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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통바람골에서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민박집인 응곡산장, 전기가 들어온 지도 1년밖에 안된 깊은 산촌인 응곡마을. 이곳 사람들은 산나물과 약초 등으로 생계를 꾸려 간다. | ||
그렇다고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찬 저항. 아무리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잠시 기분을 가다듬으면 반드시 솟아날 구멍은 있게 마련이다.
어느날 문득 훌훌 털어내는 기분으로 심심산골 자연을 찾아 떠나보자.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비워내면 혹시 아는가. 꼭꼭 막혀있다고 생각했던 압박감 속에서 어떤 탈출구를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이 트이기라도 할지.
여름 도시 사람들이 일제히 몰려드는 계절이면 오지란 하나도 없게 될지 모른다. 드물지만, 국내에는 아직 몇군데 남았다는 오지들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속 오지를 찾아가 본다. 강원도에서도 홍천 인제 등의 청정 숲길들을 소개한다.
[통바람골과 응곡마을 - 홍천 명계리]
이름도 귀에 선 응복산 자락 오지마을을 안 것은 갈천약수터에서 만난 약초꾼 덕분이었다. 응복산(1359.6m)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과 현북면, 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는 백두대간의 한 봉우리다.
북쪽으로 난 80리 골짜기, 미천골로 더욱 유명한 산인데 사방으로 통바람골, 약수골, 합실골 등 원시 골짜기들을 무수히 품고 있다. 천연사이다라 불리는 탄산천 명계약수도 유명하다.
일명 ‘통바람약수’인데 약수터가 있는 봉우리는 아예 약수산이라 불린다. 약수산 남으로 명계약수, 서쪽으로는 삼봉약수, 북으로는 갈천약수, 동으로는 불바라기약수가 있기 때문이다.
통바람골을 통해 들어가는 길은 아직 비포장이며 900m 고지쯤에 띄엄띄엄 민가 대여섯채가 있을 뿐이다. 산이 높아서 기온이 낮은 대신 감기 바이러스도 침범을 못한다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봄이면 산나물을 캐고 밭에는 당귀와 곰취 같은 산약초를 심어서 생계를 꾸린다. 전기가 들어온 지는 이제 1년 정도. 유선전화는 아직 들어온 집이 없고 무선전화는 산 정상께나 올라가야 전파가 잡힌다.
여기도 민박집이 있다. 제법 세련된 외양이지만 화덕장작불을 사용한다. 켜켜로 장작을 쪼개두고 비바람을 피하는 지붕 낮은 민가도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차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
도심과는 너무나 멀어 전등빛의 간섭이 전혀 없다 보니 밤이면 유난히도 아름다운 별들의 하늘이 펼쳐진다. 골짝마다 맑은 계곡물. 삼복더위 아니라 세상에 무슨 난리가 난다 해도 이곳의 평화는 깨지지 않을 것만 같다.
이곳을 찾을 때는 고기와 쌀 등 기본 먹거리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인심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하룻밤을 보내면서 쏟아져내릴 듯한 별을 구경해 보자. 산촌 사람들이 직접 기른 당귀 곰취와 질좋은 산나물을 구입할 수도 있다.
▲가는 길: 마을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없다. 홍천읍에서 버스를 타고 삼봉휴양림, 명계리에서 내려 걸어 들어간다.
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 속사IC로 나와 운두령고개 넘어 창촌 방면 56번 국도 이용. 창촌-구룡령 길 사이에 우측으로 명계리 들어가는 446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지난해 수해로 도로공사가 진행중이다. 공사구간을 벗어나면 다리가 나온다.
다리 앞에서 비포장길로 좌회전(팻말이 없다)해 올라가면 바위로 입구를 막아놓은 장소가 있다. 이곳에서 개울을 건너면 약수터 가는 길이다. 맨 처음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비가 많이 오면 물살에 덮혀 찾지 못한다. 마을은 길따라 10여분 올라가면 된다.
▶별미&숙박
가는 도중 속사에서 송어회를 맛보는 것이 괜찮다. 여러 송어집중 운두령횟집(033-332-1943)이 유명하다. 통바람골에는 응곡산장(011-9795-1684)이라는 산중 민박집 하나 뿐이다. 원하면 식사도 가능하다. 삼봉자연휴양림(033-435-8536, 홍천군 내면 광원리)을 예약해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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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가리골로 들어서는 초입의 ‘베이스캠프’인 조경분교. 이곳은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종착역’이기도 하다. 맨아래쪽은 홍천 미산마을 개인산 계곡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폭포 중 한 곳. | ||
우리나라의 가장 오지로 꼽히는 곳이 바로 인제군의 방동, 진동 마을이었다. 그곳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해마다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그래서 이제는 오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되어 버린 듯하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만큼 번듯한 펜션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진동리에서 설피밭에 이르는 길목에는 하루가 다르게 고급 펜션들이 이어지고 있다.
방동, 추대, 진동 계곡 등. 골골이 맑은 물이 흐르고 천렵도 가능하다. 밤에도 불을 밝히고 고기를 잡아댄다. 특히 가장 아름다운 폭포와 숲을 안고 있는 방태산휴양림은 예약이 넘쳐서 웬만해서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정도다.
