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루포기산 중턱에 위치한 안반덕이 마을은 온통 감자밭 이다. 작은 사진은 고랭지 배추를 심고 있는 농부들. | ||
평균 해발 700~800m의 고원지대인 횡계에서 피덕령 고갯길을 넘어가는 길은 차량도 많지 않다. 모두 고속도로만 찾는 까닭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로 돌아가는 휴가여행은 드라이브 자체가 또 하나의 휴식이다.
강원도 용평에서 대관령을 피하여 산길을 넘는다. 피덕령 너머에서 만난 산간 오지 안반덕이에는 감자꽃이 만발했다. 사방으로 펼쳐진 감자밭과 눈부시게 맑은 하늘이 원시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고랭지 채소와 감자를 가꾸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도암댐 낚시와 호반 드라이브
겨울에 눈이 유난히도 많은 강원도 횡계는 여름마저도 서늘하다. 하늘과 접한 고지대라 무더위를 느낄 수 없다. 읍내에서 용평스키장 방면으로 가다보면 ‘도암댐’이라는 팻말이 나선다. 대관령을 넘지 않고 동해안쪽으로 빠져나가는 길의 시작이다.
도암댐까지 이어지는 10km의 협곡은 낭떠러지 위를 달리는 기분이어서 아찔하다. 울창한 수풀향과 한갓진 도로. 댐 상류부근에는 낚시꾼들이 밤을 지새면서 고기를 낚고 있다. 밤낚시를 끝내고 일어서면서 꾼은 이른 아침 물안개가 아름답다고 자랑이다. 둘러싼 양쪽의 산이 모두 높아 호수라기보다는 강과 같은 형상이다.
횡계에서 도암댐 가는 길목을 수하리라고 한다. 물 아래 마을’이란 뜻. 제궁골에서 시작된 송천이 마을을 휘돌아 흐르고 사방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을 바라보기조차 힘들다. 수하리는 횡계에서 물을 일곱 번을 건너야 들어올 수 있다 할 정도로 깊은 산중이었다. 예전에는 쌀이나 소금을 일일이 사람이 져 날랐단다. 이 마을은 본래 화전민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화전민들은 토질이 좋은 곳을 찾아 다니며 옥수수, 감자 등을 부쳐 먹었다.
민가는 흩어져 버리고 대신 ‘소의 고장’답게 점점이 이어지는 목장들이 푸른 물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다. 목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 읍에서 내려오는 오수가 흘러들어오는 곳. 그래서 오염문제가 곧잘 지적되는 댐이지만 지나면서 바라보는 길손에겐 환상적인 강변길일 뿐이다. 수하계곡이 물 건너에 있다.
이 길은 여름철이면 스키 연습장으로 이용된다. 마침 대여섯 명이 바퀴달린 스키구두를 신고 줄지어 아스팔트길을 유연하게 달려내려 간다. 인라인과 비슷하지만 스틱을 사용한다는 점이 눈에 보이는 가장 큰 차이다.
▲ 도암댐 상류에서 낚시하는 관광객들. 작은사진은 강릉 왕산조각공원. | ||
송천을 계속 따라가면 정선 아우라지로 이어지지만 길은 험하고 멀다. 수하저수지에서 오던 길을 돌아나오다 오른쪽 피덕령(피동령) 고갯길을 택한다. 동해안쪽으로 넘는 길이다. 본래 군 작전도로로 뚫린 곳이다. 답답한 고갯길을 넘어서면 안반덕이(안반데기)다. 고갯길을 기점으로 강릉시 왕산면이 된다.
마을 생김새가 떡메로 떡살을 칠 때 밑에 받치는 안반처럼 평평하게 생겼다해서 안반덕이로 불리는 마을. 수하리에서부터 눈에 보이던 고루포기산(1,238m) 중턱에 위치한 거대한 분지다. 주변은 온통 감자밭이다.
한쪽에선 고랭지 배추 심는 사람들이 모여 밭일에 여념이 없다. 수확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밭 사이로 시멘트 도로를 잘 만들어 두었다. 동서남북 어느 지점에서 보아도 온통 감자밭과 고랭지 채소뿐. 밭가는 어미소를 송아지는 밭둑에서 넉넉한 그리움으로 기다린다.
현재 40여 농가 중 한 농가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지에 살면서 농사만 이곳으로 와서 짓는 ‘출입영농’을 하고 있다. 출입영농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문제와 기후문제를 꼽을 수 있다. 워낙 오지인 관계로 학교가 없다.
또 10월에 첫눈이 내리면 이듬해 봄이나 되어야 길이 열리는 기후특성도 이들이 떠나간 큰 원인의 하나다. 주민들은 겨울이 되면 강릉이나 횡계 등으로 흩어져 살다가 농사철이면 다시 모여 든다.
오지 중의 오지 ''배나드리''
안반덕이에서 내려와 만나는 도로. 고갯길을 기점으로 우측으로 들어서면 배나드리다. 배나드리 가는 길은 자갈 많은 강원도 시골 풍광 그대로다. 배나드리는 배가 들락거려서 붙여진 지명이 아니라 지형이 배 모양으로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 주변은 온통 산과 계곡, 그리고 너른 강이 펼쳐지고 정선의 노추산, 아우라지까지 비포장 도로가 이어지는 오지 중 오지다.
