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화재 50대 신임 사장 후보 추천…60대 현 사장들 실적 선방 불구 교체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사장들이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세대교체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사진은 삼성생명 서초사옥. 고성준 기자
지난 8일 삼성생명은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현성철 삼성화재 전략영업본부장(58)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삼성화재도 임추위를 열어 자사 최영무 자동차보험본부장(55)을 신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내정자는 삼성SDI 구매전략팀장과 마케팅실장, 삼성카드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2015년 12월 삼성화재로 옮겨 전략영업본부장을 맡았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내정자는 삼성화재 인사팀장과 전략영업본부장, 자동차보험본부장을 지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정식으로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현성철 삼성생명 신임사장 내정자. 사진=삼성생명
삼성 금융계열사가 잇달아 임추위를 열고 새 CEO 선임에 나선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면서 사장단 인사를 진행할 대외적 모멘텀이 생겼다는 것이 첫 번째다. 물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이 부회장 부재 중에도 인사를 단행했지만, 금융계열사의 경우 그룹 지배구조와 재무상황에 직결되는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모양새를 갖춘 것 아니냐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두 번째는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이 4개 삼성 금융계열사는 다음달 말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지배구조법 시행으로 이들은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임추위를 구성해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
이사회 결의 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이사회를 통해 주총 안건을 확정하고 해외 주주 등의 위임장을 받는 일정까지 고려하면 통상 한 달 전에는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 금융계열사는 이번 주 내외로 CEO 인사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 교체는 보통 주총이 열리기 한 달 전쯤에는 대내외적 발표가 이뤄진다”면서 “3월에 주총을 열려면 지금쯤 발표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김창수 현 삼성생명 사장(63)과 안민수 현 삼성화재 사장(62)이 교체된 것은 특별한 이유보다 50대 CEO로 교체 기류가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이들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감안하면 인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60대라는 나이가 결국 걸림돌이 됐다.
두 사장은 실적도 선방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 2925억 원을 기록했다. 공시대로라면 당기순이익이 전년(2조 1499억 원)과 비교해 39.9% 감소했다. 하지만 2016년 순익에 반영됐던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실질 순익은 9361억 원으로 38.0%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영업이익은 1조 7223억 원을 기록해 전년(9865억 원)보다 74.6% 늘었다. 매출액은 31조 9471억 원으로 전년(30조 4286억원)보다 5% 늘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960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8606억 원)보다 1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 1325억 원을 기록해 전년(1조 711억 원)보다 5.7% 늘었다. 매출액은 22조 251억 원으로 전년(21조 6861억 원)과 비교해 1.6% 올랐다.
최영무 삼성화재 신임사장 내정자. 사진=삼성화재
삼성 금융계열사 CEO 인사가 단행되면서 각 사의 후임 인사도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임기 만료로 퇴임하거나 보직 변경으로 사임한 임원들의 후임을 결정하지 못한 삼성화재의 후속 인사가 관심을 모은다. 그중에서도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경영지원실장으로 누가 될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삼성화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전용배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부터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을 맡아온 그는 그룹 내에서도 명실상부한 실세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삼성생명 출신인 그는 2000년 이후 그룹 구조조정본부, 삼성전자 회장실2팀·경영전략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경영지원팀장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그가 자리를 옮긴 뒤 삼성화재는 공시를 내고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3개월이 넘도록 공석인 상태다.
그의 후임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삼성화재의 CFO가 가지는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만큼 CFO는 그룹의 전략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그간 삼성화재 CFO 자리에 그룹의 핵심 인력이 배치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CFO는 다른 금융사와 소위 ‘급’이 다른 자리”라면서 “삼성이 그리는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룹 내 인적 네트워크도 탄탄한 사람이라야 감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