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내연산 12폭포 중에서도 웅장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연산폭포. 쏟아지는 물벼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싹 가신다. | ||
벌써부터 한낮의 기온이 한여름을 느끼게 한다. 나른한 오후, 산과 바다가 그리워지는 계절. 산으로 가자니 탁트인 바다의 호쾌함이 그립고, 바다로 가자니 향긋한 숲내음을 포기하기가 아쉽기도 하다. 허나, 무릇 좋은 산 옆에는 좋은 물이 있는 법.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기기에 좋은 동해 남부 해안지역을 소개한다. 어느 산 어느 바다로 향할 것인가 미리 머리속에 방향을 정해두고 떠난다면 중간에 많이 지체하지 않고도 최고의 산과 최고의 바다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울진 구수곡 휴양림 - 후정해수욕장
동해의 한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울진은 맑은 바다는 물론이고 계곡, 수려한 산들이 산재해 있다. 맑은 산 기운과 시원한 바다내음, 그리고 싱싱한 횟거리가 풍부한 이곳 여행은 늘 즐겁다.
최근에는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지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죽변항 언덕 위에 세트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사면에 펼쳐지는 시원한 바닷가 옆에 잘 지어놓은 건물 한 채. 주변엔 시누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여행의 시작은 이곳에서 일출을 바라보거나 가까운 후정 나정 봉평해수욕장을 기억해두면 좋다. 지금 바닷가에는 메꽃이 피어나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이후 가벼운 산행을 하면 된다. 우선 울진에서 가장 유명한 산은 응봉산(999m)이다. 응봉산은 삼척시 가곡면과 울진군 북면 사이에 동해를 굽어보고 서 있는 산. 모습이 매를 닮았다 하여 예전에는 매봉이라 불리기도 했다. 초행자는 덕구온천의 자연용출정이 있는 응봉산 산행이 좋고 몇 번 들른 사람이라면 구수곡휴양림(054-783-2241)을 권할 만하다. 2001년 7월에 개장한 휴양림은 산막 시설이 깨끗하고 10km가 넘는 계곡이 아름다워 산책하기에 그만. 웅녀와 용소폭포를 기점으로 올라가면 좋다. 특히 휴양림 안에 있는 ‘사랑나무’가 독특하다.
▲ 칠보산 해맞이공원(위쪽)과 구수곡 휴양림. | ||
▲별미 & 숙박: 죽변항 방파제 회센터(054-783-9713)에서는 싼 값에 푸짐하게 회를 즐길 수 있다. 부구쪽에서는 자갈치횟집(782-3371)이 괜찮다. 덕구온천 호텔에서 파는 우거지탕도 맛깔스럽다. 파도가 보이는 바닷가 카페는 운치가 있다. 피렌체(783-0393) 등. 숙박은 덕구온천관광호텔(782-0677, 02-517-9286, www.duckku.co.kr)이나 주변에 휴양림, 콘도, 모텔 등을 이용하면 된다.
영덕 칠보산 자연휴양림- 해맞이 공원
울진과 영덕 경계지점에서 만난 곳이 칠보산 휴양림이다. 칠보산 자연휴양림(054-733-5470)은 국내에선 유일하게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휴양림이다. 칠보산(810m)이란 지명은 본래 불교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법보거나 칠보장식처럼 아름답다는 뜻으로 지어졌을 지도 모르지만 오늘날은 그 이름에 맞춰 돌옷 더덕 산삼 황기 멧돼지 동 철 등 7가지 보물(七寶)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휴양림에는 통나무집, 야영장, 물놀이장 등 시설물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숙박은 적어도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데, 여름 피서철 예약은 웬만해선 하기 어렵다.
휴양림 산 너머 고래불해수욕장에서 떠오르는 일출이 아름답다. 울창한 송림 사이로 가벼운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산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어 도로가 가파르지만 최근에 포장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길이 두 군데라는 것도 잘 살펴보고 찾는 것이 좋다. 칠보산 자락에 있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된 유금사도 들러볼만 하다.
칠보산을 기점으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여럿이다. 가장 가까운 곳은 명사 20리라 일컬어지는 고래불(병곡면 병곡리)이다. 고래불과 이어진 대진해수욕장은 이문열 소설의 <젊은 날의 초상>에 나오는 배경지다. 주인공이 마지막 가는 ‘그해 겨울’의 장소다.
대진에서 축산쪽으로 가다보면 해안 드라이브길이 이어진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 도로 옆으로 펼쳐지는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이 절묘하다. 그 절벽 위 해맞이공원에는 해당화, 부채꽃과 패랭이꽃 등 야생화가 바닷가 언덕을 따라 피어있다. 해돋이를 관람대까지 1천5백 개의 나무 계단이 유명하다. 나무 계단 중간에도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두 곳 있다.
