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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8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전국투어 형식의 대구·경북 토크콘서트에서 해외출장을 하루 미루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며 홍대표와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권 시장의 대권도전 발언으로 둘 사이에는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대구시장 재선 후 대권도전을 시사한 권영진 시장을 겨냥 “중앙정치에 기웃거리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TK를 기반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홍 대표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셈이다. 앞서 개헌 시기와 내년 지방선거 공천룰 등을 놓고 여러차례 파열음을 낸 둘 사이가 권 시장의 이번 발언으로 ‘루비콘 강’을 건너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 대표는 지난 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요즘 일각에서 선거에 나서는 지자체장이 개헌을 얘기하고, 대선을 얘기한다”면서 “당 의사를 무시하고 블러핑(자신의 패가 약하다고 판단될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더 강한 베팅을 하는 것)으로 선거를 치르려 하면 자멸할 것”이라며, 지선(地選)에 나서는 지자체장들이 중앙정치에 기웃거리지 말 것을 경고했다. 사실상 권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개헌 시기와 공천룰을 둘러싸고 홍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온 권 시장은 앞선 27일 시장 출마를 공식선언하는 자리에서 “대구시장은 적어도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에게 적임자로 인정받는다면 당당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름을 부었다.
최근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도 권 시장은 홍 대표와 진실공방을 벌였다. 홍 대표는 “권 시장이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전략공천을 요구했다”고 주장하자, 권 시장은 “경선 준비가 다 됐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흘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공정한 공천룰을 정해야 한다고 쓴소리 했더니, 왜곡해서 말한다”고 맞받았다.
홍 대표는 앞서 내년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 의사를 밝혀 온 권시장을 향해 “(당 방침도 아닌데) 대구시장 선거나 잘하지 왜 관심을 가지냐”며 일침을 놓은 바 있다. 이날 의총에서도 ”우리 당 소속이면서 마치 우리가 개헌에 반대하는 것 처럼 악선전 하고 다니는 사람은 용서치 않겠다“며 재차 경고했다. 홍 대표는 이날 내년 연말까지 개헌 의사를 밝혔다.
지역 정치권도 권 시장의 이번 대권도전 발언으로 공천 칼자루를 쥔 홍 대표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경북지역에는 공천 출마자가 쏟아지고 있다“는 질문에 ”대구도 많다“며 권 시장을 겨냥했다.
최근 현역 단체장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뽑지 않겠다는 ‘현역 패싱’ 여론조사가 발표된 가운데, 이날 홍 대표는 ”당지지율에 현저히 못미치는 자치단체장은 혁신위 권고안대로 컷오프하고, 다른 사람을 경선 대상으로 할 것이다“며, 중앙당 방침에 각을 세운 권 시장을 다시한번 겨냥했다.
권 시장은 학국갤럽이 지난 달 27일 발표한 하반기 시도지사 직무수행 긍정평가에서 8위로 깜짝 반등하며 2017년을 마감했지만, 지난 해 11월까지 일년여 간 월별 정례 평가에서는 17개 광역단체장 중 11~15위를 오가, 서병수 부산시장과 함께 낮은 지지율이 족쇄가 돼 왔다. 특히, 국민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역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대구경북이 64.%로 가장 많이 나와 한국당 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권영진 패싱’ 분위기가 점쳐지기도 했다.
홍 대표의 이같은 경고성 발언에 앞서 권 시장도 홍 대표의 전략공천 요구 발언을 반박하고 ”대구가 더이상 보수 텃밭이 아니고 자갈밭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권 시장은 전략공천 요구와 관련 ”당 최고위원이란 분들이 다 자기가 시장, 도지사 나가겠다고 나서니 누가 공천 경쟁에 쉽게 뛰어들겠냐“며 ”빨리 공천과 관련된 원칙과 룰을 정해야 한다고 쓴쏘리를 한거지 틀린 소리를 한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구를 자유한국당의 안전한 표밭이라는데 나는 그렇게 안본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자갈밭이 될 수도 있는데 아무나 꽂으면 된다는 건 큰 착각이고 민심에 대한 오판이다“고 홍 대표를 겨냥했다.
인천·부산·경남·대구·울산·경북 등 6곳 광역단체장 수성(守城)과 당대표 거취를 연계한 홍 대표가 이번 대권도전 발언으로 권 시장을 경고 이상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경남지사와 부산시장 하마평에 올랐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홍 대표가 ‘인물 가뭄’을 겪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차기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권시장은 여당이 대구시장 출마 후보 카드로 만지작 거리는 김부겸 장관과 최근까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해 아직 권 시장 만한 여당의 대항마가 없다는 점이다. 아직 수면 위로 부상하진 않았지만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 차출설까지 흘리며 후보 등판 시기를 조율 중인 점도 부담이다. 여당 불모지인 대구에서 김부경 장관과 홍의락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의원직을 거머쥐면서 ”TK에서 한국당의 ‘경선이 곧 본선’이란 공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권 시장의 지적도 마냥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란 점이다.
이번 대권도전 발언으로 역린을 건드린 권 시장이 홍 대표와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 자생의 길을 택할지, 지난 여름 홍대표와의 돈독한 관계(사진)를 다시 회복하게 될지 주목된다. 정치는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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