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와 ‘중재파’ 끌어모아 캐스팅보트 32석 확보 시도
국민의당의 합당파와 반대파가 제 갈길을 가게 됐다. 하지만 정치적 역학관계로 인해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박은숙 기자
지난 2016년 호남 지역 기반 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와 국민의당을 만들 때의 과정은 비교적 순탄한 편이었다. 창당부터 큰 잡음이 없었고 20대 총선에서도 40석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순풍에 돛 단듯 순조로운 항해를 하던 국민의당은 지금 바른정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몇 차례 폭풍우를 만났다.
통합파와 반대파는 각각 정당을 꾸릴 채비를 하며 의석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대파는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 39명 중 통합에 반대하며 ‘민주평화당(가칭)’ 창당 발기인 대회 이름을 올린 의원은 총 16명이다. 물론 이들 모두가 신당창당행 열차에 몸을 싣는 것은 불가능하다. 16명 중 두 명의 의원이 당적을 바꾸면 의원직을 잃는 비례대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가운데 14명의 의원이 신당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반대쪽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에는 국민의당 의원 14명과 바른정당 의원 9명이 뛰어들게 된다. 총 23명이 모이면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원하는 것은 ‘캐스팅보트’ 역할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찬-반이 비슷한 숫자를 보일 때, 결정적인 표결권을 행사해 정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제3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안 대표는 캐스팅보트에 욕심을 내고 있다.
국민의당 내 통합파 14명과 바른정당 9명, 여기에 최소 9명이 합류해야 32명의 정당으로 출범해 원내 여야 구도상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9명은 중간지대 의원 7명과 비례대표 최소 2명으로 가능하다. 때문에 안 대표는 ‘통합을 반대하는 비례대표를 존중해주자’는 유 대표와는 반대로 ‘비례대표는 정당의 것’이라고 욕심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양 진영은 중간지대 의원들 7명의 거취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들은 2월 1일, 미래당(통합신당) 합류로 가닥을 잡았다. 중간지대였던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분열 없는 통합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했지만, 최선이 무망한 상태에서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차선’을 재차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민평당에 가는 것과는 다른 얘기이고, 무소속으로 가는 것은 지금의 선택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황주홍 의원은 “중재안은 유명무실해졌다”며 이후 행동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중간지대 의원들의 이 같은 언급은 미래당에 합류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선택지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미래당에 몸을 실어 캐스팅보트의 기준이랄 수 있는 32명을 가까스로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 제1차 확대회의에 참석했다. 박은숙 기자
지지율 또한 향후 두 정당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tbs’와 ‘리얼미터’가 1월 22~2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은 6.0%)를 실시한 결과, 1월 4주차 정당 지지도에서 통합개혁신당은 12.6%였다. 이는 바른정당 지지율 6.0%와 국민의당 5.7%를 더한 값에서 0.9%p 높은 수치였다. 이 조사에서 민주평화당 지지율은 3.8%였다.
1주 뒤에는 여론조사에는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지지율이 미세하게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tbs’와 ‘리얼미터’가 1월 29~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은 5.1%)를 실시한 결과에서 통합개혁신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6%p 떨어진 11.0%였다. 또한, 민주평화당은 지지율 2.9%로 예측됐다.
국민의당은 호남에, 바른정당은 대구·경북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통합개혁신당의 지역 지지율은 다른 결과를 보였다. 통합개혁신당의 지지율은 대구·경북에서 7.2%, 광주·전라에서 10.9%를 기록했는데 이 수치는 전주 대비 각각 10.1%p, 4.6%p 하락한 결과였다.
위의 여론조사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누가 미래당의 신임 대표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 등은 ‘안 대표가 2·4 전당대회 이전에 조기사퇴하라’는 내용의 중재안을 낸 바 있다.
이에 안 대표는 그동안 거절 의사를 밝혀왔지만, 최근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는 1월 31일 “중재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이 함께 해준다면 2월 13일에 통합신당 창당을 완결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에 ‘조건’을 걸었다. 이에 중재파 의원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전당대회 끝나고 사퇴한다는 것이 아니라 ‘중도파가 합류를 하면’이라고 되어 있는데, (통합에) 합류를 안 한다면 어쩌겠다는 것인가. 기분이 되게 나쁘다. 공을 우리에게 던진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유 대표는 안 대표와 미래당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지방선거 구상에 몰두할 계획을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조건부 사퇴’를 내걸며 유 대표도 공동대표에 대한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때문에 안 대표를 향해서는 ‘책임을 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합당 전부터 불협화음을 내는 미래당의 모습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아울러 우여곡절 끝에 미래당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분열상이 노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합당을 원치 않던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안 대표를 향해 ‘출당’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안 대표는 의석수 확보를 위해 이를 거부했다. 때문에 몸은 미래당에 실었지만, 마음은 민평당에 실은 비례대표들이 향후 당내에서 잡음을 낼 수 있다.
미래당의 표결이나 당론 결정 등에서 비례대표들이 당과 엇박자를 내며 잡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강제로 붙잡아둔 비례대표들은 향후 미래당의 뇌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의당 중재파 의원들 역시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하며 미래당에 합류했기 때문에, 훗날 새 집에서 파열음을 낼 수도 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