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티벳 여행을 자전거로 시작하면서 해마다 그곳을 찾는 티벳 마니아 이용훈씨(38)는 인터넷 아이디 ‘히말라야’로 통한다. 그가 처음 티벳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1년 네팔 여행길에 우연히 티벳 난민촌을 방문하고 나서였다. 귀국 후 현지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티벳을 찾았는데, 막상 눈으로 보고 나니 그 나라 자체가 가진 매력에 흠뻑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휴가 때마다 티벳을 찾게 되었다는 그는 특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이렇게 회상한다.
“2박3일 동안 흙먼지를 뒤집어 쓰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 캄바 고갯길 정상(4,950m)에 선 순간이었다. 고개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과 먼지로 뒤범벅된 얼굴을 스치고 지나는 그때, 석양을 받아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얌드록 호수(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로 불리는 티벳의 4대 신성한 호수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는 해는 히말라야 산맥의 노진캉창산(7,191m)으로 넘어갈 무렵이라 급경사 길을 서둘러 내려가다 마땅히 야영할 곳이 없어 첫 번째 마을을 지나 호숫가에서 야영을 했는데 밤이 깊어도 백야처럼 주변이 훤한 그곳은 마치 동화 속 그림 같았다.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친 상태였지만 멀리 바라다 보이는 산맥의 실루엣과 검은 호수 위에 내려앉은 별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서처럼 마치 양떼와 야크를 방목하는 목동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20년 후면 중국 정부가 캄바 고갯길 정상에 세워 놓은 양수발전소 때문에 얌드록 호수의 수량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때가 되면 다시는 그토록 아름다운 호수를 볼 수 없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