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따라잡기] 성남 모란시장

	▲ 시장 안의 활기찬 모습들.

도시 주변에서 닷새마다 한 번씩 서는 전통적 5일장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식 쇼핑은 주차장 넓고 깨끗해서 편리한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여기서는 에누리도 없고 사는 재미, 보는 재미도 별로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는 건 없다는 국내 최대 규모의 5일장(4일과 9일) 경기도 성남의‘모란시장’. 성남 시내버스들 가운데 모란을 기점으로 하는 버스는 많다. 이 밖에도 분당과 잠실을 오가는 버스라면 시외버스 시내버스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 이곳을 경유한다. 분당선 전철역도 지나가고 청계산, 남한산성 등 귀에 익숙한 장소들도 지척에 두고 있으니 이보다 더 생동감 넘치는 나들이 코스도 없을 듯하다.

한창 봄나물이며 병아리 등 농촌 상품들이 풍성하게 나오고 있는 모란시장을 찾아가 보자

1960년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어 지금까지 그 명성을 누리고 있는 모란 5일장, 사라져가는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느껴보고 색다른 삶의 현장을 볼 수 있는 전통 민속장이다.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넓은 복개천 위에 4일과 9일마다 하루 10만여 명의 인파가 모여든다고 하니 그 규모는 여느 현대시장 못지 않다.

장터 입구에서부터 화훼부, 약초부, 야채부, 활어부, 애견부 등등 13개 부문으로 진열되는 상품이 구분되어 돌아보기에도 편리하다. 때마침 집에도 화초 하나쯤 두고 싶은 봄인지라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야채부에는 머위, 달래, 당귀, 엄나무순, 곰취 등 이름도 생소한 갖가지 봄나물들이 입맛 없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생선부의 1m도 넘어보이는 굵은 바다장어는 아이들의 눈요기가 되고, 싱싱한 활어와 참게 미꾸라지가 팔딱대는 활어부에서는 가격을 흥정하느라 왁자지껄한 소리가 듣기에도 흥겹다. 단백질 덩어리라는 굼벵이를 비롯하여 아무데서나 구하기 어려운 전통 약재들이 산재한 약초부, 토종 강아지부터 고양이 닭 병아리 오리 등 올봄에 태어난 애완동물들이 모여있는 애견부와 가금부는 어린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한쪽에 길게 자리잡은 건강원과 개고기 취급 상가는 모란장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곳으로, 외국 언론에도 소개돼 국제적인 개고기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장꾼들은 13개 구역에 고정된 자리를 갖고 매번 똑같은 상품을 들고 나오지만 이들이 공급자의 전부가 아니다. 매대 사이로 형성된 골목골목의 여유공간에는 한 줌씩의 산나물을 들고 나온 촌로들이 비집고 앉아 소박한 노점을 펼치고 있다. 양평의 묵은 밭에서 직접 캐왔다는 잔대 산더덕 고사리 옻순 등을 펼쳐 놓고 손짓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오랜 추억속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한다.

	▲ 홍두깨로 직접 밀어 면을 뽑는 손칼국수는 모란장 별미다.

그 틈새를 뚫고 다니는 ‘이동 카페’ 손수레에는 한 잔에 6백원 하는 커피와 시원한 얼음 음료수들이 실려있고, 알록달록 목욕타올이나 고무줄 꾸러미를 어깨에 둘러메고 매대 사이를 누비는 타올 아줌마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해 뜰 무렵 모이기 시작한 상인들이 일몰과 함께 하나둘 자리를 걷고 일어서며 시끌벅적한 5일장의 하루는 막을 내린다.

모란장에서는 인근의 유명한 유원지들을 버스로 20분이면 찾아갈 수 있다. 시내버스 9번을 타면 남한산성 위쪽까지 올라가고,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를 경유하는 버스도 많다(9, 11, 51, 55, 88, 88-1, 99). 모란에 있던 성남종합 시외버스터미널이 5월부터 분당 야탑동(테마폴리스)으로 이전하여 교통 혼잡은 한층 줄었다.

지하철 분당선 모란역에서 마을버스(11-1, 11-2)를 이용하면 청계산 입구까지도 한달음이다. 분당행 버스 중 아무거나 골라잡고 한 정거장(여수동)만 가면 연꽃단지가 조성된 ‘여술마을’에 갈 수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연꽃축제는 7월4일부터 예정되어 있지만 지금도 찾아가면 수백 종의 다양한 연꽃을 감상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시장 후미에 위치한 음식부에 닿기 전에도 이미 중간중간 군침도는 군것질 거리가 많은 것이 전통 시장의 묘미다. 즉석에서 고물에 묻혀주는 떡이나 금방 솥에서 건져낸 옥수수, 한 꼬치만 먹어도 배부른 튀김 오뎅 등 천원짜리 한 장으로 먹을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음식부 포장마차촌의 손칼국수, 순대국밥, 팥죽, 잔치국수, 콩국수 등은 시장나들이에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 그만이다. 직접 홍두깨로 밀어 빚은 손칼국수(3천원)는 시원한 멸치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특히 별미. 주먹 하나 크기만한 김치만두와 함께 먹으면 한 끼 식사가 거뜬하다. 시장 양쪽에 개장국이나 보신탕, 돼지 내장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도 있다.

▲성남시 중원동 모란역 ▲성남버스 55, 88, 88-1(남한산성 입구), 9(남한산성), 820(용인), 이 밖에 잠실~분당간 시내버스 경유 ▲주요 포인트: 모란시장, 여술마을 연꽃단지, 남한산성 유원지, 청계산 등

관련정보

▶모란장 상세정보 031-721-9905 www.moranjang.org ▶개장시간: 일출~일몰(오전 8시~오후 8시) ▶주차장: 시장내 소형주차장 1일 3천원, 간이 주차장 1일 6천원. ▶모란 5일장 축제: 올해 5월말, 6, 9, 10, 11월 중에 행사 예정. ▶여술마을 연꽃나라 031-721-3525, 011-353-2707 홈페이지 www.yccna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