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냐 확대냐 귀로에 선 국내 가상화폐 시장
텔레그램이 가상화폐 발행에 나선다. 연합뉴스
지난 8일 태크 크런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은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 자금을 모집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를 대규모로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텔레그램은 3세대 블록체인을 표방하는 ‘TON’(Telegram Open Network: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을 준비 중이다.
이에 텔레그램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성능이 우수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보이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가상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3월 ICO도 진행한다. ICO는 암호화폐 기반 프로젝트와 회사들이 초기에 사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미리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텔레그램은 이를 통해 최대 5억 달러(5300억 원)을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체 토큰 발행규모는 30억~50억 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의 자체 암호화폐 발행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텔레그램의 이용자수는 10억 명에 월간 사용자 수는 이미 1억 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할 때 텔레그램이 ICO실시한다면 목표금액 5억 달러 돌파는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체 암호화폐를 적용할 경우 텔레그램 내에서 결제와 송금도 가능해진다. 정부나 은행으로부터 독립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 웹스가 지난해 11월에 전세계 가상화폐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상화폐 업계를 주도하는 나라는 일본(27%)과 러시아(15%), 한국(15%), 미국(14%)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전 세계 투자자의 대부분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통화가 향후 5년간 실물 경제에 침투할 것으로 대부분 내다보기도 했다.
일본 이용자수만 6800만 명이 넘는 라인도 가상화폐에 참여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선 네이버 라인의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과 가상화폐 발행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네이버 메신저인 라인의 일본 내 이용자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주도할 나라로 일본이 가장 높은 기대를 가진 만큼 라인도 욕심을 낼만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라인은 지난해 활성이용자 수만 2억 명을 넘어섰으며 2016년 국가별 이용자에선 일본 이용자 수가 6800만 명을 기록했다.
한편, 우리 정부로선 사실상 가상화폐를 투기로 여기고 빗썸-코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국세청과 금감원을 통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해외 쪽에선 가상화폐 발행과 블록체인 플랫폼 규모 키우기에 나서는 모습이 대조적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2월 들어서 가상화폐 국내 거래대금이 코스닥을 능가했다”면서 “코스닥 투자자들 중에 이미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가상화폐 쪽으로 자금이 빨려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조차 주식시장에서 가상화폐로 자금유출을 걱정하기 시작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닥 살리기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쪽에선 화폐혁명이라고 흥분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튜울립 버블보다 더 큰 버블이라며 힐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화폐 광풍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