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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산포에 만발한 유채꽃밭. 벌써부터 노란 꽃물이 한창이다(맨 위). 제주선인장도 빠알간 봄물이 들었다(맨 아래). | ||
하지만 달력은 벌써 입춘을 넘기고 이제 우수를 향한다. 봄바람을 좇아 제주로 달려가니 아닌 게 아니라 잔설이 남아있는 한라산 자락에는 벌써 노랗게 유채꽃이 번지고 있다. 초록빛 차밭에서도 잎눈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다.
산정은 하얗고 그 아래는 누런 색이며 밑자락은 초록과 노란 꽃으로 빛나는 두세 계절이 한꺼번에 공존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제주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이즈음이다. 되도록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드라이브 길이나 포구를 찾아 다시 한번 제주 드라이브에 나섰다.
제주도는 작은 지도 한 장이면 구석구석 어디든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섬이어서 산이라고 해봐야 한라산 하나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새롭고 색다른 풍경이 숨은 그림찾기처럼 곳곳에 가득 한 곳이 바로 ‘제주도’다.
제주도에서 요즘 일출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남제주군의 사계리 포구 앞 ‘형제섬’이다. 산방산과 송악산, 용머리 해안 등 볼거리가 있고 마라도행 선착장으로 잘 알려진 이곳. 망망대해에는 자그마한 형제섬이 떠 있다. 계절마다 일출 명소가 달라지는 것은 해 뜨는 위치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입춘을 지난 요즈음 황도는 마침 형제섬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일출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사진작가들이 아직 날카로운 바닷 바람을 마다하지 않고 어디선지 하나둘 모여 든다. 먼 바다에는 암초처럼 자그마한 두 섬이 약간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사계리 일출을 보았다면 가까이에 있는 용머리 해안과 송악산 주변을 함께 둘러보는 것이 일정을 단축하는 길이다.
송악산은 제주도 본섬의 가장 남쪽에 불쑥 솟아오른 오름이다. 관광객들은 산에서 바닷가로 깎인 듯 서있는 해안절벽의 위용에 감탄한다.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하려면 송악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등산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발 182m로 큰 부담이 없다.
요즘 인기 절정의 드라마 <대장금>의 한 장면이 촬영됐다는 일오동굴은 새삼스럽게 각광받는 명소다. 동굴 안쪽에서 형제섬이 빤히 보이도록 찍은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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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구내 포구는 요즘 오징어 말리기에 한창이다. 뽀얗게 분이 오른 이곳 오징어는 맛좋기로 유명하다. | ||
해안가에 맞닿은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가 중일전쟁을 계획하면서 중국대륙 침략을 위해 전진기지로 건설한 공군 기지였다. 지금은 주민들이 밭으로 사용하는 알뜨르 평야에 당시 건설된 20여 개의 격납고가 해안을 바라보며 남겨져 있다. 일제 침략의 생생한 증거다.
버려진 옛 비행장이라니. 생각에 따라서는 특별한 볼거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괌이나 사이판 등을 여행하면서 구겨진 옛 일본군의 대포나 버려진 벙커, 비행장 같은 것을 관광 포인트로 찾아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들은 아픈 과거를 너무 쉽게 지나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이없이 영토를 빼앗겼던 우리 역사의 비극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역사 교육의 장과 이색적인 관광자원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을.
알뜨르 비행장으로 가는 평범한 시골길이 좋았던 이유는 바로 수선화다. 제주 여행에서 야생 수선화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이 수선화이고 그 다음이 유채꽃이다. 눈여겨 보면 제주 전역에 야생 수선화가 피어 있다. 추사 김정희가 유난히 사랑했다는 수선화가 흰 눈을 헤집고 나온다는 것도 새롭다. 눈을 가르고 피어나는 아리따운 수선화를 배경삼아 알뜨르 비행장과 산방산을 걸쳐 찍은 기념 사진은 ‘여행기념 사진’다운 멋이 충분하다.
대정을 벗어나 모슬포항을 지나 영락리-신도2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바닷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환상의 코스다. 곳곳에서 낚시꾼과 해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해녀들의 쉼터인 돌집도 간간히 나타난다. 그렇게 달려나오면 고산리의 수월봉과 만나게 된다.
