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가 끝나고 적당히 물이 불어야 래프팅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 ||
장마 끝에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주말. 여름휴가도 피크에 이르렀다. 물속에 풍덩 뛰어드는 것만으로는 더위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보트 하나에 몸을 맡기고 계곡을 내닫는 사람들에겐 무더위란 남의 얘기다. 시원한 물보라뿐인가. 쏟아져 내리는 급류에 몸을 싣고 물살과 함께 고꾸라지고 소용돌이칠 땐 앞이 다 아찔하여 소름이 쫙 끼친다. 롤러코스터와 비교하자면 이쪽은 그 찌릿함 위에 시원한 물바가지까지 뒤집어쓰는 판이라 타기 전과 타는 도중과 타고난 뒤가 하나같이 서늘하고 찌릿하고 후련하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4차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둔내, 진부터널을 지나면 진부IC다. 진부읍내를 거쳐 59번 정선 가는 국도에 오르면 도로변 옆으로 이어지는 오대천. 원 줄기가 진부 북쪽 오대산에서 발원하여 큰 개울이 되었다. 천렵을 즐기거나 다슬기를 줍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거문리를 지나고 나면 왼쪽 가파른 언덕 위에 청심대가 있다. 코너여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장소다. 언제나 문을 열어 두고 있어 잠시 올라가보는 것도 괜찮다.
1899년 강릉부사로 있던 박대감이 서울로 영전하게 되자 부사의 총애를 받던 기생 청심이가 석별의 정을 못잊어 대관령을 넘어 이곳까지 따라 왔다. 청심이는 부사와 같이 상경하지 못하는 서러움과 연민의 정을 가눌 길 없어 절벽 위로 올라가 강물에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1928년 그녀의 한과 넋을 기리기 위해 작은 정자를 세워 그의 이름을 따서 청심대라 불렀다고 한다. 청심이의 애환은 간 데 없고 그를 기리기 위해 지어놓은 정자와 커다란 기암, 그리고 강변을 향해 뻗어난 소나무가 아름답기만 하다.
청심대를 지나면 길가에 잘 지어놓은 통나무 카페 ‘정선가는 길’(033-334-0002)이 반긴다. 실내가 훤하게 트여 답답함이 전혀 없다. 이 집에서는 곤드레나물밥과 산채정식 등을 맛깔스럽게 만든다.
곤드레는 이 지역에서 자생하는 산나물. 가난하던 시절에는 죽으로 만들어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고 한다. 산에서 캐다가 급랭시켜 보관한 탓에 향이 살아 있고 들기름을 넣어 즉석에서 끓여내 맛이 있다. 반찬으로 나오는 ‘황태식해’가 별미다. 카페를 지나면 수항, 숙암 솔밭야영장을 지나게 된다.
진부에서 정선까지 오대천은 홀로 흐르는 것이 아니다. 길 반대편으로 손때묻지 않은 청정 산골이 시종 함께 달리고 있어 산골 여기저기 골골마다 옥수가 흘러나와 오대천으로 쏟아붓는다. 대부분 야영을 할 수 있는 넓직한 터와 맑은 계류를 끼고 있다. 밑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에는 버들치, 꺾지 등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막동, 장전 그리고 단임골이다.
맨 처음 만나는 막동계곡. 도로변에 아름다운 폭포가 있어서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많다. 고기 굽는 매캐한 연기가 가득. 도로 안쪽으로 들어가도 손색없는 계곡이 이어진다. 막동을 지나면서 장전계곡을 만나게 되는데 이 장전계곡을 기점으로 진부와 정선으로 군이 나뉜다. 장전계곡은 이끼가 아름다워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울창한 숲사이로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맑은 계류가 쏟아져 내린다.
여럿이서 쉴 수 있는 평평한 자리가 입구에 있다. 오수를 즐기는 사람, 천렵 하는 사람,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 빠져 수영하는 사람들로 여름 한철은 몸살을 앓는다.
