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소방의 날 특집3-소방관 안전의 최전선 RIT, 국내에서 인식 낮은 까닭은
소방공무원의 안전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인력부족, 노후 장비 등 고질적인 문제 아래 소방공무원 공상자 수는 2013년 291명에서 지난해 602명으로 4년 만에 2.1배가 증가했다. 그나마도 정부가 소방인력 2만여 명 충원 계획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직업 특성상 위험 노출 빈도가 높은 소방관의 안전 관리를 위해선 보다 확실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현장활동 중 위험에 처한 소방관을 구하기 위해 구성되는 ‘동료 소방관 구출팀(RIT·Rapid Intervention Team)’의 운영이 그중 하나다. RIT는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방관들조차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도대체 문제가 뭘까.
‘소방관을 구하는 소방관’이라고 불리는 RIT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2월 20일 서울 구로구 금천구 일대에 큰 불이나자 구로소방서, 관악소방소, 동작소방서 등에서 소방관 및 구조대가 출동해 불을 끄고 있는 모습.박정훈 기자
‘소방관을 구하는 소방관’으로 불리는 RIT는 주로 구조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소방대원으로 구성된다. RIT는 재난현장의 위험정보를 현장에 투입된 대원에게 전파하고, 대원들의 활동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연락이 두절된 대원이 없는 지 파악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현장에 투입돼 동료를 구출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는다. 특히 수색범위가 넓어 소방관이 실종되거나, 천장이 무너져 소방관이 자력으로 탈출이 불가한 경우 이들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2008년부터 RIT를 가동 중인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한 관계자는 “출동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 별도의 팀으로 RIT가 구성된 거나 전담 인력이 있는 건 아니다. 보통 인접 지역 구조대원을 대상으로 RIT를 구성한다”며 “재난 규모와 위험 정도에 따라 적게는 1~2명 정도가 RIT가 된다. 대원들 처지에서는 안심도 되고 자신의 안전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RIT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소방관의 안전관리에 있어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함에도 전국 소방서 중 RIT가 운영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현직 소방공무원조차 RIT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아주대학교 공학대학원 ‘소방공무원 현장안전 현황 실태 조사(이병남)’ 석사 논문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RIT 구성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 5876명 중 46.8%에 해당하는 2750명이 ‘전혀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 상에 긴급대응팀의 개념이 명시되어 있지만, 국내에 RIT의 운영을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소방청의 한 관계자는 “RIT 운영이 명문화 된 규정이나 법으로 강제되는 사항이 아니다 보니 각 소방서에 따라 운영 상황이 다른 거로 알고 있다”며 “국내 소방서 중 어느 곳에서 RIT 운영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파악하고 있는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일선 소방관들은 늘 위험과 사투를 벌인다. 사진=연합뉴스
각 소방서가 자체적으로 RIT 운영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인력난이 심한 소방서는 사실상 RIT 운영이 배부른 얘기일 수밖에 없다. 한 소방공무원은 “소방인력을 새로 뽑아 RIT를 구성하는 거라면 장점이 크겠지만, 기존 인력에서 RIT를 별도의 팀으로 구성하면 오히려 먼 지역에서 출동할 경우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직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투입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RIT를 고민할 여력이 안 될 수밖에 없었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의 안전도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RIT가 잘 조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해 순직 소방공무원 수가 60~100명에 달하는 미국은 RIT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미국 역시 RIT의 운영에 있어 인력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별도의 훈련 기준이 마련돼 있을 정도로 RIT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 선임 소방검열관이자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 소방이야기’의 저자 이건 씨는 “미국에서도 1990년대까지 RIT에 대한 논의가 크지 않았지만 매년 순직·공상을 당하는 소방관 수가 너무 많다 보니 2001년도부터 소방관을 구할 경력이 풍부하고 기술이 뛰어난 소방관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만드는 ‘미국화재방어협회(NFPA)’에서 만들어내는 지침에도 RIT에 대해 수차례 언급되어 있다. 게다가 연방기구인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도 ‘모든 현장에는 두 사람이 들어가고 밖에는 반드시 두 사람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각 주와 지자체에서 중앙으로부터 흡족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결코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 씨는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RIT의 개념이 생소하고 경기도, 서울을 제외한 지방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다 보니 여유가 없는 것 같다”며 “소방청에서라도 RIT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추후 이에 필요한 예산을 요구할 때 소방관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반쪽자리’라고 평가받는 까닭은 지난달 30일 중앙의 기능과 재원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내용의 ‘재정 분권 추진 방안’이 발표됐다. 이번 재정 분권안에 소방안전교부세율 인상 계획이 포함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반면 기존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소방공무원 인사권이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있는 상황에서의 국가직 전환은 ‘반쪽자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지자체의 소방·안전시설 확충 및 안전관리 강화 등을 지원하기 위한 지방교부세로 현재는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의 20%로 이를 충당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재정 분권 추진 방안에 따르면 소방안전교부세율은 현행 20%에서 2019년 35%, 2020년 45%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2021년 이후의 지원 방안은 소방인력 충원 및 인건비 인상 추이,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정부부처가 추후 재논의할 예정이다. 소방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소방청에서는 원칙적으로 기존 소방공무원의 인건비까지 지원해주길 바랐지만 일단은 이번에 발표된 재정 분권안대로 정부부처 간 합의가 끝났다”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었던 재정 문제를 포함해 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합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소방안전교부세율 인상으로 확보되는 8000억 원의 규모의 재원은 2020년까지 소방인력 2만여 명을 신규 충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기존 소방공무원 4만 6000명의 인건비는 원래대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마무리되더라도 이들에 대한 인사권은 현재처럼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지게 된다.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신분증만 국가직으로 바뀐다면 국가직 전환의 본래 취지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선진국보다 정치인과 기관장들이 소방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재정 상황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방문제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의 이건 씨는 “요즘에는 지자체장들도 소방관의 처우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예산과 인건비가 지자체장에게 있는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지자체장이 더 급한 현황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언제든 소방인력 충원과 예산 확충을 후순위로 생각할 수 있다”며 “앞으로 몇 년간은 각 지자체가 중앙 소방청과 협업해서 국가직 전환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지 등을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옴브즈만 제도 등을 통해 모니터링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방안전교부세율 인상은 소방직 국가직화를 위한 ‘소방공무원법‘ 개정을 전제로 추진되기 때문에 당장 진행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소방시설 확충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소방안전교부세를 인건비 지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도 진행되어야 한다. 앞의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공무원법 개정에 대해서는 8월 말부터 지금까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데 현재로서는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로서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며 “일단 소방안전교부세율 인상이 확정되려면 별도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최대한 법 개정이 진행되면 올해 안에 마무리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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