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과 ‘멘토’ 정학용은 연일 대책회의…MB 조카 이동형 ‘내가 다스 승계할 수 있다’ 피력
이명박 전 대통령이 11월 15일 바레인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최근 검찰은 서울동부지검에 다스 수사팀(팀장 문찬석 동부지검 차장검사)을 꾸리고 시민단체가 고발한 비자금 의혹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스가 2000년대 들어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운영하고, 12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이다.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다스 경리직원 조 아무개 씨는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BBK 수사 당시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정호영 전 특별검사(특검)는 지난 12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 씨의 횡령(비자금 조성) 의혹을 실토하기도 했다.
앞서 <일요신문>은 지난 11월 11일자 ‘[단독] 다스의 BBK 투자금 190억 의혹, 이상은 가불금에 비밀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은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특검 수사 종료 직후인 2008년 3월 다스가 차명계좌를 통해 100억 원 이상을 받았고, 당시 자금 담당 임원이던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해고됐다는 내용이다. MB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은 당시 비자금의 존재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공교롭게도 100억 원대 횡령 의혹을 받는 두 임원에 대해선 고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복수의 다스 전직 관계자에 따르면 경리직원 조 씨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사람은 김성우 전 사장이다. 김 전 사장은 현대건설 출신 ‘재무통’으로 MB가 직접 영입한 전문경영인이다. 김 전 사장은 다스의 ‘자금줄’을 쥐고 최대주주인 이상은 다스 회장을 견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자와 만난 김 아무개 전 다스 총무차장은 “이상은 회장의 경우 다스 회장이면서도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고 한 달에 400만 원으로 사용액이 제한됐다”며 “모든 자금 결제 권한은 김성우 전 사장에게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다스에서 20년 가까이 총무와 인사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로 지난 12월 29일 다스 수사팀에 소환됐다.
현재 김성우 전 사장은 제주에 머물다가 일본으로 급히 출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검찰의 출국금지를 앞두고 김 전 사장이 도피한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검찰은 경리직원인 조 씨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다스 안팎에선 다스가 조성한 비자금의 최종 종착지가 MB가 아닌 점, MB 역시 몇몇 차명계좌의 존재를 몰랐던 점 등을 근거로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스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김 전 사장의 개인 비리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BBK 특검 전후 MB가 김 전 사장과 만나 개인 비리를 눈감는 조건으로 ‘빼돌린 돈을 다스로 돌려넣으라’고 지시했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은 “검찰에서 조사하고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 2015년 이시형 씨(다스 기획본부 전무)가 설립한 ‘제2의 다스’ 에스엠은 다스 실소유 의혹을 규명할 ‘스모킹건’으로 지목된다. 사진 일요신문 DB.
특히 앞의 인사는 “다스 3공장 증축 시 MB가 직접 내려와 공사에서 쓰고 남은 돌과 소나무를 서울로 올리라고 지시했으며, 공사 용역 발주도 김 전 사장이 직접 MB에게 보고 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다스 전직 핵심 관계자도 “김성우가 도장을 안 찍으면 누구도 돈을 쓰지 못했다”며 “MB 실소유 여부는 김성우 사장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다스 협력사인 금강의 전 임원도 “MB가 없이 다스는 설립될 수 없던 회사”라고 했다.
2015년 이시형 씨(다스 기획본부 전무)가 설립한 ‘제2의 다스’ 에스엠은 다스 실소유 의혹을 규명할 ‘스모킹건’으로 지목된다. 비자금 의혹과 별개로 MB의 직권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최근 에스엠을 통한 다스의 경영 승계 움직임에 주목하고 관련 인물들을 차례로 소환하고 있다. 다스 내에서 에스엠 설립을 주도한 이는 이시형 씨의 ‘멘토’로 불리는 정학용 다스 부사장과 MB 매제인 김진 전 다스 부사장이다. 이들 중 정 부사장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연일 이시형 씨와 대책회의를 하고 있으며, 김 전 부사장은 병원을 찾아 수술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은 회장의 아들이자 MB 조카인 이동형 다스 아산담당 부사장은 최근 측근들과 만나 ‘자신이 다스를 승계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최근 몇 년간 경영 승계 구도에서 이시형 씨에 밀린 뒤 한때 퇴사까지 고려했지만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재기’를 꿈꾸는 것으로 전해진다. MB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신학수 다스 감사가 이동형 씨와 이시형 씨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앞의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이상은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데 회장 신변에 급작스런 이상이 생기면 결국 이 부사장에게 지분이 넘어갈 것”이라며 “이는 이시형 측이 에스엠을 무리해서 키운 배경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근 2008년 BBK 특검을 앞두고 다스가 파기하려 한 문건 중 일부가 경주 일대에 보관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문건 내용 가운데는 BBK 투자 당시 다스와 미국법인이 주고받은 팩스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검찰은 당시 다스의 증거 인멸 배후에 조직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다스가 김경준 씨로부터 반환받은 투자금 140억 원은 직원 성과급 등으로 쓰여 현재는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여러 자료를 통해 최대한 다각도로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며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선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