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빙상연맹 논란 해부2-동계스포츠 양대 단체 구설수 경쟁 열전
2014년 1월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대표팀 선수단 결단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김재열 선수단장. 사진=박은숙 기자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스키협회가 갈등을 빚은 적이 있었다.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한국 대표팀 선수단 단장직을 두고 격돌한 것이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는 빙상연맹과 스키협회 양 단체의 회장이 번갈아가며 한국 선수단 단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이에 따르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단장은 스키협회 회장이 맡을 차례였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빙상연맹의 회장이 단장에 선임됐다. 당시 빙상연맹 회장은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었고, 스키협회 회장은 윤석민 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재열 사장을 장인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IOC 위원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단장직을 두고 재벌 오너들이 알력 다툼이나 벌이고 있다는 비난도 있었다.
결국 윤 부회장은 이러한 대한체육회의 행정 결정에 불만을 품고 취임 7개월 만에 스키협회 회장직을 그만뒀다. 이후 협회 관리위원장이었던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등록절차 실수로 선거가 미뤄지며 포기했다. 직무대행체제로 소치 동계올림픽을 치른 스키협회는 1년여 만인 2014년 11월 현재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협회 회장으로 선출했다.
빙상연맹의 경우 김재열 사장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집행위원직에 오르면서, ‘각국 연맹장을 겸임할 수 없다’는 ISU 규정에 따라 회장직을 김상항 전 삼성생명 사장에 물려줬다. 여전히 ‘삼성’이 빙상연맹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단장은 다시 관례대로 스키협회 회장인 신동빈 회장이 맡게 됐을까.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 30일 선수 144명, 경기임원 40명, 본부임원 35명 등 총 219명의 한국 대표팀 선수단을 최종 확정했다. 특히 이번 단장은 신동빈 회장이 아닌 김지용 이사장이 선임됐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이사장은 지난 2013년 대한스키연맹 회장직을 포기한 대신 현재 대한스키지도자연맹 회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김지용 단장은 동계스포츠 분야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대위원에 이름 올리고 있고, 지난해 1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선수단 단장을 맡았다. 특히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부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며 “단장 역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재열 사장의 한국 선수단 단장 선임 문제부터 삐그덕 대던 빙상연맹은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 후 ‘안현수 사태’가 불거지면서 연맹 내부 파벌 싸움과 승부조작, 선수폭행, 재정운용 부조리 등 갖가지 비리 등이 본격적으로 까발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김 사장이 직접 나서 연맹 회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국가대표 선발을 비롯해 연맹 운영에 잘못된 점을 개선하겠다며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부조리는 4년이 지난 현재도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여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 노선영은 ISU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연맹의 어이없는 행정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출전권을 획득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빙상연맹은 사과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감정의 앙금이 폭발했다.
뿐만 아니라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이자 ‘간판스타’로 꼽히는 심석희는 코치에게 손찌검을 당해 진천 선수촌을 이틀간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기간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 차원에서 선수촌을 방문하자, 빙상연맹 측은 “심석희가 독감으로 아파 못 나왔다”고 거짓말 해 ‘폭행사건 묵인’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결국 해당 코치에게 최고 수위인 영구제명 조치가 내려지고, 심석희가 다시 복귀해 정상훈련을 소화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러한 논란에 김상항 회장은 직접 나서 “연이어 발생한 문제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드리며 후속조치로 연맹 쇄신방안을 마련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빠른 시일 내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는 김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김재열 사장도 이미 했던 사과다. 이에 연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스키협회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 선발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졌다. 경성현 등 알파인스키 대표팀 9명 중 5명이 갑작스레 올림픽 출전 불가를 통보받은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전날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도 참여해, 협회가 올림픽 출전 기준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동우의 경우 경성현보다 세계랭킹이 300위나 차이가 남에도, 활강 종목 올림픽 출전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출전명단에 포함되는 등 선발 기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어 더 논란이 됐다.
이러한 논란은 경성현을 비롯한 알파인스키 선수 측이 “지난 1월 24일 협회의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 선발과 관련해 결과가 공정하지 않았고, 과정 역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협회를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법정까지 가있는 상태다.
이에 스키협회 측은 경성현에게 사과를 하고 다른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협회의 수장인 신동빈 회장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신 회장은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기간 동안 잠실 롯데월드타워 외관에 LED 조명으로 성화봉을 꾸미는가 하면 직접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는 등 ‘평창 띄우기’에 전력을 쏟아 왔다.
지난해 5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스키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신동빈 대한스키협회 회장. 사진=이종현 기자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그런 것까지 다 신경 쓰겠느냐. 이번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선수 선발에 대해 오랫동안 일해 온 협회 관계자들에 일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신 회장은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번 논란에 대해 신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도 별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스포츠 협회의 회장을 대기업 오너가 맡는 것은 비인기 종목 발전을 위해 후원 및 지원 등 역할을 하는 명예직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라면 “그럼에도 이 정도 사회적 논란이 불거지면 조직의 장으로서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언더커버] 빙상연맹 논란 해부3(끝)-빙상연맹 부실행정 논란 추적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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