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마치 정상까지 도로가 포장돼 있으나 물은 여 전히 차고 깨끗하다. | ||
휴식은 지친 심신을 추슬러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것. 그러므로 굳이 멀리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뒤늦게 찾는 휴가라면 짧은 시간이나마 진한 휴식을 취하는 요령이 중요하다. 먼저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부터 줄여보자. 이것만으로도 휴식시간이 한나절 이상 늘어난다.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강원도 못지 않은 높은 산 깊은 계곡을 갖고 있는 곳 경기도 가평. 휴가철 주말이면 수십 만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기도 하지만 벌써 휴가의 소란은 폭우가 내리기 전 한바탕 지나갔다. 큰 비가 쓸고간 뒤 처음처럼 말끔한 모습으로 뒤늦은 휴가객들을 맞을 채비를 갖춘 가평을 찾아갔다.
가평은 경기도의 끝이다. 넘실대며 흐르는 북한강변을 따라 경춘국도를 달리면 강원도 춘천시 경계로 들어서기 직전 가평이 나온다.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화악산(1,468m)과 명지산(1,267m)이 버티고 있어 강원도 부럽지 않은 산과 계곡을 볼 수 있다. 이만한 시간대에 이만한 산악지대를 만나기도 어렵다.
경춘국도를 경계로 동쪽은 북한강변이다. 대성리부터 청평 남이섬까지 강변 유원지들이 조성돼 있고 그 다음은 바로 강촌역이다. 수상레저와 함께 강변카페들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가평의 또다른 한 지역은 청평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펼쳐지는 계곡 사잇길이다. 청평을 넘어서면서 나오는 검문소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곧바로 산장호텔이며 산장국민관광지 콘도 등이 잇달아 나타난다. 경치 좋은 이 길은 현리라는 곳을 지나 포천가는 길과 마주치게 된다. 청평 검문소에서 포천쪽 신팔리 사거리까지 17km.
크게 나눠 세 개의 권역이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 가평에서는 어느곳을 택하든 만족스러운 나들이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 가평 연인의 용추폭포 | ||
가평읍내에서 명지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목동삼거리를 찾아가야 한다. 목동에서 길은 명지산 방면과 화천 방면으로 갈린다. 여기서 명지산 방면을 택하면 경기도 1, 2위 높이의 화악산과 명지산으로 오를 수 있다. 목동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서 363번 지방도로가 되는데, 백둔계곡 연인산길 명지계곡 등이 차례로 나타난다. 삼거리를 지나서도 최소한 15km 거리를 이어지는 363번 도로는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길 끝에 나오는 버스 종점은 적목리라는 곳이다. 예전 같으면 여기가 길의 끝이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끝이 아니다. 버스와 민가는 여기서 끝나지만 2차선 포장도로는 아직도 이어진다.
이 뒤에 나오는 곳이 용수목 조무락골 석룡산이며, 경기도 포천의 국망봉과 강원도 춘천의 경계인 도마치에 이르러 숨을 돌리게 된다. 도마치는 경기도 가평과 포천 강원도 춘천이 만나는 곳이다.도로는 도마치 정상까지 포장돼 있다. 이곳을 마저 넘으려면 튼튼한 4WD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포장이 안된 데다 숲이 깊어 햇볕도 잘 들지 않는다. 지난 주말의 전국적인 폭우 때 길 곳곳이 패이기까지 했다.
▲연인산: 가평쪽으로 나서본 사람이면 다 알겠지만 전국에서 가장 섹시한 이름을 가진 연인산이 여기에 있다. 본래 명지산의 한 줄기로 칼봉 우목봉 같은 외우기도 어려운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21세기를 맞으면서 가평군이 새 이름을 공모해 연인산으로 바꾸었다.
높이는 1,068m로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높은 산이 많은 가평 산악지대에선 오히려 막내격이다. 연인산 지역의 봉우리와 능선마다 우정봉 연인봉 장수능선 청풍능선 같은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오르는 길도 여러 갈래인데 가평읍내에서 가까운 용추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과 명지산 가다가 나오는 백둔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 대표적이다. 또 한 갈래는 현리방면 37번 국도변에서 마일리라는 마을을 거쳐 오르는 길이다.용추계곡은 가평읍을 빠져나오면서 바로 진입로가 있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계곡의 물줄기가 몸을 휘감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한 마리 용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여 용추계곡이다. 폭포도 있고 휴양림도 있어 찾기가 쉽다.
마일리 쪽으로 오르면 우정고개 우정능선을 따라 오르게 되고, 백둔계곡 쪽으로 오르면 장수고개 장수능선을 타게 된다. 연인산농원 031-580-4888, 용추자연휴양림 031-582-9068.
▲백둔계곡: 명지산 가는 길에 백둔계곡 입구가 있다. 363번 도로는 이미 왕복 2차선의 잘 닦여진 포장도로인 데다 길 따라 내려오는 가평천은 아주 넓어서 계곡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백둔계곡에서 제대로 된 건물에 방을 갖고 있는 ‘콘도식 민박’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단지 먹고 마시는 유원지보다는 어린이들과 함께 편안하고 깔끔한 잠자리를 갖춘 휴식처를 원한다면 제대로 지은 콘도식 민박을 찾을 일이다. 아이들에게는 반듯한 화장실과 샤워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물론 민박이기 때문에 큰 규모의 시설은 없다.
