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독립문화원 매각 이후 경민학원이 보관…‘환원’ 약속 아직도 감감 무소식
지난 2016년 여름 외국계 기업에 매각된 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 모습. 일요신문DB
지난 15일 검찰이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경민학원을 교비 횡령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홍 의원은 경민학원을 통해 기부금을 받는 형식으로 정치 자금을 모금한 뒤 이를 빼내 사용한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홍 의원 측은 “불법 정치자금 받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민학원은 홍문종 의원의 아버지 홍우준 전 국회의원(11·12대)이 1968년 설립한 학교재단으로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경민대학교를 비롯 경민고등학교, 경민IT고등학교, 경민중학교 등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2002년 하와이에 있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단체 대한인국민회 부지를 사들여 독립문화원으로 개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전인 2016년 경민학원이 유지·관리 등을 이유로 이를 외국계 투자회사에 팔아 논란이 일었다.
이곳은 그동안 한국 독립의 역사와 하와이 이주민들의 실상을 담은 주요 장소였다. 건물 내부에는 해외독립운동 거점이던 대한인국민회와 관련된 사료가 전시·보관돼 있었다. 이처럼 해외독립운동 역사를 자랑하던 문화원이 외국계 기업에 팔렸다는 소식이 한인 사회에 전해지게 된 것이다. 이에 하와이 한인회는 매각 반대를 외치며 독립유공자들이 남긴 유산을 지키고자 했다. 사태가 커지자 홍 의원 측은 “그동안 문화원을 지키려고 노력해왔으나 매년 발생하는 관리·유지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매각 이유를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당시 홍 의원 측은 ‘일요신문’에 “건물에 남아 있는 유물과 유적은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경민학원으로 가져올 계획”이라며 “무명 애국지사 추모비는 하와이 주호놀룰루 총영사관에 기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하와이 독립문화원 문제가 거론되자 홍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독립문화원) 매각 자금이 비록 개인 돈이지만 사사롭게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와이 지역 내 다른 독립유적지 환원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 의원 측에 해명에도 한인 사회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하와이 한인들은 “독립문화원을 원상복귀하라”며 단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유물 반환 운동을 전개해왔다. 이 때문에 국가보훈처는 한인들의 마음을 알고 경민학원 측과 협의 하에 유물들을 환원할 계획을 세웠다.
이 중심에 있던 하와이 한인 고서숙 고송문화재단 이사장은 “현재 경민학원으로 이송됐던 문화원 유품들은 보훈처와 협의 하에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며 “유물들이 한국으로 이송될 당시 보훈처가 우리 한인들의 입장을 알아봐주고 유물이 한국에 도착하는 대로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보관하다 하와이에 전시공간이 마련되면 돌려주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와이 독립문화원 무명애국지사추모비가 있던 자리. 비석은 사라졌고 제단만 남은 현 상태. 사진=하와이 한인 제공
더욱이 보훈처로부터 실제 유물들을 보관하기로 한 천안 독립기념관이 유물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경민학원에 두 차례에 걸쳐 실사까지 나갔음에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2016년 말 두 차례 실사를 나가 기념관으로 가져올 수 있는 목록들을 만들어 보훈처에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그런데 그 이후 보훈처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훈처가 가만있는데 우리가 나서서 경민학원에 가져간다 만다 할 입장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보훈처의 입장도 같은 맥락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역사적 가치를 따져봐야 해 보훈처에서도 직접 실사를 했고 경민학원 측과도 이야기가 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후 1년 넘게 공문도 보내고 요청을 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우리로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소유권은 경민학원에 있어 그들이 내놓지 않는 이상 우리가 강제로 가져올 권리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단 하와이 현지에서 한인들이 현재 추진 중인 박물관 건립이 완료되면 그때는 하와이에 문화원 유품을 보낼 수 있도록 경민학원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경민학원 측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경민학원 측은 “독립문화원 관련 사안은 아는 바가 없으니 재단 측과 통화하라”며 민감함을 보였다. 재단 측과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는 않았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