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주 오가며 MB 선거자금 지원 정황…병역특례자를 MB 일가의 개인비서로 보낸 의혹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실소유 의혹의 중심에는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있다. 김 전 사장은 MB의 국회의원,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선거캠프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다스 수사 참고인으로 검찰에 소환된 김 아무개 전 다스 총무차장,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경리직원 조 아무개 씨도 김 전 사장의 지시를 받았다. 김 전 차장은 ▲다스 법인카드를 MB가 사용했고 ▲MB 자녀가 다스 법인차량을 썼으며 ▲MB 최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해외 출장 경비를 다스가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김성우 전 사장은 2000년대 초반 김백준 전 비서관과 함께 BBK 투자 명목으로 수차례 미국을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다스가 BBK와 주고받은 팩스 문서 일부는 검찰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다스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문건에 김성우와 김백준이란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BK 투자 당시 MB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은 내부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최대주주인 MB 처남 고(故) 김재정 씨도 마찬가지다. 다스는 2000년 4월 27일~12월 30일 모두 190억 원을 BBK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다스가 이 회장의 가불금으로 빼낸 돈 10억 원은 BBK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김 전 차장은 “이 회장이 회사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고 한 달에 400만 원으로 사용액이 제한됐다”며 “모든 자금 결제 권한은 김성우에게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우 전 사장은 MB의 국회의원,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선거캠프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7년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 당시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지만 “다스는 MB 것이 아니다”라고 결론냈다. 다스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김 전 사장이 MB의 (15대 종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OOO과 함께 마대자루에 현금을 담아 차 트렁크에 싣고 서울로 갔으며, 고려대 인근 식당에서 이를 전달했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MB 일가의 차명재산 관리인이란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다스가 BBK에 190억 원을 투자할 무렵 김 전 사장은 경주 외동읍 구어리 일대 부동산 11필지를 이 회장과 다스 명의로 매입했다. 당시 부동산 거래에 관여한 건설업자 A 씨는 “다스 돈으로 사들인 땅 일부가 이상은에게 넘어갔는데 이 모든 과정을 김 전 사장이 직접 챙겼다”고 말했다. 2000~2001년 다스가 사들인 땅의 지목(용도)은 임야, 답, 전 등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상 해당 지목에는 공장 등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 그러나 다스는 토지 매입 후 공장 설립을 위한 토목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가 2000~2001년 매입한 부동산 필지.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경주 외동읍 구어리 일대 부동산 11필지를 이상은 다스 회장 등 명의로 매입했다. 사진 제보자 제공.
2000년부터 다스는 구어리 공장 확장 계획을 세웠다. 매입 당시 논밭이었던 땅에는 다스 본사, 연구동, 공장 등이 들어섰다. 다스 전직 관계자들은 “부동산 매입 배후에 MB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 역시 “김 전 사장이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윗선’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 전 사장은 1994년 자본금 10억 원짜리 페이퍼컴퍼니 ‘미래’를 설립했다. 경주 보문로에 위치한 3층짜리 상가는 미래와 김 전 사장 소유였다. 복수의 다스 전직 관계자는 “미래와 보문로 상가가 MB의 차명재산”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원래 보문로 땅은 다스가 사기로 돼 있었는데 김 전 사장 명의로 바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사장은 미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2014년 보문로 상가는 다스 전 여비서로 알려진 최 아무개 씨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거래대금은 23억 6000만 원인데 다스 안팎에선 자금력이 없는 최 씨가 어떤 방법으로 상가를 인수했는지 의혹이 제기된다. 다스 사정에 밝은 앞의 인사는 “김 전 사장과 최 씨가 과거 밀접한 관계였다”고 말했다. 최 씨는 미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다스 재직 시절 김성우 전 사장은 병역 비리, 납품 비리 의혹 등에 연루되기도 했다. 다스 병역특례자(산업기능요원)는 근무지를 따로 배정받아 MB 일가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했다. 다스의 부동산 매입에 도움을 준 하청업체 B 사는 김 전 사장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2000년대 들어 매출 8000억 원대 회사로 급성장했다. 이번 검찰 수사로 불거진 비자금 조성 의혹도 김 전 사장이 ‘열쇠’를 쥐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김 전 사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임박했다는 말도 나온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