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호흡’ 박지원 ‘핵심 인사’ 이상돈 저격수로 변신…김종인·윤여준도 등 돌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근이 하나둘씩 떠나가고 있다. ‘친안계’로 불리던 인사들은 오히려 공격수가 되고 당 내에선 ‘불통’이라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박은숙 기자
박지원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한 달 전인 지난해 1월 “미래를 위한 지도자는 김대중과 안철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안 대표를 신임했다. 대선을 앞두고 안 대표를 DJ의 후계자로 밝히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대선 기간 때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둘의 관계는 각별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카드를 꺼낸 순간부터 박 전 대표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안 대표가 지난해 12월 “영호남 통합도 안 되면 어떻게 남북통일이 가능하겠느냐”라며 통합을 주장하자 박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영호남 화합이냐”면서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DJ와 함께했던 국민을, 지역감정 해소와 민주주의에 앞장섰던 호남을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을 위해 넣었다 뺐다 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에도 둘은 날선 공방을 벌였고,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갔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 방송에 출연해 “안철수와 함께 정치를 1년간 하는 사람이 없다”며 “그렇게 저하고 소통하고 얘기했는데 ‘하지 마라’고 싫은 얘기를 하면 그 순간부터 딱 끊어버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과거 안 대표와 남다른 관계였다. 안 전 대표가 2011년 정치권에 들어올 때 김 전 대표는 ‘정치멘토’였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둘은 의견차를 보이며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법륜 스님도 김 전 대표와 비슷한 케이스다. 그 후 안 대표는 김 전 대표를 향해 “5공화국식”이라며 공격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은숙 기자
그러나 지난해 8월 대선에서 패배한 안 대표가 당 대표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안철수는) 대선 패배에 대한 충격이 없다. 다음 대선에 나오면 50% 넘게 득표해서 당선될 것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며 “깨끗한 정치를 할 것이라는 이미지는 사라지고 남아 있는 것은 인지 부조화와 터무니없는 나르시즘”이라고 맹공했다.
이 의원은 또 “문재인은 대선 후 2013년 10월달에도 대선 패배에 사죄하고 눌려 있더라. 이게 정상 아닌가”라며 “안철수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 후에도 안 대표의 리더십을 공격하는 발언을 연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별한 이유는 없고 (안 대표)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안 대표 측근이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그래서 (안 대표로부터) 돌아섰다”고 했다.
안 대표에 대한 불만 토로는 당 소속 의원들뿐만이 아니었다. 국민의당 복수의 관계자들은 안 대표에 대해 “소통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이유는 복합적일 것 같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방향이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데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가면 갈수록 실망스럽다”며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나가며 자신의 방식으로만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 대표는) 상호적인 정치를 무시한다. (안 대표가 원하는) 방향이 옳다고 해도 과정에서 아무도 손을 안 들어주다 보면 안 대표 혼자 고립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좌, 협치 주장하더니 결국은 안 대표 자기 자신도 패권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의원실의 또 다른 보좌관도 “전에 다른 누군가가 김한길 대표에게 ‘안철수의 측근이 누구냐’라고 물어보니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 대표의 말을 듣는 사람이 그 측근’이라고 답한 바 있다”면서 “즉, 안 대표 의견에 다른 의견을 내면 그 측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의견을 내면 오래 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안 대표는) 정당의 한 단면만 보고 프로젝트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프로젝트 매니저처럼 어떤 사안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만 모아서 데려가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끝낸다고 하더라”고 했다.
안 대표와 최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유성엽 의원 역시 “(안 대표는) 대화와 소통이 잘 없다. 그리고 자기중심적이고 일방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다”며 “상호 작용 없이 일방적인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사람들이 안 대표에 대해)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요신문>은 한때 친안계였다가 지금은 등을 돌린 정치인들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그 중 김성식 의원은 “안 대표와 가까웠던 적이 없다”고 했고, 김종인 전 대표는 “한 번도 가까웠던 적 없고, 관심도 없다”고 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