특히 이 골짜기 중에서도 사람 손길이 많지 않은 곳이 아침가리골이다. 산악인이나 오프로드 마니아들, 나물꾼이 아니고서는 웬만해서는 찾지 않은 곳이다. 그래도 요새는 가는 길의 일부 구간이 포장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어 있다.
아침가리골은 한자로는 조경동(朝耕洞)이다. 아침갈이 이름의 유래는 아침에 밭을 갈면 더이상 갈 만한 밭이 없다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세 져버릴 만큼 첩첩산중이라 해서 지어졌다.
이곳에는 딱 세가구만 있다. 그중 한집은 농사철에만 잠시 들어와 사는 곳이다. 울퉁불퉁 길이 좋지는 않지만 조경 분교까지는 웬만해서는 차량 운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곳을 종착역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 지역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더 안쪽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차량 운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비포장길은 홍천의 명지가리-월둔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가는 길의 다리가 다 유실되었기 때문이다. 전문 오프로드 동호인만이 개조한 차로 운행이 가능하다. 계곡을 10여개 이상을 건너야 하고 굵은 바윗돌과 장마에 씻겨 나간 도로의 홈 때문에 금방이라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때는 차를 버리는 것이 좋다. 천천히 하이킹이나 트레킹을 즐기면서 숲향기를 그대로 만끽하는 것이다. 인적이 뜸해지면서 수만평에 이르는 땅덩어리가 자연의 보고다. 지천으로 피어나는 야생화, 맑은 물과 계곡을 따라 펼쳐진 원시림은 가히 우리나라의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비경을 자랑한다.
오염 줄기 하나 없는 이곳은 떠 마셔도 좋을 만큼 물이 깨끗하다. 특히 조경분교에서 8km정도 떨어진 계곡 가에 숨겨져 있는 조경약수가 있다. 천천히 그곳까지 목표를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기는 발전기를 돌려야만 가능하고 전화도 되지 않는 이곳에서 도심에 묻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 버리는 것은 어떨까? 잠시 머리를 백지장으로 비워 놓을 수 있는 곳이다.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으므로 야영준비를 해 가는 것이 좋다.
▲가는 길: 아침가리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따로 없다. 대신 인근 마을까지 군내버스가 간간이 운행된다. 방동약수 입구에서 갈터(추대)-두무대-진흑동까지 도로포장이 되어 있고 군내버스는 두무대까지 운행된다.
자가용은 서울-양수교-6번 국도-용두리삼거리-44번 국도-홍천4거리의 철정3거리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 이용-고석평교에서 31번 국도 이용. 인제방면가다 방대교 우회전-353번 지방도 따라 7.9km가다 휴양림 팻말 따라 우회전-마을 초입에 방태산과 방동약수가는 길이 나뉘어 진다. 방동약수로 들어가지 말고 곧추 직진하면 아침가리골이다.
▶별미&숙박
두무대 송어장, 진동리 산채가 등 토속음식점이 있다. 숙박은 방태산휴양림(033-463-8590)이나 진동리에 있는 6백고지 언덕 끝, 산밑에 자리잡고 있는 언덕위의 하얀집(033-463-2161)이나 아침가리산장(033-463-7790)등이 있다. 그 외 설피마을쪽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세쌍둥이네 풀꽃세상(033-463-2321)이 최신식 건물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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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가리골서 명지가리로 가는 트레킹 코스의 맑은 물은 그냥 떠먹어도 될 정도의 청정수질. 홍천 미산마을 개인 약수터의 물은 당뇨병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통바람골을 찾은 사람들이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위부터) | ||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개인약수터. 개인약수는 1891년 지덕삼이란 사람이 발견했다고 전하며, 옛부터 약수를 마시기 전에 육류를 먹으면 물이 흐려진다는 설화도 전한다. 당뇨병에 특효가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삼나무와 전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곳에 탄산수 주성분의 개인약수가 솟아나며 개울의 바닥 돌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솟아나는 약수만큼이나 정갈하고 정성스런 수십 개의 돌무더기가 서있는 약수터의 풍경은 종교적인 느낌을 준다. 산신령에게 약수의 효험을 비는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10여분 정도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오는 길에 산재해 있는 아름다운 폭포가 아름답다. 하루를 유해도 괜찮다.
▲가는 길: 홍천, 서울 등에서 현리행 버스이용. 상남에서 하차, 미산리행 버스 환승하며 홍천-현리(상남) 간은 직행 및 완행버스가 약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상남에서 미산리행 버스가 있지만 자주 운행되지는 않는다.
자가용은 서울-양평-홍천-철정검문소-내천-상남우체국에서 우회전-미산마을에서 살둔리방면으로 가다가 팻말따라 개울을 건너서 산길을 오르면 된다. 이곳에서는 비포장길. 마주오는 차가 있으면 서로 비껴가기 어려우므로 유의하길.
▶별미&숙박
미산마을에 있는 김흥년씨 집(033-463-6921)은 장작불을 때서 만든 손두부와 내린천에서 잡은 자연산 민물고기조림 등으로 소문난 맛집이다. 산길 오르기 전에 꼭 한번 들러 강원도 전형적인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맛난 음식을 맛보는 것이 좋다. 숙박은 홍천군 율전에 있는 살둔산장(033-435-5928)을 이용하거나 약수터 올라가는 길목인 차건일씨가 운영하는 개인약수민박(033-463-1700)을 이용하면 된다.
이혜숙 프리랜서 http://www.hye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