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복권수탁사업자인 ‘나눔로또컨소시엄’ 아성에 다크호스 A 사 연합 도전 예상
사진=일요신문 DB
국내 복권사업은 기획재정부에서 민간기업에 사업을 위탁해 운영케 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대신 5년마다 입찰을 실시한다. 현재 복권사업 운영사인 ‘나눔로또컨소시엄’은 ‘3기 복권수탁사업자’로 올해 12월 사업이 종료된다. 이보다 앞서 차기 복권수탁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공고가 예정된 것이다.
복권수탁사업자 입장에선 5년 한시적인 사업이지만 재입찰에 성공할 경우 10년 동안 독점수익이 보장된다. 밑지지 않는 장사에 상당한 수익까지 보장된다는 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일컬어진다.
현재 국내 복권 매출은 연 4조 원에 가깝다. 5년 매출을 합산하면 20조 원에 달한다. 웬만한 대기업 부럽지 않은 매출이다. 거대한 복권사업을 운영하는 대가로 수탁사업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약정한 운영비를 받는다. 운영비 총액은 5년 동안 30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00억 원에서 실제 운영비를 제외한 금액이 수탁사업자의 몫이다.
이렇다보니 복권 입찰 시즌이 오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기술력을 자랑하는 IT기업들이 입찰마당에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동안 복권사업 입찰에 뛰어들었던 기업 면면을 보면 삼성SDS, LG CNS, 코오롱, CJ, 티맥스 등 국내 웬만한 기업은 전부 얼굴을 내밀었다. ‘4기 복권수탁사업’ 입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복권업계에 따르면 현 사업자는 물론 표면에 드러내지 않고 움직이는 기업도 여럿이다.
입찰참여가 예상되는 사업자 중 가장 눈에 뛰는 기업은 ‘나눔로또컨소시엄’이다. 현재 복권수탁사업자인 ‘나눔로또컨소시엄’은 일찌감치 차기 복권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2기와 3기 통틀어 10년째 복권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나눔로또컨소시엄’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복권업계 강자다.
‘나눔로또컨소시엄’의 주요주주는 유진기업, 대우정보시스템, 인트라롯, 윈디플랜 등이다. 이중 유진기업은 과점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유진기업은 유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이어서 업계에선 복권사업을 유진그룹의 주력사업으로 본다. ‘나눔로또’는 사실상 유진그룹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이 복권사업 입찰 때마다 직접 현장을 누비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수탁사업은 유진그룹의 열정이 큰 사업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유진그룹 내에선 ‘4기 입찰’ 선정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운영경험에서 앞서고 기술에서도 우위라는 것이다. “5년 전 줄곧 사용하던 외국 시스템을 국내시스템으로 교체한 후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게 나눔로또”라는 게 유진그룹 관계자의 주장이다.
유진 측 주장에 따르면 ‘4기 입찰’은 별다른 전투 없이 싱겁게 끝날 공산이 크다. 특히 정부가 입찰 전 참여업체를 위해 안내하는 ‘4기 입찰 사전규격 공고’를 보면 유진 측 주장에 힘이 실린다. ‘4기 입찰 사전규격 공고’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참여가 제한된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3기 수탁사업자 선정 당시 ‘연합복권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유진(나눔로또)과 치열하게 맞붙었던 LG CNS는 이번 입찰에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 ‘연합복권 컨소시엄’은 LG CNS가 주축이어서 업계에서는 유진과 LG CNS의 싸움으로 봤다. 결과는 유진이 이끄는 나눔로또의 승리. 평가점수 1000점 만점에 4점 차이로 LG CNS를 따돌린 아슬아슬한 싸움이었다.
때문에 당초 업계에선 ‘4기 수탁복권사업자’ 선정에서도 유진과 LG CNS의 재결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권토중래를 꿈꾸는 LG CNS가 설욕을 벼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실제로 LG CNS는 해당 사업팀에서 입찰 설명회에 참여하고 관련 업체와 미팅을 하는 등 열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4기 입찰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참여가 제한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3기 사업은 모두 대기업 참여가 가능했는데 유독 4기 사업에서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적용해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복권업계에선 유진의 파트너로 ‘나눔로또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정보시스템의 입김이 ‘입찰공고 제안서’에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 3기 입찰 당시 대우정보시스템이 ‘나눔로또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기술 파트에서 LG CNS와 싸운 데다 정부와 대면이 많은 현재 수탁사업자 측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쪽에선 펄쩍 뛰고 있다. “정부사업에서 시스템 입찰은 일정부분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는 게 복권사업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 관계자의 얘기다.
하지만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4기 입찰 사전규격 공고’는 현재 사업자인 ‘나눔로또’에 유리한 측면이 크다는 게 복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2기와 3기 입찰에 모두 참여했다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4기 입찰 사전규격 공고’가 예전 입찰공고와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이는 안정적인 운영을 해온 나눔로또가 유리한 점수를 차지 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혜로도 볼 수 있는 사업에 새롭게 도전하는 기업에 대한 배려는 없고 기존 사업자만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나눔로또컨소시엄’은 ‘3기 복권수탁사업자’ 입찰 당시 국내 복권의 해외 수출을 자사의 입찰제안서에서 운영 안정성과 함께 내세웠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2기 복권수탁사업자’ 선정 당시에도 유진그룹이 국내 복권을 해외에 수출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실적이 전무한 가운데 3기 복권수탁사로 선정됐고 최근 공고된 ‘사전 규격공고’ 평가표에도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수탁사업자가 차기 입찰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지만 일찌감치 대항마로 나선 사업자도 있다. A 사로 알려진 이 회사는 인터넷 유통사업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사세확장을 치밀하게 준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배팅 사업에도 출사표를 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 A 사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예상외의 돌풍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A 사가 기업 인지도에서 유진그룹에 앞서는데다가 인터넷 유통사업의 강자여서 4기 입찰의 ‘다크호스’인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복권사업은 특성상 네트워크 사업이여서 관련 업체가 입찰 심사에서 부각될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복권 업계에서는 ‘나눔로또’ 안팎에 변수가 생겼으며 이런 변수가 A 사가 출사표를 던지는데 작용한 것으로 본다.
밖으로 드러난 비판적인 시각은 ‘나눔로또’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수혜주’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나눔로또’가 이전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물증은 전혀 없지만 표면상 지난 정부에서 오랫동안 ‘황금알 거위’ 사업을 영위해온 이상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게 일부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A 사는 기업 이미지가 친정부적이라는 것이다.
‘나눔로또’ 내부 변수와 관련해서는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나눔로또 컨소시엄 회사 중 유력한 기업이 A 사와 이미 손잡고 협력하고 있다”는 풍문이다. 나눔로또는 지난해 임직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당시 나눔로또 경영진이 내부 문제에 대해 미숙하게 대처해 이들이 회사 밖에서 ‘반(反) 나눔로또’ 연합을 이끌고 있다는 주장이다.
복권업계 안팎에서 회자되는 소문의 진위는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이를 종합해보면 ‘4기 입찰’이 그만큼 뜨겁다는 것을 반증한다. 지난 2013년 3기 입찰도 LG CNS가 주력이 된 ‘연합복권컨소시엄’이 유리하다는 게 복권업계의 중론이었지만 결과는 ‘나눔로또컨소시엄’으로 기울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따라서 이번 ‘4기 복권수탁사업자’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는 수탁사업자는 오는 3월에 결과가 나온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