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철 ‘눈길 트레킹’ 하면 떠오르는 곳이 삼양 대관령목장이다. 위 나무는 영화 <연애소설>에 등장했던 일명 ‘연애소설나무’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봄 가을 명소로 유명한 대관령 일대가 겨울이면 눈길 트레킹의 명소로 떠오른다. 영동과 영서의 분수령인 대관령은 해발 850~1,470m의 고원지대로 겨울에는 항시 1m 이상 눈이 쌓여 있다. 고원지대라서 하늘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사방이 빛나는 눈과 시린 하늘인지라 두 눈이 호사스러울 따름이다.
눈은 초겨울부터 초봄까지 줄곧 이어지기 때문에 해마다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눈축제가 이곳 대관령에서 열린다. 트레킹 장소로 대표되는 곳은 역시 삼양대관령목장, 대관령옛길, 선자령 등이다.
겨울철 ‘눈길 트레킹’하면 떠오르는 곳이 삼양대관령목장이다. 오픈세트장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으로도 자주 이용된다. 그만큼 전망이 특별하다. 탁트인 설원은 다른 산에 올랐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고원지대라고 해서 등산하듯 힘겹게 산을 올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정도라서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
설화가 피어 있는 겨울산에 비한다면 여기는 모래 대신 눈으로 뒤덮인 사막 같은 풍경이다. 6백여만평(여의도의 약 7.5배, 국토의 1/5000의 크기)의 대규모 목장 위에서 구름이 몰려오는 장관은 ‘와서 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산정에서 내려다본 세상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면 고원지대의 올록볼록한 구릉지들은 가슴을 넓게 펴라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우리가 품을 것이 얼마나 많은지 넉넉한 설원이 말없이 손짓하는 것이리라.
원래는 목장 전체를 둘러보는 것이 정식 코스지만, 겨울이면 적게 1m에서 많게는 2~3m까지 쌓인 눈 때문에 전체를 돌아보기는 힘들다. 봄 가을에 차로 둘러본다고 해도 두 시간쯤은 걸리는 방대한 넓이 때문이다.
연인들이라면 매표소(입장료가 점점 비싸지고 있다)를 지나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는 것이 좋다. 좌측의 눈꽃축제가 열리는 대규모 눈놀이장에 비해 길이 호젓하고 운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연가>에서 본 배경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햇빛도 많이 들어서 따뜻하다. 반면에 매표소에서 좌측은 계곡을 끼고 있는 음지라 빙판길이 많다. 대신 가족단위 관람객은 좌측을 주로 이용하게 된다.
우측으로 드라마 <가을동화>에 나온 ‘은서나무, 준서나무’를 지나고 목장 1단지를 지날 때까지는 차가(주로 4륜구동) 올라가지만 이쯤 되면 내려서 눈길을 걸어야 한다. 트레킹이 시작되는 곳이다. 방수가 되는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고 이왕이면 무릎까지 스패츠를 착용하면 눈길을 신나게 걸을 수 있다.
▲ 대관령에 왔다면 횡계 지역의 눈덮인 황태덕장도 들러볼 만하다. 위는 삼양대관령목장에서 놀고 있는 관광객들. | ||
삼정호를 지나 대규모 눈놀이장에서는 가족끼리 ‘눈놀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전통썰매에서부터 소발구, 개썰매, 눈꽃마차, 설피신고 걷기 등 요즘 아이들에겐 생소한 전통 체험놀이를 준비해놓고 있다. 미리 예약하면 가족이나 단체 숙박이 가능하다. <가을동화>에서 은서의 집으로 나왔던 별장빌라를 단독으로 빌릴 수도 있다.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IC-횡계5거리(좌회전)-횡계초교 지나 직진.
▲문의: 033-336-0885 http://www.happygreen.net
광활한 목장이 눈은 시원하지만 혹 무료하다 생각되면 대관령 옛길을 찾아도 좋다. 최근에는 트레킹을 하는 답사단체나 여행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가는 길도 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다. 대관령 옛길(고속도로가 개설되기 전 걸어서 영동에서 영서로 통하던 길)이란 반정에서 강릉시 어흘리 대관령 박물관에 이르는 약 5km의 한적한 오솔길을 말한다.
