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신규회원 진입 가능…“신규자금 유입되면 가격 상승” 되레 매수 권장
가상화폐 투자를 멈추지 말고 더 매수할 것을 권장하는 한 가상화폐 투기 세력방. 텔레그램 캡처.
하지만 시장은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투기 세력들이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20일까지 버티면 다시 오른다”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1월 20일을 기점으로 삼은 것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신규 회원 가입 및 거래가 그때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투자자들은 얼마든지 투자금을 증액할 수 있지만, 기존에 거래를 한 적이 없던 투자자들은 거래가 불가하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가격 급락 흐름을 놓고 ‘매수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한데, 실제 취재진이 들어가 있는 한 가상화폐 투기 세력방에서도 “어중간하게 팔았다가 오히려 더 비싸게 사서 개수만 잃는다면 이중손해”라며 “20일부터 다시 과열될 것이니 가상화폐 투자를 멈추지 말고 지금 더 매수하라”고 권장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 역시 생각이 비슷했다. 2억 원가량을 가상화폐에 투자한 직장인 A 씨는 “20일 전후로 신규자금 유입 기대감이 확산되면 이번에 떨어진 것을 쉽게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1억 원가량 손해를 봤지만 존버(길게 들고 가며 버티기를 뜻하는 신조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1000만 원가량을 투자해 5000만 원까지 벌었던 학생 B 씨 역시 “기다리면 오른다는 믿음이 있다”며 “지금 절반 넘게 떨어졌지만 못 팔아서 아쉽기보다는 더 이상 금융기관에 빌릴 돈이 없어 더 살 수 없는 게 속상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거래 규제안 추진에 정부와 투자자들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실제 가치에 기반하지 않은 투기행위로 보고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역시 법무부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상화폐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정부가 정상적인 투자마저 불법으로 매도하며 무분별하게 칼을 들이댄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반발도 구체화되고 있다. 박상기 장관의 발언 직전 1만 명 수준이었던 청와대 국민청원 정부 비판 게시글에는 11일 오후 4시 현재 6만 명이 넘는 지지 댓글이 달렸다. 박 장관의 기자간담회 내용이 알려진 지 4시간 만에 5만 명 정도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청와대 게시판을 찾은 것이다.
지난달 말 시작된 위 규제 반대 청원글은 “정부가 언제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준 적이 있느냐”며 “시대 흐름상 가상화폐는 4차 산업혁명이 맞다고 판단되기에 투자를 하는 거지 마구잡이로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정상적인 투자자들까지 불법 투기판에 참여한 사람들로 매도한다”고 주장했다. 이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는 한 투자자는 “박상기 장관도 임명 직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지 않았냐”며 “본인이 하면 투자고 우리가 하면 투기냐, 정부가 서민들의 희망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상화폐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을 해임하라는 청원도 확산되는 등 투자자들의 반발은 한동안 계속될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추가로 가상화폐에 투기하는 사람들을 막으려는 것인데, 본의 아니게 기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가상화폐가 급락했을 때의 사회적 피해를 감안할 수밖에 없음을 투자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