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효대사가 창건한 청량사. | ||
무성하던 풀숲이 완숙의 자태로 수그러들어 모나고 솟구친 데 없이 잔잔하게 일렁인다. 그 숲에서 풀벌레 소리가 유난히 커지며 홍고추, 조, 밤, 호두, 사과, 벼들이 싱싱하게 익어가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농작물 유실이 많다고 걱정들을 하지만 모두 손실만 생긴 건 아니다.
지금은 어디서나 귀한 대접을 받는 송이버섯을 비롯하여 능이, 싸리, 밤, 맨드라미 버섯 등 흔치않은 산버섯들이 풍년이 되었다. 특히 지난해 해거리까지 한 송이버섯이 올해는 지천으로 깔릴 것이라고 산마을 사람들은 들떠 있다. 한가위에 찾아간 고향길 경북 봉화. 전국에서 송이 생산량이 가장 많아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축제도 연다.
<< 제1코스 >>
닭실마을-다덕약수탕-갈방산 송이체험
지난해 개통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단양 지나 죽령터널을 나오면 경상도 풍기땅이다. 봉화는 이곳을 기점으로 찾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국도를 따라 영주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탐스럽게 익은 사과가 가지가 꺾일 정도로 많이도 달렸다.
영주읍내를 거쳐 봉화라는 팻말만 보고 근 40여 분을 달려간다. 송이가 많이 나는 갈방산 가는 길에 닭실마을(봉화군 봉화읍 유곡리)이 있다. 입구에 조악하게 지어놓은 누각 하나가 마을의 표지격이다.
닭실이라는 이름은 풍수지리상으로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 지형임을 말해준다. 닭실마을은 안동 권씨 집성촌. 권충재선생(1478-1548) 유적지로 3백~4백 년 된 종택이 남아있다. 차 한 대 겨우 비껴갈 만한 좁은 길이 마을 입구부터 시작돼 종택 앞을 지난다. 번듯한 기념관을 비껴 자그마한 쪽문으로 들어서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가가 남아있다.
기와, 흙벽담, 칠하지 않은 나무결 그대로의 고택들. 작은 연못 위에 지어진 청암정의 자연스러움이 아름답다. 굵은 나무가 연못 위에 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서있는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읽는다.
그 옆 ‘충재(沖齋)’라는 서재의 오랜 기와지붕에는 잡초가 피어나고 비바람을 견뎌온 목제 난간이며 기둥에는 나무결이 그대로 드러나 오랜 친구처럼 정감이 간다. 마을 일대 1백50여 가구 4백여 주민 가운데 95가구가 권씨 집안 종친들이다.
▲ 봉화는 송이의 고장이다. | ||
물론 이곳 외에도 송이가 자라나는 곳은 많지만 봉화 일대에서 가장 수량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해마다 봉화축제 관광객들의 송이채취 체험행사는 이곳에서 열린다.
개인 소유의 산을 늘 축제 체험장으로 제공하고 있는 오복식당(054-673-6889) 주인 박동호씨를 만났다. 4백m 높이의 소나무산인 갈방산.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5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제법 잘 지어놓은 커다란 원두막이 있다.
어린 소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노송보다는 어린 소나무에서 송이가 훨씬 많이 자란단다. 15분 정도 잘 만들어 놓은 숲속 길을 따라 오르면 송이가 곳곳에 숨어 있다. 송이는 여름송이와 가을송이로 나뉜단다. 여름송이는 가을송이보다는 상품 가치가 떨어진단다.
박씨는 아주 조심해서 걸으라고 당부한다. 솔잎이 무성하게 떨어진 곳에 불쑥 올라온 송이는 초보자들의 눈에는 잘 띄지를 않는다. 그래서 체험장에 찾아온 초보자들은 송이를 제대로 캐지도 못하고 밟아 놓기만 하기 일쑤라고 한다. 축제 때는 송이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면서 채취하게 한단다.
버섯류는 습한 기온에서 잘 자란다. 올해는 마침 비가 많이 내려 다행이지만 지난해처럼 가물 때는 미리 마련해놓은 급수 장치를 이용해 온 산에 물을 뿌려준다 한다.
거기에 조립식으로 지어 놓은 넓은 원두막과 자그마한 연못, 분수대도 만들었다. 산밑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즉석에서 고기와 송이를 구워 먹을 수 있다. 참가비는 없는 대신 채취한 송이값을 받는다. 송이체험 참가신청은 이미 끝났으므로 개인 사유지들을 알아봐야 한다. 봉화군청 문화공보실 054-673-5800, 679-6394.
▲ 닭실마을 아담한 연못 위에 자리잡은 청암정. | ||
산을 내려오면 다덕약수탕이 있다. 주변에 들어선 상가와 음식점 속에 폭 가려져 있다. 오전, 두내와 함께 봉화의 3대 청정 탄산약수 중에 하나다. 옛날 스무나무 아래 약수가 있어 이를 마시고 많은 사람이 덕을 보았다하여 다덕(多德)약수라 부른다.
맛은 탄산과 철분 등이 함유되어 있어 톡 쏜다. 약수터 주변에서 아낙네들이 버섯이며 햇밤, 옥수수, 느릅나무 등을 팔고 있다. 이곳 명물 대추도 곧 나올 것이다.
▲자가운전 : 봉화읍에서 울진 현동가는 길인 36번 국도 이용.
▲추천 맛집 : 용두식당(054-673-3144)은 예년의 축제에서 송이돌솥밥으로 대상을 받은 곳. 향 진한 송이를 넉넉히 넣고 지어낸 돌솥밥에 15가지 정도의 반찬이 담백하고, 직접 짠 참기름 맛은 고소하기가 이를 데 없다. 집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 맛 또한 일미.
<< 제2코스 >>
청량산 도립공원-안동 도산서원
봉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꼽으라면 청량산도립공원(봉화군 명호면)이다. 올해는 수해로 한때 명호천이 유실되고 교량까지도 망가지는 불상사도 거쳤다. 청량산에는 봉우리가 무려 36개나 있다.
봉우리가 솟아 있는 능선 위는 보는 이들을 감탄케 한다. 보살봉을 중심으로 동으로는 금탑봉, 탁필봉(형제봉)이 솟았고 서쪽으로는 옥소봉, 문수봉, 반야봉, 의상봉 연화봉 들이 능선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또 8개의 동굴, 12개의 대와 신라 문무왕 3년(663년) 원효대사가 세운 청량사(054-672-1446)를 비롯한 절터와 암자, 관창폭포 등 수많은 관광자원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동의 도산서원과 연계하면 좋다.
▲자가운전 : 봉화읍에서 다덕약수탕으로 가는 36번 국도 이용하다가 우측으로난 918번 지방도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봉성숯불구이촌으로 지나면 명호읍내 이곳에서 35번 국도 이용하면 왼편에 청량산 들어가는 다리가 있다. 매표소를 지나서 절집 가는 산길이 포장되어 있지만 난코스이므로 천천히 40여 분 정도 산행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추천 맛집 : 청량사 가는 길에 만나는 봉성리. 이곳은 봉화군의 토속음식인 봉성돼지숯불요리 집성촌이다. 오시오 식당(054-672-9012)이 원조집이다. 또 청량사 근처에 있는 산꾼의 집(054-672-8516)은 등산객들이 오며가며 들러 가볍게 약초차를 한잔씩 마시면서 쉬었다 가는 곳이다. 또 절집 찻집인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도 있다. 초가을에 번지는 다향이 그윽하다. 글•사진=이혜숙 여행작가 http://www.hye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