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태백 도로 미개통 구간 민원인과 법적 공방 속 공사 강행 ‘빈축’...땅 갈라지고 주민 안전 사고 잇따라
균열이 생긴 ‘삼척시 신기면’ 공사현장 주변 모습
갈등 중인 구간은 삼척시 신기면 안정사 인근 3.1㎞ 구간으로 보상협의 등 갈등과 법정공방으로 공사를 추진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로부터 공사기간을 1년 더 연장 승인을 받아 올해 말까지 미개통 구간에 대해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개통 구간을 부채도로로 편입할 계획이지만 민원인인 안정사(사찰) 측이 이주할 대체부지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지장물 감정평가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삼척~도계~태백을 오가는 운전자들이 이 구간에서 우회로를 이용하는 불편을 초래하고 미개통 구간 진·출입로가 좁아져 대형차량 교행이 어려워 운전미숙으로 인한 추돌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주민들은 “20여년 동안 기다렸던 국도 38호선 확장 개통 주민숙원사업이 일부 구간 미개통으로 불편이 지속되고 있고 지난 해 말까지 미개통 구간을 개통하기로 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안전사고 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간 안정사 측은 사찰 토지와 삼척시가 도기념물 제85호인 모과나무 진출입로로 이용할 부체도로 개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웅전 등 사찰시설이 공사 현장에 편입돼 있는 점도 주요 반발 사유다.
특히, 공사 진행 과정에서 폐기물 매립 및 불법 분묘 훼손 등 환경 파괴와 안전진단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된 점 등을 들어 사업비가 더 소요되더라도 자연과 사람의 안전을 위해 노선을 직선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민원인들 주장대로 노선을 변경해 직선화할 경우, 사업비가 100억~150억 원 정도가 더 소요된다며, 사찰 내 대웅전이 본선 구간에 편입돼 있는 만큼 보상 또는 이전에 나서 올해 말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양 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어명소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이 새로 부임했다. 이에 지난 1월 24일 민원인은 변호사를 대동하고 어 청장을 면담하게 된다. 어 청장에게 공사 강행에 대한 부당성과 갈등 중재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면담에 나선 어 청장은 “현재 토지보상법이라는 손실보상법이 있다”며 “공사 중 사찰의 피해방지를 위한 임시방호벽 설치를 함에 있어 사찰 이전비 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피해자에게 지급을 통한 민원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사찰법당 주변의 지형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공사가 불가능하고 사찰에서 현재 진행중인 소송에서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패소하면 공사를 중단시켜 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어 청장은 “패소하여 공사가 중단되더라도 협의나 합의는 없다. 민원인에게 지급하는 것보다 더 많은 국가적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원인 측은 실질적으로 신임 청장이 민원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현장을 보고 민원해결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호소했지만 청장은 단호했다. 민원인은 시공사 일부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민원인 측은 평창동계올림픽과 종교계로 반대 시위의 장소와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과 홍법사 사찰 이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홍법사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여 사찰 이전 및 피해보상을 민간사업시행자인 서울고속도로㈜에 요구하였고, 이에 보상에 관한 재평가를 거쳐 서울고속도로㈜는 홍법사에 대하여 토지와 지장물 철거 보상금을 지급했다.
민간투자사업이기는 하나 문제의 안정사 사례와 비슷해 참고할 만하다는 것이다. 어 청장은 취임 후 인간과 자연 공존, 안전사고 발생 Zero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혈세를 들여 민원인과 주민 안전과 환경 파괴 우려를 무시한 채 공사 강행만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