만 2510명 중 소집자는 1만 9077명으로 나머지 3만 3433명이 대기 판정을 받았다. 2018년 사회복무요원 소집계획 인원은 2만 9977명으로 2017년 3만 23명보다 46명 줄어들 예정이다.
수년째 계속되는 적체 현상으로 소집대기자들은 언제 불려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학업이나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사회복무요원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 현황 중 소집적체 민원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2016년 총 2636건 중 소집적체 민원은 972건, 2017년 7월 기준 총 2750건 중 1065건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사회복무요원 입영대기자 대나무숲’ SNS 페이지를 만들어 서로 고충을 나누기도 한다.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 대학원까지 마친 김 아무개 씨(29)는 2015년 1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병역 의무를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소집 적체가 심해 2년째 움직이지도 못한 채 기다리고만 있다. 여권 연장 문제로 영사관을 찾았을 때는 “병역 기피자 아니냐”는 수모도 겪었다고 전했다.
최 아무개 씨(23)는 2015년 5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후 현재까지 입소 대기 중인 상태다. 그는 “이 시기에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고 뭔가를 시작하기도 무섭다. 영장 나오면 모든 게 무산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직장을 갖지도 못해 아르바이트와 일용직 근무만 하는데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말 이런 대책 없는 상황이 젊은 사람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라에 대한 반발심만 커진다. 담당자나 전문가가 직접 나와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너무 융통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병무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자리를 늘리는 것은 병무청이 아닌 복무기관(국가기관, 지자체, 공공단체, 복지시설)이기 때문이다. 병무청은 “15년부터 각 복무기관에 지속해서 요청한 결과 사회복무요원 자리가 2015년 2만 3880개에서 2018년 2만 9977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적체 현상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징병신체검사 기준을 완화해 보충역 적체 문제를 야기한 국방부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박도나 국방부 인력정책과 사무관은 “사회복무요원 적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병무청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2018년 1월 1일부로 장기대기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집대기 상태로 일정기간(4년)이 지나면 병역의무가 면제되는데 이를 일 년 줄인다는 계획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복무기관은 복무관리와 인건비 자체 부담으로 사회복무요원 소요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법 개정을 통해 인건비 국고 부담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복무기관과 지속적인 협조를 하겠다”며 “산업기능요원을 기존 6000명에서 9000명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현역병 복무기간 단축과 연계해 보충역 복무기간 단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용 인턴기자 deep@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