▲ 수상스키는 의외로 배우기 쉬워 동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북한강변이 손꼽히는 수상스키 중심지다. | ||
도로변에서 계곡 정선을 향해 가면 숙암이라는 곳이 나온다. ‘잘바위’라는 뜻을 지닌 지명이다. 숙암교를 지나서 왼쪽으로 가면 단임골 가는 길이다. 자연휴식년으로 한동안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던 곳이다. 올해 개방되어 활기를 되찾은 숲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임은 단풍나무 숲이라는 뜻인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오지 중 오지다. 단임골을 둘러싼 고봉들. 박지산(1,391m)을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산들이다. 단임마을은 한국전쟁 때도 바깥 세상에 전쟁이 터졌는지 모르고 지낼 정도로 첩첩 산골마을이었다고 한다.
비포장길을 따라 30리 물소리를 벗삼아 덜컹거리며 40여 분 정도 달려가면 예전 화전민이 살던 대여섯 채의 민가와 폐교가 나타난다. 빈 고가는 이제 외지인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고 전원주택도 들어섰다.
마을 주변은 제법 평평한 곳이 있어 야영이 가능하고 폐교를 이용해도 괜찮을 듯하다. 산마루에 제법 잘 지어놓은 절집이 있다. 고기는 눈에 띄게 많지만 잡을 수는 없다.
오대천에서 래프팅이 시작된 지는 3~4년 정도로 연륜이 길지 않다. 이곳에 들어선 업체는 파워래프팅(033-333-6631), 오대천레저(033-333-8666), 오대산레저(033-335-6623), 사람과 자연 등 4곳이다.
래프팅을 가장 화려하고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시기가 7~8월이다. 장마가 지나가 적당히 물이 불어난 계곡에서 즐기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특히 오대천변은 기암과 급류 등이 잘 조화를 이뤄 큰 인기를 누린다. 래프팅은 초보자나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탈 수 있으며 물길을 가르며 달리는 스릴은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풀어준다.
복장은 반바지에 티셔츠가 좋고 발바닥이 찰과상을 입지 않도록 운동화를 반드시 신어야 하며 헬멧과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옷이 다 젖게 되므로 여벌의 옷은 필히 준비해 두어야 한다.
▲ 내린천은 급류타기와 탐사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전통적인' 명소다.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자주 찾는다. 원안은 내린천 다슬기.사진=우태윤 기자wdosa@ilyo.co.kr | ||
▲가는 길 : 진부-59번국도-오대천 위에 청심대(산 위에 정자가 나타남)를 지나면 막동할아버지 꿀집. 장전계곡은 이곳에서 5분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매표소가 나타난다. 매표소 지나 장전계곡. 단임계곡은 정선 방면으로 더 가다가 숙암교가 나타나면 좌회전해 비포장길 따라 오르면 나타난다.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이나 진부행 버스 이용. 진부-정선간 버스를 타고 원하는 곳에 하차. 또는 청량리에서 태백선. 증산역에서 갈아타고 정선역 하차. 정선 5일장 테마열차를 이용해도 좋다. 청량리에서 오전 8시경 출발.
▲주변 명소 & 별미 : 정선읍쪽으로 더 들어가면 나전삼거리다. 삼거리 못미쳐 우측에 있는 마을에 작은 분교가 있다. 아라리 인형의 집(033-563-9667)이다. 인형도 만들고 그림자극이 공연된다. 1인당 3만2천원을 3일간 민박비로 내면 된다. 취사는 각자 준비해야 한다.
나전에서 정선읍내로 가다가 3km 전쯤(하야트모텔) 왼편으로 정선자연학교(033-562-4555, 정선군 정선읍 덕송리 166번지) 가는 길이 있다. 10년 전 교실 두칸의 폐교를 산악인 남난희씨가 50여 명이 동시에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로 개조했다. 취사시설이 돼 있다. 운동장 나무 아래서는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시원한 원두막도 마련되어 있다.
정선읍내에선 2일과 7일마다 5일장이 선다. 정선 특산물 황기가 많이 나온다. 다한증에 특효가 있다는 황기는 정선 것을 최고로 쳐준다. 장터 안에 동박골(033-563-2211), 감자옹심이가 전문인 이모네 집(033-562-9711)이 맛있는 집이다. 정선역 근처에 있는 동광식당(033-563-3100)은 콧등치기와 황기족발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