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행복추구권 침해” vs “오히려 정부가 아무것도 안하면 위헌”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방침 분위기에 한 변호사가 ‘재산권과 행복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판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고성준 기자
사건 번호 ‘2017헌마1384’. 헌법소원 청구인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30일 “가상화폐의 거래와 그 거래를 통한 차익의 실현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전혀 유별난 것이 아니다. 정부가 개인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정 변호사는 “정부가 스스로 행하는 정책 방향을 헌법이라는 관점에서 반성하며 진행하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와 같다”며 “오히려 거래소나 자본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고, 정부의 비대칭 (규제) 때문에 개인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섬세한 규제 도입을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경제분야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라면서 “정부는 이들이 잘 뛸 수 있게 운동화를 사주고 길을 깔아줘야 하는데, 가부장적인 마음으로 ‘너무 욕심부리지 마라. 혼난다’라고 한다. 우리 나라가 북한인가? ‘이빨 썩으니 사탕은 금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에 대해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대표는 “가상화폐는 서민들에게 지옥이 될 수 있는데 국가가 이를 방치해선 안 된다. 이것이 정부의 의무라면 의무라고 할 수 있고, 국가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헌법이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며 “인용결정은 안 나올 것이다. 이건 무조건 기각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 대표는 이어 “오히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면 그것이 오히려 위헌이 될 수가 있다. 이것이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한다는 헌법 119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 대표는 “하지만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헌재의 공식적 판단을 물어본 첫번째 사례로 (이번 헌법소원이) 의미는 있다”며 “청구인(정 변호사)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서 이슈를 던지고 정부와 대립점에서 싸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4일 빗썸 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비티씨코리아닷컴) 앞에서 피해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익명을 요구한 A 변호사는 ‘기각’을 주장했다. A 변호사는 “재산권이라는 것은 사회질서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질서유지와 공공 복리 등 다른 더 큰 공공 이익을 위해 제한을 받게 된다”며 “물론 실정법을 초과하는 규제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법에 있는 규제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A 변호사는 “행복추구권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그 자체에서 구체적인 권리를 도출해낼 수는 없다”며 “행복이라는 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B 변호사는 “(정부의 규제가)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여지는 있다. 기본권에는 비례성원칙에 따라 위헌이냐 아니냐를 다투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규제 방법에 수정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만으로 위헌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산권 침해’ 주장에 대해 “가상화폐가 현금화가 되면 재산권 침해지만, 현금화가 되지 않고 순간적인 가치 변동만 있기 때문에 재산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며 “위헌 요소는 없다”고 했다.
C 변호사도 ‘기각’ 가능성을 내비쳤다. C 변호사는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통해 신규 계좌 만드는 것을 막아놨다. 사실 가상화폐로 인한 사행성 등 부작용이 큰 것은 반박할 여지가 없다”며 “보장되지 않은 부분에 투자를 했다가 재산을 날리게 될 경우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커질 문제가 있어서 규제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C 변호사는 “다만 규제의 정도가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양쪽 균형을 맞추는 합리적인 규제여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신규계좌중단이라는 규제는 영구적 조치보다는 여론을 수렴해서 완성된 안이 나올 때까지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잠정적인 장치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정도로는 (정부의 규제가) 경제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법조인들이 기각을 예상한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정 변호사는 “실제 통계에서 위헌결정이 나오는 비율은 0.3%도 안 된다. 국가를 상대로 개인이 ‘법이 틀렸다’고 하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소송이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교과서적인 대답은 위헌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