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간통죄 폐지 3년을 말하다 1-민간조사업체들의 달라진 풍경
간통죄 폐지 3년이다. 이에 따라 흥신업 역시 변화를 맞이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2015년 2월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불륜 배우자를 더 이상 형사 처벌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의 유책을 문제 삼아 이혼하려 하는 이들은 재산권, 양육권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확실한 증거만이 살 길’이라며 사실관계 확인과 증거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직접 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간통죄 폐지로 경찰 등 수사기관은 불륜 문제에 관여하지 못한다. 따라서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민간조사업체나 흥신소, 심부름센터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실제 간통죄 폐지 이후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민간조사원에 불륜 증거 확보를 의뢰하는 사람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현재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는 A 씨 역시 “3년 전과 비교해 1.5배 정도 일거리가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탐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대한민간조사협회의 하금석 회장은 “일선에서 활동하는 민간조사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간통죄 폐지 이후 사건 의뢰가 2~3배 늘었다고 한다”며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민사 소송으로 책임을 묻기 위해 증거 수집을 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심부름센터와 흥신소, 민간조사업체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전국에 심부름센터와 흥신소는 1200여 개(추정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8년 현재는 정확한 업체 수를 파악한 통계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전국에 흥신소와 심부름센터가 약 350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법제화가 되지 않아 음성적으로 불법 영업을 하는 곳도 많아 정확한 파악은 힘들다. 그럼에도 6년 사이에 3배 가까이 업체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뿐 아니라 종사하는 민간조사원 역시 늘었다. 대한민간조사협회에 따르면 시험을 통해 민간조사원 자격증을 획득하는 사람들은 1년에 350여 명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업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오히려 간통죄 폐지 전보다 일거리가 줄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심부름센터를 15년간 운영했다는 B 씨는 “지난 3년 사이 일거리가 절반 이상 줄었다. 업계 자체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 원인으로는 경쟁 과열을 꼽았다. B 씨는 “간통죄가 폐지돼 불륜 증거수집이 중요해지자 언론 등에서 흥신소나 심부름센터가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자 온갖 사람들이 이 업계에 뛰어들면서 새로 생긴 업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2015년 2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헌재는 이날 간통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가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내놨다. 연합뉴스
업체 간 경쟁이 너무 심해지자 의뢰비에도 불똥이 튀었다. 착수금은 조사 기간, 업무 내용 등에 따라 다르고 업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앞서 A 씨는 “일주일 정도 증거 수집에 나서면 가격은 300만 원 안팎”이라고 귀띔했다.
B 씨는 더 나아가 “최하 300만~350만 원은 받아야 단가가 맞는다”며 “그런데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들이 의뢰비를 낮추기 시작했다. 200만~250만 원에 사건 수임하는 곳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B 씨는 “고객들은 금액이 낮으면 그저 좋은 줄 안다. 하지만 의뢰비를 적게 받으면 전문 장비도 쓸 수 없고, 현장에 전문가를 투입하지도 못한다. 일을 제대로 해줄 리 만무하다”며 “싼 심부름센터를 찾았다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우리 흥신소를 다시 찾는 사람들도 봤다. 경쟁이 심해지고 착수금이 낮아지면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의뢰자들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B 씨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흥신소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증거물을 수집해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결국 이러한 경쟁 과열이나 전문성 확보 문제 때문에 다시금 ‘공인탐정제도’ 법제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사설탐정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용정보업으로 허가를 받은 업체를 제외하면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알아내거나 상거래관계 외 사생활 등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는 항상 존재해 왔다. 따라서 1990년대 후반부터 사설탐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17·18·19대 국회를 거치며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도 ‘공인탐정법(민간조사업법)’이 발의돼 법안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공약에 포함해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 회장은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가정문제 조사를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법적으로 허용이 안 되니 불법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이다. 법제화해서 국가의 관리감독 하에 두고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처벌하면 된다”며 “탐정은 수사나 법률행위를 하려는 게 아니다. 탐정의 업무는 어디까지나 사실관계 파악 및 조사다. 일부의 우려처럼 경찰이나 변호사의 역할을 침해할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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