어쩌면 제주여행의 백미는 차귀도와 수월봉 코스일지도 모른다. 제주 서쪽 끝인 한경면 고산리 해안에 솟은 수월봉의 낙조는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이다. 수월봉(77m) 정상에는 모양 없이 지어놓은 육각정 수월정이 있다. 수월봉은 ‘녹고물오름’ ‘노꼬물’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 서면 바닷가 앞바다에 떠 있는 차귀도는 물론 멀리 산방산과 한라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수월봉 아래서 자구내 포구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엉알산책로’는 꼭 한 번 들러봐야 될 코스다. 바닷물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칠 수 있는 시멘트 도로가 아슬아슬 해안길을 잇는다. 일제가 구축한 동굴 진지와 약수터들이 나온다.
이 해안길에는 녹고와 수월 남매의 전설이 흐르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수월이가 홀어머니 병구완을 위해 오갈피라는 약초를 캐러 왔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자 녹고는 슬픔에 못이겨 17일 동안 울었는데 그 녹고의 눈물이 바로 해안절벽 곳곳에 맑은 샘물이 되어 솟아났다고 한다. 지금은 맛볼 수 없지만 길가에 새겨놓은 전설이 가슴을 아련하게 적셔 온다.
길이 끝나는 지점은 자구내 포구. 차귀도 선착장이 있는 자구내 포구는 한치로 유명하다. 지금은 한치보다는 오징어를 많이 말린다. 껍질을 한풀 벗겨내고 말려낸 오징어는 투명할 정도로 맑고 이 지역 해풍탓으로 하얗게 분이 올라 짠맛이 적어 맛이 일품이다. 오징어를 파는 매대 사이로 이어도 촬영지라는 기념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 배를 타면 차귀도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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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가장 남쪽에 불쑥 솟아있는 송악산. 관광객들은 산에서 바다로 깍아지른 듯 서있는 해안절벽과 이곳 정상에서 바라보는 절경에 두 번 반한다. | ||
차귀도는 죽도라고도 불리는데 섬 주위는 깎아 세운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졌으며 장군석이라는 돌이 우뚝 솟아 있어 풍치를 한결 돋운다.
특히 낚시터로도 유명해 아침마다 차귀도를 찾는 낚싯배가 줄을 잇는다. 차귀도가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해질 무렵, 바로 노을이 바다를 물들일 때다. 성산 일출봉에서 떠오른 해가 수월봉 너머 바다로 잠기면 제주도의 하루가 조용히 문을 닫는다.
마지막으로 놓치기 싫은 여행지를 더 꼽으라 하면 협재에서 애월까지 이어지는 자그마한 포구들을 들러보는 일이다. 특히 비양도를 한눈에 바라보고 있는 협재에서는 바다를 가르며 말을 탈 수 있는 코스가 있다. 그리고 수원리 해변, 귀덕포구의 등대는 꽤 독특해 일부로라도 들러볼 만하다. 물이 깨끗해서 보말 등 바다 고동이 살아 있는 곳. 그래서인지 희귀조류도 많다.
곽지해수욕장은 과물로 이름난 곳이다. 과물은 공동 식수장이자 빨래터이며 목욕탕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 과물이란 3~4단계의 긴 급수장이었다. 맨 위에서는 식수를 받고, 그 아래서는 야채를 씻고, 그 다음 목욕을 하거나 빨래를 했다. 이는 물이 귀한 제주도에서 전통적으로 이용해온 물 사용법이었다. 이제 과물은 식수원으로는 거의 쓰지 않고 주로 해수욕객들이 모래를 씻는 데 이용된다.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에서 종달리까지 이어지는 해안길도 빼놓은 수 없는 제주 여행지 중 하나다. 구좌읍 하도리로 접어들면 세화, 종달의 지미봉 밑둥을 맴도는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총 구간은 12km에 달하고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문주란 자생지로 유명한 토끼섬을 볼 수 있다. 해안 드라이브 내내 우도와 성산포를 한눈에 지켜보며 달릴 수 있다. 왜군의 침투를 방지하기 위해 쌓았다는 바닷가 돌벽이나 풍어를 기원하는 자연 해신당도 볼거리며 저수지에 찾아든 철새떼의 군락도 빼놓을 수 없다.
성산에는 관광지답게 일찍도 유채꽃을 피어냈다. 제주도 상징인 유채꽃을 일찍부터 보여주기 위해 개발된 조생종 꽃밭이다. 이어 올인의 촬영지로 알려진 섭지코지와 대장금의 촬영지인 표선의 제주 민속촌도 연계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