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자체 임명은 진정한 자치” vs 시 “협약 위반…인사교류 중단”
광주시 광산구청 전경.
광주 광산구는 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달 16일 명예퇴직을 하게 되는 윤기봉 부구청장 후임으로 이성수 주민자치국장(4급)을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시키고 부구청장에 임명했다. 앞서 광산구는 지난 2015년에도 임명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윤 부구청장이 내정 후 3개월여 임명이 늦어지는 사례까지 있었다.
광주와 전남에서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부단체장을 임용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단체장을 시민이 직접 뽑는 1995년 이래로 기초지자체, 특히 자치구 부구청장의 경우 광역지자체가 소속 공직자를 자치구로 보내는 ‘관행’이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배경에는 현실적인 인사운영과 지방자치법이 달리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110조 4항은 “시의 부시장과 군의 부군수, 자치구의 부구청장은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되 그 직급은 시장과 군수, 구청장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법조문에 충실한다면 당연히 부구청장 임명권은 해당 단체장이 갖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부시장이나 부군수, 부구청장을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임명한 곳은 극히 드물다. 서울 도봉구, 영등포구 등 4개 구청과 대전 대덕구가 부단체장을 자체 승진시킨 사례가 있다. 도 단위에서는 강원 속초시와 춘천시가 부단체장을 자체 승진·임명했다가 광역-기초 지자체 간 갈등으로 원대 복귀하기도 했다.
광산구는 이번 자체승진을 ‘관치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치행정’으로 가는 길을 개척한 사례라고 자평했다. 지방자치법은 소속 공무원 승진 등은 해당 지자체장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임 이성수 광산구 부구청장은 1978년 공직 입문 후 광산구에서 감사관, 기획관리실장, 총무과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주장보다 경청에 중점을 두는 리더십으로 조직 안정과 갈등 조정에 뛰어나다고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이성수 광산구 부구청장은 10일 오후 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2015년 광주 5개 자치구와 체결한 부구청장 교류 등을 담은 인사 협약을 들어 부구청장 자체 승진이 협약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광주시가 부단체장 자체 승진에 인사교류 중단까지 예고한 바 있어 인사갈등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광산구의 부단체장 자체 승진에 따라 광산구와 부구청장 잔류를 고수하는 동구를 제외하고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기존 협약을 지키기로 한 나머지 자치구에 대해서는 인사상 혜택을 최대한 줄 계획이다.
반면에 부단체장 인사교류를 거부한 광산구와 동구에 대해 광주시는 하위직 인사교류 중단, 신규 직원 교육비 지원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부구청장 자체 승진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며 “인사교류를 원하지 않은 구청과는 인사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시의 일관된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원철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