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비트코인 환치기 본격화…국내 중국 은행서 위안화 거액 인출 잇따라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를 찾은 시민들이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사정당국에 따르면 정부 규제를 앞두고 국내에서 거래하던 가상화폐를 정리해 환전하는 중국인들의 환치기(불법 외환거래)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행의 한국 지점들에서 거액을 환전해 가는 사람들이 많아 해당 은행들이 고심에 빠졌을 정도다. 이는 최근 정부의 가상화폐 시장 규제 움직임과 급등락을 반복하는 시세로 인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던 중국 자본 이탈 현상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중국산 가상화폐가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중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자국 거래소 출금 중단 등 규제를 내린 지난해 9월. 중국인들이 자국 거래소 활용이 불가능해지자 빗썸, 코인원 등 국내 거래소로 송금한 뒤 한국으로 들어와 거래를 이어갔다. 그리고 가상화폐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이를 현금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정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탓에 한국과 중국 정부 모두 이를 실시간으로 단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에선 애시당초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 시세가 외국보다 높게 형성돼 생기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한국이 아닌 중국에 의해 생긴 현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 규제 당시 국내 거래소는 금융당국 감시에 벗어나 있었고 세금이나 규제도 없었다. 가격도 비싸고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다 보니 중국발 가상화폐가 국내에 대량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규제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 자본이 한국에 넘어오는 실정이라 중국이 단속을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김치 프리미엄이 강하게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엔 한국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기조와 맞물려 가상화폐의 시세가 폭락하면서 김치 프리미엄도 동반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과 16일 국내 거래소 빗썸과 글로벌 시세 기준 가상화폐를 비교한 결과, 김치 프리미엄이 41.3%에서 27.8%로 13.5%가량 폭락했다.
이렇듯 국내 시세가 영향을 받자 중국인들이 환치기를 통해 자금을 다시 빼가는 현상이 늘고 있는 것이다. 수법은 이렇다. 중국인들은 우선 빗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전자계좌에 일정 수수료를 내고 중국 거래소 내 가상화폐를 전송한다. 이 전자계좌는 국내에 있는 전문 환치기 일당들의 실물 계좌와 연계된 것으로 환치기 일당들은 가상화폐가 들어오면 이를 매매해 현금을 출금하고 이를 다시 중국 은행 국내 지점 등에서 위안화로 환전해 중국으로 보낸다.
거액의 환전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인천 등에 위치한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해 돈을 세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가상화폐를 원화로 판 후 매도대금을 대림동 등 환전상을 통해 위안화로 바꿔 찾아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환치기는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활개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비트코인으로 환치기를 한 일당 6명을 적발, 그 가운데 2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이른바 가상화폐의 국제 시세보다 한국 시세가 비싼 점을 이용했으며 비트코인을 이용해 120억 원어치의 위안화를 환치기하고 수수료를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빠른 실명 거래 전환 및 외환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환치기·시세 조종 등과 같은 불법 행위와 투기 거래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화폐 실명거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환치기 등 불법 행위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가 실명으로만 이루어져도 수사 기관의 거래 내역 추적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불법 행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수사당국 역시 가상화폐 관련 범죄의 집중단속을 천명하고 나섰다. 특히 관세청은 지난해 말 중국 환전상이 많은 서울 대림동 일대 실태점검을 벌이고 현재 불법 외환거래 혐의업체 4곳을 조사 중이다. 아울러 우범 업체와 고액 거래에 나서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네이버가 이오스와? ‘카더라’에 웃고 울고…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방침에 따라 관련 시장이 냉온탕을 넘나들며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을 비롯한 금융 유관기관에선 가상화폐 거래 금지·자제령 등을 내리며 내부단속에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과 은행권에서도 가상화폐 금지령이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내부 지침을 통해 임직원 가상화폐 거래 자제를 당부했다. 신한·기업·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역시 소속 직원들에게 근무 시간 내 가상화폐 투자 금지 지침을 전달한 상태다. 하지만 금융기관 직원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불만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이미 투자를 한 사람들은 과도한 자유의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다니는 한 직원은 “억지로 (거래를) 막으려 한다 해도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할 수 있다”며 “이미 국내 거래소가 폐쇄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해외 거래소로 갈아탄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미 막기에는 뒤늦은 처사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막으려면 진작에 막았어야 했는데 위에서 금지하니까 밑의 직원들까지 금지하는 건 뒤늦은 처사”라며 “개인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는 게 가상화폐인데 막는다고 해도 마음먹고 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권고 수준의 금지령으로는 누가 그 말을 들을지 의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 역시 “거래를 하지 말라고 해서 화장실에 가서 몰래몰래 확인한다”며 “우리도 결국 서민인데, 가상화폐를 막는 것은 공산국가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는 해외 거래소 이용법과 해외 송금 절차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가 막힐 경우 해외 거래소로 망명을 시도, 거래를 이어가겠다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이 아무개 씨(30)는 “정부규제가 심해지면 입출금도 자유롭지 않고 코인가격 변동도 심해서 불안하다”며 “해외 거래소는 일단 ‘프리미엄’이 없어 코인들이 비슷한 가격이라며 또 투기세력이나 우리나라같이 과열 현상이 심하지 않아 안전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불안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건 근거 없는 찌라시다. 지난 주말에도 찌라시에 실린 허위 정보에 가상화폐 가격이 하루 새 80%나 폭등했다 다시 원래 가격으로 급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빗썸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오스(EOS)’ 가격이 자정 1만 6000원대에서 오후 2시쯤 2만 9000원으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후 오후 7시 1만 8300원으로 다시 급락하며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다. 이오스가 서울에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 밝힌 것도 한몫했다. 마침 이날 오후 이오스가 서울 한 호텔에서 투자자 설명회 행사를 열 예정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설명회는 이오스를 개발한 블록체인 회사 블록원이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개발 진행 상황, 향후 사업 계획 등을 설명하는 자리로 끝났다. 이 같은 급등락 배경에는 근거 없는 찌라시가 있었다. 이날 일부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내 IT 기업 네이버가 이오스 측과 기술 협약을 맺기로 했다는 내용이 퍼져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 찌라시엔 NHN엔터테인먼트 출신 전수용 대표가 빗썸 신임대표로 선출된 사실도 언급하며 구체적 이유도 나와 있다. 하지만 이는 허위 사실로 밝혀졌고 투자자들의 기대가 시세에 반영되며 시세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시세는 설명회가 끝난 뒤인 오후 7시를 기점으로 원래 가격 선으로 떨어졌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런 ‘카더라’에 휩쓸려 무작정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투자할 코인의 전망과 기술 등을 살핀 뒤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