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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 | ||
교통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또는 6번 출구로 나와 도보, 또는 6번 출구로 나와 도보. 또는 6번 출구 앞에서 1111, 2112번 지선버스, 성북03 마을버스 탑승 후 성북초등학교나 홍익중고 앞 하차.
※최근 개방한 '최순우 옛집'은 관람시간이 정해져 있다.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 문의 02-765-3132
주변 볼거리
선잠단지(양잠의 창시자로 알려진 중국 서릉을 모셔 제사를 지내는 제단),간송미술관(성북초등학교 정문 옆,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 고 전형필 선생이 1983년 설립. 봄 가을 정기전 때만 개방).
멀리 떠날 수는 없어도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계절. 성북동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옛 성곽과 옛 집, 미술관, 전통찻집 등이 어우러져 고색창연한 문화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서울 성북동은 가을 스산한 마음을 소리 없이도 따뜻하게 채워준다.
성북동 여행은 정해진 코스가 없다. 나름대로 정해보자면 최순우 옛집을 둘러보는 것으로 출발하는 게 괜찮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성북동 방향 도보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최순우 옛집이 있다.
이곳은 한국적 미의 탐구자인 최순우(1916∼1984) 선생이 말년에 살았던 집. 그는 이곳에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성북동 고택은 1930년대 지어진 전통 한옥으로 조선 말기 선비집의 운치가 그대로 남아 있다. 1백20여 평 대지에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바깥채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경기지방 한옥이다. 아담한 안마당과 뒷마당에는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던 그의 안목과 멋이 구석구석 배어 있다.
안채의 건넌방 바깥에는 그가 직접 쓴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이란 현판을 걸어 놓았다. ‘문을 닫아 걸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라. 일상의 번잡함을 잊고 집필하던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고택에서 나와 꼬불꼬불 골목길을 올라가면 서울 성곽이 나온다. 성곽은 산책길로 그만이다. 조선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후 전쟁에 대비해 사람들의 출입 통제와 도적 방지를 위해 쌓은 것. 성곽의 총 길이는 18km.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낙산 등의 능선을 잇는다.
성북동 성곽 산책길은 약 2km.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성곽 너머 올망졸망 모인 그 아래 집들의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슬금슬금 오르다 보면 길이 끊기는데 군 부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워 말자. 군부대 옆으로 난 하산길은 올라올 때의 재미 그 이상이다. 하산길은 20분 정도. 산 아래쪽에 약수터가 있어 갈증난 목을 축여준다.
마을로 내려가면 심우장을 들러야 한다.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이 작고하기 전 11년 동안 살았던 집. 특이하게도 북향으로 지어졌다. 만해는 이 집을 지을 당시 일부러 일제의 총독부가 있는 남쪽을 등지고 지었다고 한다.
집은 모두 네 칸으로 아직도 견고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방 안에 만해 초상화와 님의 침묵 시화, 그리고 그의 다른 글들이 전시돼 있다.
심우장에서 2백여m 내려가면 이재준가가 있다. 조선말 마포에서 젓갈장사로 큰 부자가 된 이종상의 별장이었던 곳으로 뒤에 소설가 이재준이 살던 집이다. 당시 부유한 상인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보수공사중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이재준가 맞은 편에는 이태준가가 있다. 상허 이태준이 1933년부터 14년간 살면서 작품을 썼던 집이다. 1900년대 개량 한옥의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으로, 현재는 찻집으로 운영중이다. 4∼5년 전 상허의 외종손녀가 ‘수연산방’이라는 간판을 내건 뒤로 전통차를 내놓고 있는데, 성북동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로 삼을 만 하다.