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구성·가상화폐 규제 악재로…“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확대” 2030 ‘맘심’ 잡기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집권 2년차, 칭송 일색이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에 ‘비판’이라는 글자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철옹성 같던 지지율 고공행진은 멈췄다. 문재인 정부에 첫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 때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오랫동안 올림픽을 준비해온 우리 선수들에게 ‘벤치 신세’라는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나타나자 곳곳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뿐만 아니다. 가상화폐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겠다는 법무부 및 금융감독당국 감독의 발표에 대해서도 20~30대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이 발끈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하소연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바닥 정서를 나쁘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는 악화하고 있는 여론을 이미 감지한 눈치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청와대는 ‘조기 경보’를 내리고 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낮은 자세로 민심 잡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 빨간불 켜진 지지율
헌정사상 첫 문민정부였던 김영삼 대통령 이래 가장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임기 첫 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80%를 넘나들었다. ‘우리 이니’ ‘이니 시계’ 등 연예인들에게나 붙던 애칭까지 대통령에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60%대 아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1월 25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5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그 전주 주간집계보다 6.2%포인트(p) 내린 59.8%로 집계됐다. ‘잘 못 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3%p 오른 35.6%로 나타났다.
날짜별로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1월 19일(금요일) 64.4%에서 ‘평창올림픽은 평양올림픽 아닌 평화올림픽’이라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입장문 발표가 나온 1월 23일(화요일) 59.9%로 하락해 조사일 기준으로 8일 연속 내려갔다. 특히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병력이 참가하는 열병식을 할 계획까지 전해지면서 여론이 더욱 나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TK(대구경북 39.4%·16.0%p↓)에서 가장 큰 폭으로 내려갔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54.8%)는 절반을 넘었다. 경기·인천(60.8%·6.7%p↓), 광주·전라(69.9%·5.9%p↓), 서울(61.0%·5.1%p↓), 부산·경남·울산(57.4%·2.8%p↓)에서도 일제히 하락했다.
연령대 별로는 40대(68.8%·9.4%p↓), 50대(54.1%·6.4%p↓), 30대(66.9%·6.2%p↓), 60대 이상(47.0%·4.8%p↓), 20대(67.0%·4.2%p↓) 순으로 하락 폭이 컸고 보수층(28.7%·10.1%p↓)과 무당층(36.7%·13.8%p↓)에서 큰 폭으로 내려갔다. 진보층(85.7%·1.2%p↓)에서도 소폭 하락했다.
여당에도 불똥이 튀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전주 주간집계보다 2.2%p 내린 46.1%를 기록,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최저치였다. 자유한국당은 2.9%p 오른 21.0%를 나타내면서 지난해 대선 이후 처음으로 20% 선을 넘어섰다. 한국당은 ‘홈그라운드’로 여기는 TK(대구경북)에서 36.4%로 민주당(28.9%)을 따돌리며 이 지역 정당 지지도 1위를 회복했다.
# 왜 이리 됐나?
청와대는 지지율 하락과 관련된 여러 정황을 인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60%대가 무너졌다”는 지지율 조사결과가 나온 1월 25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2일에도 기자들에게 “가상화폐나 단일팀 구성에 관한 20∼30대의 정의롭지 못하다는 여론과 젊은층의 이탈이 조금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대책을 잘 세운다면 또 평가받지 않겠느냐”고 발언, 지지율 하락세를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청와대는 단일팀 구성이 급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수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참가가 막판에 결정된 터라 그것을 전제로 우리 선수들과 먼저 논의할 수 없었다. 조급성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올림픽 성공을 위한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다급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과거처럼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20∼30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이견이 있어도 더 중요한 가치가 있어 이해하리라 봤는데 특별한 현상이 발생했다. 20~30대가 사안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런 경험이 더 세밀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마당에 말로 설득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취업절벽에 막혀 청년실업에 내몰린 상황에서 가상화폐로 현실을 타개하려는 절박한 입장도 이해된다. 단일팀 문제도 우리의 논리가 옳으니 이해하라는 것도 무리다. 우리도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도 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최저임금 인상도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로 번지면서 지지율 하락에 한몫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더욱이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상습 위반자’에 대해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하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자 “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악덕 고용주로 몰아붙이느냐”는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서민층이 발끈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분만큼을 정부가 보전해주겠다’며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정부가 받고 있지만 4대 보험 가입이라는 조건이 있는 데다 월 보수 190만 원 미만 근로자가 대상이다. 그런데 작은 공장이나 식당, 가게는 주 6일 근무를 기준으로 급여를 주는데 상당수는 월 보수가 200만 원을 넘는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할 자격이 안되는 거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 대통령도, 참모도 현장으로
비상등이 켜진 청와대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자부하는 문 대통령의 대 국민 접촉을 최대한으로 늘리며 지지율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도 예외가 아니다. 책상을 떠나 현장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닥친 1월 24일 오전 새해 첫 민생현장 방문 일정으로 서울 도봉구의 한 구립 어린이집을 찾았다. 이날 어린이집 방문은 ‘내 삶이 달라집니다’를 기치로 한 문 대통령의 올해 첫 현장 정책 행보였다, 공허한 말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삶을 바꾸는 노력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할 아동 비율을 높여 적어도 제 임기 중 4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추세로 가면 임기 말에 40%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작년에 추경 예산 덕분에 원래 목표보다 배 이상인 370개가 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만들었고, 올해 450개를 만든다”고 했다. 제대로된 보육 수요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대통령이 직접 내놓으면서 핵심 지지층인 2030대 젊은 엄마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 한창이던 1월 17일에는 충북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훈련을 참관하고 이들을 격려하면서 ‘아이스하키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문 대통령은 남녀아이스하키 훈련 현장도 찾았다.
문 대통령이 다소 ‘부드러운 현장’을 찾고 있다면 청와대 참모들은 ‘거친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청와대 참모들이 직접 높이는 작업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겠다며 현장을 누비고 있다. 문전박대도 당했다. 1월 1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분식집에 들러 장 실장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간단하게 말씀하세요”라는 종업원의 차가운 대답이었다.
이 종업원은 “요즘에 장사 안돼서 짜증 나 죽겠다”며 “종업원도 장사가 잘 돼야 마음이 편하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장 실장은 이날 현장방문에서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을 늘리면 저축도 하겠지만 소비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올 하반기쯤 그 효과가 분명히 나온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신뢰를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최경철 매일신문 서울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