계곡 초입에 나오는 하얀 2층 건물의 콘도식 민박 연인산 하얀집(031-581-5289)은 이쪽에선 가장 최근에 지은 예쁘고 깔끔한 민박집이다. 더 올라가면서 빈하우스(031-582-7174) 허수아비마을(031-581-4477)이 나온다. 허수아비마을은 이미 매스컴에도 많이 소개된 일종의 예술휴양시설로, 계곡을 끼고 미술 갤러리와 단체행사가 가능한 강당 숙소 등을 갖췄다. 가족단위 민박방은 수가 많지 않으므로 행사가 없는 비수기에나 예약이 가능할 것이다.
백둔계곡이 끝나는 곳에서 연인산 장수고개가 시작된다. 이곳에 3층 양옥으로 지어진 제일산장(031-582-8284)은 방갈로와 식당을 갖췄다. 개인 취사시설은 갖춰지지 않았다.
▲용수목 조무락골: 363번 도로에서 대중교통이 끝나는 곳은 적목리다. 종점민박 종점슈퍼 등이 있어서 이곳이 찻길의 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길이 도마치까지 포장돼 있기 때문에종점보다 뒤편에 있는 조무락골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만 도마치까지 내쳐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조무락골만 해도, 길이 포장되어 느낌이 그럴 뿐 이미 찾는 이가 적어 한적한 곳이다.
조무락골? 무얼 조무락거린다는 뜻은 아니다. 조무락(鳥舞樂)이란 이름 그대로 새가 춤추며 즐기는 곳이란 뜻이다. 딛고 선 곳이 이미 해발 700m의 고지이기 때문에 새들도 이보다 높이 날아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산이 깊어 한국전쟁 전까만 해도 호랑이가 돌아다녔다는 곳이다. 차도에서 갈라져 산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본격적인 숲속 계곡의 맛볼 수 있다. 더 이상 상류에서 노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골짜기를 내려오는 물은 무조건 깨끗하고 물은 너무 차다 할 만큼 시원하다.
이곳쯤이면 일반 방갈로 유원지도 찾아볼 수 없게 되는데 단 두 개의 산장형 민박이 들어서 있다. 조무락골 입구 용수목산장(031-582-6964)과 조무락골로 올라서면서 나오는 조무락산장이다. 버스 종점 근처 약속의 섬(031-582-0586)은 단체연수가 가능한 곳이다.
조무락골 입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7km쯤 더 올라가면 나오는 곳이 도마치. 여기서부터 화악산이나 국망봉 쪽으로 본격 등반이 시작된다. 포천에 속하는 국망봉은 고려 때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쫓겨왔던 곳으로 이 봉우리에서 서울을 바라보며 울었다고 한다. 고갯마루에 시골집(017-370-2729) 등 토속음식과 요리를 파는 음식점들이 있어 등반객들의 기운을 돋워준다.
▲ 연인산 허수아비마을. | ||
청평에서 현리쪽으로 들어가는 37번 국도는 초입부터 시설 좋은 강변호텔 산장 유원지들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한쪽에 산을 끼고 한쪽으로 하천을 낀 도로가 포천 입구까지 17km나 이어진다.
▲녹수계곡: 이 하천의 이름은 조종천이다. 오른쪽에 있는 산은 명지산 줄기다. 명지산 연인산으로부터 많은 지류들이 흘러 내려온다. 그 가운데 대보단이 있으며 두밀리 마일리 등이 있다. 유명한 곳은 녹수계곡과 조종암이다. 한적한 녹수계곡은 활엽수가 우거져 계곡에 햇볕 하나 들지 않을 정도다.이 숲속까지 ‘유원지’ 먹거리집들이 들어서 있어 한꺼번에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 계곡이 안쓰러울 정도지만 한편으론 변변한 정원 하나 갖지 못한 수도권 사람들에게 위안이기도 하다.
▲패밀리아 파크: 맞은 편, 그러니까 37번 국도를 따라가면서 왼쪽편 조종천 너머로 보이는 산은 경기도 마석지역의 축령산 줄기다. 산장국민유원지가 청평 검문소에서 막 꺾어들어간 곳에 있고 현리 가까이로 가면 그 유명한 아침고요수목원이 축령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산장국민유원지는 최근에 이름을 바꿨다. 군에서 운영하던 것을 민간에 위탁한 것인데 이름부터 패밀리아 파크로 바꿨다. 조종천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고 야생화와 작은 동물원 등 볼거리도 있다. 통나무집 형태의 콘도식 방갈로가 들어서 있어 가족단위 캠핑도 가능하다. 현재 가족용은 8개동이 있으며 하루 임대료는 5만∼6만원이다.
패밀리아파크는 널찍한 운동장과 야영장을 갖췄고 아주 큰 규모의 야외행사를 가질 수 있는 야외무대 시설도 있다. 가족휴가는 물론 단체 MT에도 어울리는 시설이다. 개천가에 난 포장도로를 따라 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즐길 수도 있다. 가평이 자랑하는 가평 한우와 특별히 옻을 사료로 먹여 기른 옻돼지 옻한우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9월에 문을 연다. 패밀리아 파크 문의 031-585-6011. www.familia-par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