도암댐에서 방류하는 물로 계곡이 다소 불어났다. 물고기도 있고 울창한 송림이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이 꽤 찾아든다.하지만 댐에서 내려오는 물이라서 맑지 않은 것이 흠.
배나드리에서 2~3분 거리에 감로차 가공공장(033-647-1953, www.gamrowon.co.kr)이 있다. 감로차의 원래 식물명은 수국차. 8월 중순부터 잎을 따서 자연건조시켜 보관한 후 필요에 따라 가공한다. 오는 8월8일~11일까지 감로차 만들기 행사(문의:02-723-8151~5)가 열린다. 3박4일 일정으로 숙식을 제공하며 자기가 만든 감로차는 다 가져갈 수 있다. 참가비는 7만원.
배나드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곰자리골이 있다. 곰자리교 옆으로 시골길을 따라 가면 자그마한 계곡이 펼쳐진다. 기암괴석은 아니지만 찾아오는 이 적고 물 맑기가 그만이라 잠시 쉬어가기 딱 좋다. 이 물줄기는 옥녀봉(1,146m)에서 내려온다. 울창한 송림과 나무가 우거져 여름철 피서지로도 인기다.
▲ 천년고찰 보현사 경내엔 보물급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절로 가는 길은 보현계곡(작은사진)을 끼고 있어 더욱 즐겁다. | ||
안반덕이를 내려와 길 오른쪽 성산으로 향하노라면 닭목령(680m) 고갯길이 나온다. 풍수에서 말하는 금계포란형 지형 가운데 ‘닭의 목’에 해당하는 곳이라 해서 닭목령(닭목재)이다. 고갯마루에는 두 기의 장승과 ‘닭목령’ 글자를 새긴 자연석이 서있다.
맞은 편 돌로 쌓은 담장 안에 있는 것은 산신당이다. 감자의 고향답게 감자보관창고도 한쪽에 서있다. 이곳에서 이름도 토속적인 고루포기산의 등산이 시작된다.
백두대간에 솟아 있는 봉우리로 울창한 숲과 초원지대,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환상적인 산행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 발 아래로 왕산리 계곡이 펼쳐지고 그 뒤편 멀리 강릉시와 동해 바다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초록빛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초원지대다.
고개를 내려오면 강릉 성산으로 이어지는 입고지(왕산골) 계곡과 강릉저수지길이 이어진다. 물 맑고 풍광도 아름답지만 강릉시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들어갈 수는 없다. 감시가 엄하다. 임계로 향하는 35번 국도를 만나기 전에 왕산조각공원(033-648-7640, www.wangsanart. com)을 만나게 된다. 매년 7~8월 여름체험학습장도 연다. 전시장에는 우분을 이용해 만든 작품도 있어 흥미롭다.
보현사와 보현계곡
닭목령에서 왕산천을 따라 강릉방면으로 9.8km를 내려가면 강릉저수지. 여기서 더 내려가면 대관령에서 내려오는 고속도로와 만날 수 있다. 구산 휴게소 앞. 길을 대관령박물관 쪽으로 잡으면 오른쪽으로 보현사 가는 길이 있다. 길가에 아름다운 홍화꽃이 만발했다.
보현사는 1천 년이 넘은 영동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경내에는 보물급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신라 말인 신덕왕 2년에 낭원대사가 세운 지장선원이 출발이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보현각 삼성각 영산전 등이 늘어서 있다. 절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보현계곡을 끼고 있어 더욱 즐겁다. 대관령 동쪽 기슭으로 울창한 숲과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이 흐른다.
보현사 길목 건너편으로 대관령박물관과 자연휴양림(033-641-9990)도 들러갈 만한 곳이다. 제왕산 기슭, 강릉 시민들이 즐겨찾는 삼포암유원지 바로 위다. 대관령 산림은 태고의 웅장함을 그대로 갖춘 우리나라 제일의 숲으로, 각종 편의시설과 숲이 조화를 이루어 가족단위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은 휴식공간이다.
▲별미:용평 진입로인 횡계는 황태덕장으로도 유명하다. 횡계읍내에 황태요리를 파는 곳이 많다. 황태요리를 하는 황태회관(033-335-5795)과 오삼불고기로 유명한 납작식당(033-335-5477), 메밀국수를 직접 빚어 내놓는 배나드리삼거리집(033-647-1475)이 횡계의 대표식당들이다. 강릉시 성산면은 대구머리찜의 고장이다. 원조집인 옛카네이션(033-641-9700)나 옛카나리아(033-641-9502) 등이 있다.
▲자가운전:영동고속도로-횡계IC-도암댐(시멘트포장길)-안반덕이-대기리 마을길-닭목령. 좌측으로 나오면 35번 국도와 만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성산면을 거쳐 대관령 오르는 고속도로와 만나게 된다. 보현사 가는 길은 오른쪽이다. 보광가족관광농원이라는 팻말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야 길이 헷갈리지 않는다.
글·사진=이혜숙 여행작가 http//:www.hye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