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재생” vs 시의회 “자연성 회복” 팽팽
서울시가 추진 중인 노들섬 특화사업에 대해 시의회가 예산 삭감을 통해 사실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올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강의 노들섬에 복합문화공간조성을 위한 공사에 착수하자 일각에서는 또 다른 르네상스 사업임은 물론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며 전면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강 노들섬에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되면 수많은 선박이 한강에 드나들게 되고 이에 따라 노들섬의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가 사라지지는 등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과 여의문화나루 기본계획이 그동안 서울시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과는 대조된다”며 “서울시가 생태보존에 대한 가치를 내세우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밝혔다.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은 11만 9854㎡부지에 공연·전시시설, 음악·문화 업무시설(문화집합소), 상업시설(노들장터)이 만들어지고 노들섬 상부와 한강대교가 연결되는 광장을 조성해 시민들이 문화를 즐기고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명소로 조성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2012년부터 노들섬 활용관련 포럼, 시민토론회, 워크숍 등을 운영하고 시민참여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면서 2015년 도시재생 종합플랜을 통해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 사업에 착수하게 됐다.
그동안 서울시는 미래자연유산으로 계승·보전해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노들섬을 도시재생 종합플랜을 통해 특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게 된다. 노들섬을 자연이라는 측면보다 도시재생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사실 이런 시각은 박 시장 이전부터 있었다. 2004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을 추진했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한강예술섬’으로 조성을 계획해 진행하다 천문학적 예산과 환경파괴 논란 등으로 서울시 재단법인 한강예술섬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와 함께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쓴 맛을 보고 이후 얼마 안가서 서울시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 사업을 진행한다. 노들꿈섬 운영구상(1차) 공모 및 운영계획·시설구상(2차) 공모를 통해 민간업체 위탁을 추진한 것이다. 또한 지난해 9월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도 서울특별시 노들섬 특화공간(복합문화공간) 통합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을 통과시켜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에서 반대의 목소리와 함께 관련 예산 삭감이라는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지난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국민의당 김광수 대표의원(환경수자원위원회, 노원5)이 2018년 예산안 예비심사를 하면서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의 당초예산 334억 300만 원 가운데 민간위탁, 조성공사비, 감리비 등 120억 3900만 원에 대해 삭감을 요청했고 시의회는 114억 8100만 원이 삭감된 219억 2200만 원으로 최종예산을 확정했다. 서울시의회가 노들섬 특화사업 중단을 사실상 요구한 것이다.
그렇지만 서울시도 물러설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광수 시의원은 “서울시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이 그동안 서울시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과는 대조된다”며 “노들섬의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를 이전해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한편으로는 생태보존에 대한 가치를 내세우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114억 원의 예산 삭감을 단순한 예산 삭감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고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의 심각성을 인지해 즉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효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