‘아흔아홉굽이’라는 옛말처럼 돌아돌아 오르는 이 길이 하마터면 아예 사라질 뻔하였다. 옛날 사람들이 괴나리봇짐 매고 짚신 신고 넘던 그 길을 추억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관령 옛길은 찾기 쉽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를 지나쳐 고갯마루를 막 넘어 내려가면 도로 왼편으로 주차공간이 나타나며 ‘대관령 옛길’이란 표지를 새긴 입석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이 반정(730m)이라 하는 곳으로, 강릉까지 내려가는 대관령 옛길의 출발점이다. 험준한 봉우리들의 허리를 감아도는 고갯마루는 전망이 좋아 강릉시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반정에서부터 걸어 내려가는 시간은 약 1시간40분 정도 걸리며 반대로 어흘리에서 올라오려면 2시간20분 정도 소요된다.
대관령 옛길이 끝나는 어흘리 길가에는 대관령박물관이 세워졌다. 대원군의 친필로 쓰였다는 현액부터 오세창 선생의 병풍까지 전시해 놓았고 이곳 사람들의 옛 산중생활과 풍토 풍물을 알수 있는 전통유물 등 약 1천5백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주말 등산객들을 제외하고는 옛길을 걷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한 편이다. 옛길조차 이젠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예정이라 옛 정취를 간직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형편이다.
▲ 가운데는 대관령옛길 이정표이고, 그 아래는 드 라마 <가을동화>에 나왔던 은서의 집으로 통째 로 빌릴 수 있다. | ||
눈과 피할 곳 없는 바람으로 유명한 이곳은 경사가 완만해서 전문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큰 어려움은 없다. 특히 바람이 없는 날은 봄날처럼 따뜻한 양지바른 길이다. 도중에 기상관측소를 지나 1.2km 정도 가면 만나게 되는 대관사와 국사성황당. 대관사까지는 1시간, 선자령까지는 2시간 남짓이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
선자령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산수화다.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바라다 보이고, 맑은 날에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 산세에 비해 전망이 탁월하다. 등산객들의 긴 행렬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여유 있고 편안해 보이는 것. 그것이 트레킹의 즐거움이다.
눈꽃을 감상하고 하산하는 길에는 45도의 적당한 경사에서 엉덩이썰매를 타는 것도 눈길 트레킹의 묘미! 가족단위 주말 산행으로, 혹은 등산을 힘들어하는 연인들에게 추천하고픈 여행지다.
▲교통: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06:30~16:36까지 하루 4회 운행하는 강릉행 직행버스를 타고 횡계까지 간다(3시간 소요). 횡계에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대관령 가는 노선버스를 타야 한다. 선자령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아직도 불편하다. 겨울철 테마산행과 같은 단체를 따라가는 것이 편하다.
▲선자령 트레킹코스: 대관령(상)휴게소-중계소-새봉-선자령-동쪽 능선-다래골-초막교-대관령(5시간 소요)
[대관령 주변 여행]
경포대 일출 - 대관령목장에서 강릉 경포대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횡계오거리로 빠져 나와 강릉 방면으로 30분 정도 진행하면 강릉, 경포대로 진입할 수 있다. 횡계나 대관령목장에서 1박 하고 새벽에 출발해도 경포대 일출을 감상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황태덕장 - 겨울철 눈꽃트레킹으로 선자령이나 삼양대관령목장 등을 찾았다면 가는 길에 횡계 지역의 눈덮인 황태덕장도 눈여겨 보자. 명태가 겨울과 봄을 거쳐 노란 속살을 얻을 때까지 얼다 녹다를 반복하면 황태가 되는데 12월이면 대관령 주변 덕장에 명태가 빼곡하게 널려 있다.
선자령/옛길 가이드
▲선자령: 영동고속도로 횡계IC→(우회전)시내 통과 후 신호등 사거리에서 456번 지방도 진입→구 대관령(상)휴게소 뒷편 길로 올라간다.
▲옛길: 대관령휴게소(하)를 지나쳐 약 6백m 지나면 ‘대관령 옛길’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박수운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