길은 강구항까지 잘 이어져 있으며 삼사해상공원은 숙박 등 편의 시설이 잘돼 있다.
▲가는 길: 새로난 중앙고속도로 이용. 서안동IC를 이용해 진보-창수-영해쪽으로 들어서면 된다. 울진 영덕으로 난 7번 국도를 이용한다.
▲별미 & 숙박: 울진 후포항쪽 청풍회식당(054-788-4044, 4144)은 경관이 빼어나고 음식맛도 좋다. 대진해수욕장 앞 대진횟집(732-0046)은 자연산 도다리로 물회밥을 맛스럽게 내놓는 곳이다. 영해 산해식당(732-2401)은 해물탕이 별미. 축산항 용궁회타운(732-4338)은 건물도 괜찮고 싱싱한 해삼과 소라, 대게 등등이 자연산이다. 숙박은 칠보산 자연휴양림(733-5470)을 이용하거나 백암온천쪽의 관광호텔과 온천장들을 이용해도 된다. 영덕 삼사공원쪽에도 숙박 편의시설이 많다. 고래불, 대진쪽 바닷가 마을에서는 민박을 해야 한다. 강구-축산 해안 드라이브 길에도 모텔과 민박이 가능하다.
▲ 내연산 관음폭과 관음굴. 폭포 위에 구름다리가 걸쳐있다. | ||
포항 내연산 트레킹 흥해-칠포해안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백두대간 등줄기의 요추쯤에 자리한 내연산(710m, 포항시 송라면)은 크고 작은 폭포와 계곡이 연이어지고 기암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이다. 바다가 인접해 산이 드문 이곳에서는 내연산을 즐겨 찾는다.
내연산은 유서깊은 보경사를 들러보고 시작하면 된다. 경북 3경의 하나로 꼽히는 사찰 주위로 울창한 송림이 우거져 풍광이 좋다. 신라의 지명법사가 602년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창건했다.
절집을 벗어나면 예사롭지 않은 계곡이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산길을 오르면 기암절벽과 무려 12개의 폭포가 이어져 절경을 이룬다. 그래서 보경사 계곡을 내연산 12폭포골이라고도 한다. 쌍생폭을 시작으로 삼보폭, 보연폭, 잠용폭을 거쳐 관음폭에 이르면 관음굴이 있다. 이곳에서 구름다리를 넘으면 12폭포 중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연산폭포에 이른다. 쌍폭인 관음폭은 쌍굴인 관음굴, 폭포 위로 걸린 연산적교(구름다리), 층암절벽과 어우러져 황흘경을 이룬다. 연산적교를 건너면 높이 20m의 연산폭이 학소대 암벽을 타고 힘찬 물줄기를 쏟아 내린다. 보경사에서 연산폭까지 약 3km, 1시간 남짓한 오솔길이다.
연산폭 위로는 길이 없고 관음폭 옆으로 뚫린 산길을 따라 나머지 폭포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힘든 길이다.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관음폭과 연산폭 근처에서 쉬는 것으로 만족해도 좋다. 보경사 계곡은 영화 <남부군>이 촬영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내연산에는 관음암과 보현암자(010-4802-4801)가 있다.
인접하고 있는 해변으로는 월포-칠포-오도-흥해로 이어지는 해안길 주변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영덕에서 포항으로 가다 월포해수욕장(청하면 월포리)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이 칠포 등 해안을 따라 흥해읍내까지 우회하는 925번 해안길이다.
월포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으로 꽁치, 놀래미 등 어종이 풍부하여 방파제와 갯바위 낚시터에서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 방파제에서는 이른 아침이면 금방 잡아온 횟감의 경매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칠포(흥해읍)는 월포보다 규모가 크고 큰 도로와 인접해 있다.
여행의 백미는 칠포를 거쳐 오도리로 이어지는 해안길이다. 가는 중간에 전원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어느 곳에서나 일출을 볼 수 있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경주IC를 이용하거나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별미 & 숙박: 내연산 앞에는 직접 밀어서 만드는 손칼국수가 괜찮다. 내연산식당(054-261-9976)은 꽁치김치가 독특하나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다. 흥해 오도리에 있는 청풍정(262-7377)은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풍치가 빼어나나 양념 맛이 단 것이 흠이다. 숙박은 내연산 앞 연산온천(054-283-6990)이 있으며 24시간 찜질방도 있다. 오도리의 한방찜질방(054-261-2299)을 이용하면 일출감상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