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구입 성공해도 환불할라치면 위약금이 ‘티켓값의 절반 이상’
김포공항의 저가항공 출국장. 저가항공사들의 특가 프로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회원가입’과 그에 따른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항공사에 제공하고 남겨야만 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가항공권을 구입하려면 해당 항공사 혹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업체에 본인의 신상·개인정보를 동반한 회원가입이 필수다. 특히 대부분 특가 항공권 수량이 극소수여서 항공권 구매는커녕 개인정보만 제공하기 일쑤다.
지난 18일 한 저가 항공사가 진행하는 특가 이벤트에 참여한 A 씨는 특가 항공권을 선착순에 밀려 구매하지 못한 채 항공사에 개인정보만 넘겼다. A 씨는 “당시 제주도 여행 중이었지만 혹하는 마음에 티켓 오픈 시간에 맞춰 항공사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회원등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항공권 구매에는 실패했고 개인정보만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다수 저가 항공사의 특가 이벤트에 여러 번 도전한 경험이 있는 B 씨도 마찬가지다. B 씨는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탓에 수량이 얼마 안 되는 특가 항공권을 선착순 구매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대부분 항공사가 회원가입을 필수로 하고 있는데, 항공권은 못 산 채 내 정보만 팔린 느낌이 든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어렵사리 구입에 성공했을지라도 사정이 생겨 환불하려면 불가능하거나 가능할지라도 구입 금액의 절반 이상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B 씨가 최근 구입한 일본 도쿄행 항공권은 그나마 취소가 가능하지만, 그에 따른 위약금은 본래 티켓 가격 7만 9500원(유류할증료‧세금 포함)의 80%에 달하는 6만 원이다. 특가 항공권을 수차례 구입해본 경험이 있는 C 씨는 “경험상 프로모션 특가 항공권은 대부분 취소 불가능하거나 취소할 때 위약금이 너무 많았다”며 “취소 위약금에서 얻는 항공사 수익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켓 가격의 80%의 달하는 예약변경 수수료 및 환불 위약금. 항공권 변경·환불이 불가한 경우도 허다하다.
한 저가 항공사 퇴직자는 항공사의 마케팅 전략에 소비자들이 당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퇴직자는 “(특가 이벤트) 좌석을 풀긴 푸는데 2~3자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항공사들은 이를 통해 기업 홍보 효과, 회원 수 증대를 노릴 뿐 아니라 항공권 취소·변경 수수료 수익도 고려한다”고 귀띔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회원가입을 참여 조건으로 한 건 고객들의 항공권 예매·취소 편의를 위해서”라며 “취소 수수료가 높은 이유는 소수 고객의 티켓 독점으로 다른 고객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저가 항공권 구매 취소 시 위약금 과다·환불지연 사례 등을 조사해 그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항공권 운임이 저렴할수록 환불수수료가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구매 전 약관·고지사항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항공사들의 이 같은 프로모션을 무조건 제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 관계자는 “항공사·소비자 간 분쟁해결 가이드·기준을 내놓고 있지만 항공사가 약관 등을 통해 미리 공지했기에 무조건 (항공사)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